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를 쓰기 전에 공연이 끝나고 수십일이 지났는데 지금 후기를 쓰는 이 작태는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본인이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 그때의 모든 것들을 쓰려 하는 과정에서 부산 유람을 갔다 오는 바람에 늦어졌으니 양해 바랍니다.*
공연장을 보는 순간 실감이 좀 나려고 했다. 슬레이어가 왔을때 700명이었던 우리나라 냥반들이 메탈리카라니 그 20배는 족히 모인듯 하였다. 표 끊고 Andy를 만나서 들어갔을때 대기열은 그야말로 지옥도에서 심판을 기다리는 행렬이었다. (더군다나 더워서 초열지옥에 온 듯 하였다) 3000번대 이후로는 구역이 섞여서 이거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 상황에서 '강한 분들'은 좀처럼 사람들을 들여보낼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음악소리같은게 아련히 들려오고, 터져나오는 불만의 소리는 귀성전쟁 클락션 소리 저리가라였으며 가까스로 공연장에 들어서자,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웃장을 까고 모호크 머리를 한 선글라스 낀 남자가 온몸으로 웨이브를 추면서 희한한 노래를 부르고 있는게 아닌가. James maynard keenan이었다. TOOL!
Pink floyd에 영향을 받았는지 곡마다 영상이 계속 나와서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영상이 뭐 Window media player의 Visualization간지가 아닌가. (배터리-화산 폭발이고 뭐고 다 나왔다) keenan은 초등학생 수준의 썰렁한 멘트 ('안녕? 우린 툴이라는 밴드야, 반가워' '메탈리카가 다음에 나와, 안녕')를 자랑했으나 특유의 온몸웨이브와 카리스마로 Tool이 괜히 Tool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른 멤버들 사운드는 말할 것이 없었는데 음이 너무 뭉개지지도 않고 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베이스가 이펙트 먹였을때 기타까지 같이 먹은 거 빼고.
대략 7곡쯤 하였을까. Tool이 환상적인 시간 (그러나 대부분 관객들에겐 지루한 시간 ^^;;;)을 끝내고 내려갔을 때쯤 나는 앞에 따라부르는 외국놈한테 쟤네가 마지막으로 한 곡이 뭐냐고 물어 보았다. Ænema라네. 역시 lateralus와 10000 days만 갖고 있던 자의 무지...라 생각했는데 10000 days에서 Vicarious밖에 안 한건지? 어리둥절하였다. (공연 후집에 와서 셋 리스트를 보고 얼마나 늦게 들어갔는지 눈치를 챈 후에 강한 친구분들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Tool의 셋 리스트 :
1. Stinkfist
2. The Pot
3. Forty Six & 2
4. Jambi
5. Schism
6. Sober
7. Lateralus
8. Vicarious
9. Ænema
(헤아려 보니 46&2때야 입장했던 것.)
1시간의 인터미션 동안 무수한 만식이들의 외침 (메탈리카 빨리나와 X팔 해대길래 한대 패려다가 악*같은 곳에 얼굴 다 뜰까봐 안 했다. ^^;;;;;)과 만 명이 넘는 인체의 열로 지쳐 있던 통에 밴드 측에서 틀어놓은 AC/DC의 노래가 끝나고, 불이 꺼진채 (한번 테스트한답시고 켰다가 전복죽도 아니고 걸쭉한 욕이 날아옴) Ecstasy of gold가 잠실 주경기장에 울려퍼졌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하긴..했는데 실감이 썩 나진 않았다. 크리스티나 리치 닮은 중년 남성이 드럼 셋 밟기 전까지는.
Creeping death의 도입부가 터지자 Lars의 베이스드럼에서 열풍이 뿜어져 나왔다. 그냥 서 있었더라면 말라죽기 직전이었을테지만 이미 관중들은 반 미이라 반 좀비 상태라 그런거 개의치 않고 'Die'를 연호하였다. James는 이것을 알고 마이크를 아예 관객에게 넘겼다.
곡이 끝나고 James가 사람들을 한번 더 선동하더니 'Gimme M! Gimme E! Gimme T!'등등을 외쳤다. 당연히 우리나라 관중들 따라하고 그때 'Gimmi fuel, gimme fire, gimme that which i desire'가 울렸다. 이거 투어 돌면서 다 한것 같긴 한데 우리 나라 관중을 염두에 둔 것 같기도...
