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가 풍부해졌다기 보다는 이것저것 넣으려다 보니 서사가 사라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야기란 결국 갈등의 해소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얻게 해야 하는데, 갈등이 없어요.
1. 할아버지의 진실
진실이랄 게 없어요. 왜냐면 엘사안나는 할아버지 본 적도 없거든요. 아버지가 어린 시절에 해 준 몇 마디 이야기??? 그게 2시간짜리 영화의 이야기에 당위성을 부여해줄 수 있을까요?
중간에 장교가 말하죠. 와 세상에나 그 장교 이름이 기억도 안나요! 하루도 안 지났는데? 캐릭터성이 없다는 얘기죠. 무튼
"아렌델이 그럴 리 없어!"
저는 이 말이 이번 겨울왕국2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1편에서 대머리 공작과 한스왕자, 엘사를 두려워하는 민중을 통해 선과 악이 아니라. 무지와 편견이 하나의 악행을 만들어 낸다는 걸 표현했다면
2편에서는 누구나 실수해. 누구나 나쁠 수 있어. 그치만 용서 받을 수도 있지. 정도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꼴랑 두 장면 나오는 바람에 그리고 그 악행이 너무 사소하게 보이도록 해버려서 전혀 감정이 동하질 않아요. 그냥 그정도 실수는 누구나 용서 받을 수 있어. 그게 별거야? 정도의 느낌 밖에 들지 않으니, 영화 안에서는 갈등상황이라는데 관객들에게는 갈등으로 느껴지지 않아요.
2. 엄마의 정체
처음에는 오~ 엄마가 마법산가? 했어요. 근데 아니었죠. 안나가 바람의 마법을 부린다는 루머도 있어서 오오~ 마법대결 펼치나 했는데 그거도 아니에요.
오~~ 엄마가 다섯 번째 정령이야!?! 했지만 그거도 아니에요.
상기했던 엉망진창 우겨넣기 식 구성이 여기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비밀, 사연 같은 게 들어 있긴 해요. 오!! 부모님이 타던 배가 이곳에 있잖아?! 배에는 숨겨진 상자가 있어!! 오~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야! 엄마랑 아빠가 이렇게 결혼했구나!
역시 여기에는 갈등이 없습니다.
지 혼자 살아남은 아빠는 죄책감 같은 건 느껴지지 않구요. 자기네 민족? 나라? 종족을 내다버리고 왕비가 된 엄마는 성공한 취집생으로 보일 지경입니다.
리소스는 들어갔는데, 속이 비었으니 안 들어간 것처럼 느껴지죠. 영화 끝나면서 오~ 엘사안나의 엄빠에게 많은 일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요? 들리가 없죠. 일이 없었으니까요.
3. 스벤과 크리스토퍼
안나와 크리스토퍼의 사랑 이야기는 없습니다. 진부해서 뺀 건지. 역시나 엉망진창 우겨넣기 식 구성 때문인지 구분도 안됩니다.
나는 1과 2 사이에 둘이 서먹해진 줄 알았어요. 그래서 고백 못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엄청 잘 사귀고 있는데 그냥 크리스토퍼가 찐따같은 것 뿐이에요.
찌질거리는 걸 한 두번 보면 즐겁죠. 코미디거든요. 근데 그거 계속 보면 짜증나요. 왜냐면 뻔해지거든요. 그런 이유로 슬랩스틱도 별로 안 좋아하는 저에게 크리스토퍼의 뻔한 원패턴 개그는 매우 쓰레기 같았습니다.
4. 다섯번째 정령 엘사
왜????????????????
아이언맨이 계약 종료되서 핑거스냅 한 걸 보는 기분이에요.
"안녕 하하하 나는 토니스타크야! 내가 굳이 손가락을 안 튕겨도 되는데 내가 이번 편으로 계약이 종료 됐거든? 그래서 굳이 내가 죽는거야! 사실 내가 죽을 이유는 별로 없지만! 하하하하하!"
하고 아이언맨이 퇴장했을 때, 저는 비참하기까지 했습니다. 개새끼들
"안녕! 나는 엘사야! 나는 정령과 1도 관련 없어! 근데 2편을 제작해야 한다니까 정령이 되었어! 1편에선 마녀 컨셉이었던 거 같은데 뭐 어때?! 이런 게 어른의 사정이지!"
사람과 정령을 이어준대는데
대체 어느 장면에서 그걸 느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정령들이 엘사한테 친근하게 굴어서? 특별한 힘을 갖고 있어서? 그럼 특별한 힘은 왜 갖게 된 거지? 동생이나 엄마한텐 왜 없지?
와!! 다섯번째 정령의 공간이 얼음으로 되어 있어서 엘사가 정령인거야?! 슈퍼맨이야???
겨울왕국2는 사실 안나의 한 마디로 축약됩니다.
"우와!! 언니가 다섯 번째 정령이구나! 그렇지?"
요약.
2에는 할아버지, 아빠, 엄마, 안나와 크리스토퍼의 사랑이야기, 엘사가 가진 힘의 근원, 아렌델의 역사 등 존나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 이야기도 담기지 않았다.
2시간짜리 괜찮은 수준의 공연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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