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이 빈약하고 허술한데다 불친절하기까지 합니다. 원더우먼이 저 시점에서 왜 저런 반응을 보이고 행동을 하는지 공감 안되는게 너무 많아요. 얘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의 힘을 자각하고 있고, 뭐 이런걸 좀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거 하나도 없고 정체도 알 수 없는 폭발 한번 일으키고 언급없이 끝.
근데 설정을 이렇게 성의없이 그냥 넘긴거 치고 한다는 짓이 쓸데없는 부분에서 스크린타임을 다 할애함. 예를 들어 처음에 다이아나가 사회진출했을때 여자 인권 바닥인 부분을 엄청 강조하는데, 그럴거면 그런 부조리를 시원하게 타파하던가... 아님 당시의 시대상을 안 거스르는 범위에서 무시하는 남자들 머리위에서 가지고 놀게 하던가 하는 뭔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연출이 충분히 가능했을텐데 하는 짓이 다 쪼잔하고 일차원적인 "난 그냥 내맘대로 한다" 뿐이에요. "이런 옷 입고 어떻게 싸우냐"만 남발. 보이는 대부분의 모습이 이러다 보니 머리 좋아보이는 연출이 분명 몇군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헛똑똑이 정도의 이미지밖에 안 남더군요.
게다가 들러리 캐릭터들은 차라리 없는게 나았을듯. 자체적으로 매력을 발산할 수 없으면 하다못해 주인공을 제대로 부각시켜 주기라도 해야 하는데 존재 목적이 오로지 다이아나가 깔 수 있는 능력치 떨어지는 남정네들 이 다인 주제에 어설프게 백스토리를 부여하려고 해서 안그래도 스크린타임 분배가 안되는 영화에서 혼란을 한층 더 가중시켜 놨더군요.
마지막으로 라스트 보스의 정체가 드러나고 난 다음부터의 상황은 그냥 유치의 극을 달립니다. 앞에서 그나마 실날같이 이어놓은 설정을 거의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설정도 없는데 뜬금없이 싸우다 말고 딴놈 하나 앞에 두고 죽이니 마니 실랑이 벌임. 게다가 전쟁의 신이라는 거물급 캐릭을 왜 이딴식으로 써먹은건지 알 수가 없더군요. 나라면 이번 영화에선 아레스의 흔적만 좀 보여주고 루덴도프르를 라스트 보스로 활용하고 막판에 약물 + 아레스에게 약간의 힘을 받음 정도로 원더우먼을 좀 고생시키다가 지는 식으로 처리했을듯.
덤으로... 여주인공 예쁘다고 하는데 예쁘긴 하지만 여배우로서는 중천의 김태희가 생각날 정도로 표정 폭도 좁고 연기력도 뭔가 전체적으로 좀 어설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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