불이 꺼지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Kirk의 연주로 Wherever i may roam과 Harvester of sorrow가 지나가면서 라이터도 하나둘 켜지고, 98년때에 라이타 켜다가 처맞았다는 소리와 달리 '강한 분들'은 카메라는 잡아도 라이타는 별로 뭐라 하지 않았다. 대부분 가사 따라하는 분위기였는데, Summersonic에서 하지 않았던 Harverster가 갑자기 나오니 후렴구 제외하고는 조금 시큰둥하더라. Welcome Home (Sanitarium)이 나오면서 '오오 드디어 Master of puppets 20주년 기념으로 다 돌리나?' 생각하였는데, James가 갑자기 'St.anger 갖고 있는 사람 있냐?' 라고 물어볼 때 고개가 갸우뚱하면서 땀으로 만든 물음표 수천개가 머리 위에 떠있는듯 하였다.
'설마 Frantic?'
그 예상이 적중하면서 '음 Master 전곡 연주는 투어 마지막이라 힘든가'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끝나고 James가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And justice for all의 전주를 치길래 순간적으로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이 곡을 진정으로 듣게 되는건가' 라고 생각하는 순간 The Unforgiven이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Justice를 연주 안한 Metallica가 The Unforgiven은 아니올시다)
불이 다시 한번 꺼지고, 묵직한 전주가 깔리면서 For whom the bell tolls. 이때 쯤 되니 'Master of puppets과 One 만 들으면 소원이 없겠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하좌우에서 땀이 기화된 수증기가 치솟아올라 사우나 상태여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 정신을 차려보니 Kirk가 잘 하지 않는다는 상의탈의 상태로 기타를 치고 있었다. 넥에서는 국물땀방울이 줄줄 떨어지고 있었다. Wireless를 달고 가구역, 나구역 상관없이 종횡무진 뛰어다니면서 James, Kirk,그리고 Robert가 열의 지옥을 지배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후기 인상파 유인원 Robert가 어눌한 목소리로 '나는 롸벑, 드러머 어딨지?' 라고 말하자 Lars에게 Spotlight가 떨어지며 Robert와 Lars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어디서 많이 듣긴 들었는데 이 기괴한 소리-나중에 알고 보니 Pink floyd의 One of these days였다. 그리고 익숙한 베이스라인과 함께 James와 Kirk가 나타났다.
Orion.
한다 한다 말은 들었지만 생각도 못한 곡이었다. 더군다나 리프까지 따라부르는 우리나라 관객에 소름이 쫙 돋았고 내가 그 관객 중에 한 사람이었다는 것에 취한 느낌까지 들었다. Robert의 베이스솔로로 시작되는 반전 부분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Robert는 핑거 플레이어지만 Some kind of monster DVD에서 나오는 그의 플레이를 보고 감탄했던 James와 Lars처럼 그는 피킹베이스에 가까운 사운드를 내고 있었다. 하여튼 넋이 나가 있는 상황에서 곡이 끝난 듯 하였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Lars가 하이햇을 부술 듯이 때리며 전 파트의 소리의 합이 두번, 그리고 세번 뻗어나갔다.
Master of Puppets.
For whom the bell tolls부터 상의를 탈의하고 있던 나와 Andy는 미친듯이 앞으로 치고나갔고 땀 에 젖은 온 몸이 미끄러져 펜스를 붙잡을 정도까지 나아갔다. 모두가 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리프 할 때는 리프를 따라 부르고, 가사가 나오면 가사를 따라 부르고. Lars와 Robert의 저음이 뿜어내는 열풍과 지진에 가까운 진동은 다른 곡에서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지만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인체의 열과 경기장의 기온이 점점 본인이 훈련소에서 행군할때 애 하나 픽 하고 쓰러졌던 온도와 비슷하게 변해가면서 옷을 벗어놓아도 열이 복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불이 꺼지고, James가 조용히 기타를 들고 나왔다. Fade to black이구나. 할 때 Kirk가 타이밍을 자꾸 놓쳐서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스테이지 뒤에서 잡았을 때 넥에서 땀이 줄줄 떨어진 것과 달리 한 숨 놓은 표정이었지만 곡이 반전되면서 사람들이 갑자기 'No one but me, can save myself but it's too late' 를 연호하자 그들은 다시 열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불은 다시 꺼지고, 굉장히 익숙한 기타 인트로와 악기소리...흠. 근데 이건 cd버전이잖아 할 때쯤에 James가 튀어나오더니 광폭한 리프와 함께 Battery가 터져나왔다. '죽었구나!' 생각하고 모든 가사를 다 따라 불렀다. 이것이 끝임을 짐작하고 있었다. 소리 크게 외쳐서 멤버들이 날 쳐다봤으면 하는 것도 아니고, 옆 사람들이 '으와 잘부른다' 하는 것을 바란것도 아니고, 단지 Battery가 실제로 내 앞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어서 그랬던 것이었다.
