황식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는 밤이었다. 그는 숨죽여 검정색 벤츠의 뒷 문을 열고 탑승했다.
"제 선물이 마음에 드셨을라나 모르겠네요. 무슨 일로 보자고 하신 거죠?"
뒷좌석에 먼저 타 있던 예선은 나이답지 않게 능글맞은 웃음으로 황식에게 말을 건넸다.
"정군, 내 이 은혜는 잊지 않기로 하지. 자, 이 차의 트렁크에는 현금 5억이 들어있네. 이 차를 타고 바닷가로 드라이브라도 다녀오게."
황식은 차 키를 건넸다. 갑자기 예선의 얼굴이 붉어졌다.
"거 참 이양반이 이렇게 안 봤는데, 누굴 거지로 아나. 당신 내가 돈이 부족해서 이러는 것 같아요? 아니, 아무리 미개한 국가라 해도, 일국의 총리까지 한 양반이 이렇게 저의 니즈를 모르면 어떻게 합니까?"
황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예선을 바라보았다. 예선은 뭐라 말할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입을 굳게 다물고 차에서 내려 경쾌하게 걸었다.
'서울시장 따위라니, 우리 꼰대는 3년 후에 대통령이 되실 양반이야. 서울시장 따위를 하고 있으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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