한번 사라지고 체력도 바닥나서 탈수현상으로 죽기 직전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앵콜을 연호했다. (안 외쳐도 할 타이밍이었는데) Sad bur true로 최대한 그루브한 분위기 (그러나 Lars는 박자를 잘 못 맞추었다)를 맞춘 후 Nothing else matter로 라이터쑈가 한참 이어지고, '이제 할 곡은 다 했는데 도대체 뭐 하려고' 분위기가 다 된 판에 불이 또 꺼지고 (조명기사가 심심해 할 틈은 없었던듯...) 매미 소리만이 적막하게 들릴 때쯤 가운데 총소리가 귀를 때리며 모두의 함성을 이끌어내었다.
One.
중학교때 컴포넌트로 듣고 기절할뻔 했다가 일어나서 더블베이스에 맞춰서 탭댄스 추다가 세입자가 쳐들어와서 그만... (뭔소리야 씨발) 했던 기억을 완전히 날려버린 그야말로 압도였다. 하지만 Lars의 6연음 난타와 Robert의 무식한 베이스가 빚어낸 열풍은 남아있던 체력의 한방울을 완전히 비워버렸다. 나가고 싶었지만 펜스 바로 앞까지 와서 나갈 수도 없었고, 현역 상병의 전투력을 갖고있는 Andy가 절대로 내보내 주지 않을듯한 기세로 '야 더나가자' 하고 있으니 '이제 그냥 쪄죽더라도 메탈리카 봤으니...' 하는 심정 뿐이었다. 그렇게 정신이 아득해져 갈때쯤 익숙해서 다 외운 전주가 들렸다. '이건 안된다...뛸 수 밖에 없게 만들자네...'
Enter sandman.
가사 외우고, 보컬라인 외우고 이젠 베이스코드도 외우고 아주 징글징글한데 그래도 몸이 저절로 움직여졌다. (과연 이런게 명곡이구나 생각할 틈도 없이 옆에 외국인놈들하고 따라부르느라...) 여기서 더 들을 곡도 없고 (물론 Damage INC.이나 Blackened 안하고 끝나겠구나 하는 아쉬움을 안고) 자 여기서 끝내라 하는 마음으로 헥헥거리고 있는데 James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서 말했다.
'Do you wanna hear BRAND NEW SONG?'
뭐 대답이야 Yeah빼고 더 있갔네.
신곡은...음... Misfits에 St.anger앨범의 코러스를 합친 watizit스타일의.. 하여튼 영 모르겠는 곡이었다. 반응도 사람들 다 헐 이제 끝났나요 집에 가야지 아 씨바 차끊겼어 분위기로 전환되고... 집중이 상당히 안되는데 James가 이제는 지친듯이 물어봤다.
'you want some more?'
YEAH가 안나오는게 이상할 뿐.
그러나 James는 말을 바꾸었다.
'I said, 'Kill'em all.' '
흠... Some more가 'em all로 발음이 비슷하긴 하지만...흠.
어떤 곡이 나올지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 Kirk가 새빨간 Flying V를 메고 나타나서 특유의 둔탁한 리프를 연주하였다.
Seek 'n destroy.
뭐 여기서 바랄 게 더 있겠냐. 음악이 멈추었을 때, 네 사람이 일제히 나와서 '서울, 한국 고맙습니다' 따위의 멘트와 함께 박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Lars가 할 차례에 그는 Robert가 씹어 먹으려는 마이크를 뺏어서 이야기 했다.
'서울은 Escape from the studio '06의 마지막 도시였는데 서울보다 나은 도시를 찾기 힘들었다. 새 앨범, 그리고 새 투어로 서울에 다시 오겠다!'
그 한마디로 후기를 대신할 수 있으랴.
ps.엄청난 날씨 그리고 싱얼롱 분위기로 인해 슬램은 거의 없었으나 피크와 스틱이 날아오자마자 슬램이 시작되었다.
ps.중간에 라이트 실험하면서 꺼질 때 'let me check, I'll check the light' 하면서 펜스로 쳐들어가던 양놈, 누가 모를 줄 아느냐
ps. Tool 공연 도중 Adam jones에게로 날아가던 물통. 우리는 너무나도 똑똑히 보았다.
ps. 카메라는 잘 막고 외국인은 나몰라 하던 강하신 분들 이름 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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