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비주얼적으로는 더 풍성한 색감을 자랑하고 얼음과 눈으로 뒤덮혀있던 전작에 비해 알록달록한 가을의 풍경을 주 무대로 다양한 정령들이 등장하며 좀 더 다양한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뮤지컬 장면의 구성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겨울왕국 2의 장점은 여기까지입니다.
비주얼은 디즈니가 선사할 수 있는 극한의 아름다움을 선보이지만
초반부를 지나고 본격적인 이야기의 궤도에 오르고 나면
마치 스타일리시하게 잘 만들어진 CF를 보는 듯한 장면들이 연속되며 피로감을 느끼게 합니다.
캐릭터는 이렇다할 새로움이 보이지 않습니다.
전작의 베스트 넘버인 Let it go에서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당당한 인물로 거듭나는 엘사는
이번 작에서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상황과는 잘 맞지 않아보이는 엉뚱한 감정으로 드러납니다.
안나의 캐릭터도 전작에서 보여준 모습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퇴보한 듯 합니다.
특히 말꼬리 잡는 개같은 여친 포지션을 잡는 장면들에서는 더더욱 그렇고요.
엘사와 안나를 제외한 주역들은 이렇다할 활약이 없습니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성을 또 보여주는 요소로만 작용할 뿐 이야기에서 없어져도 아무 영향이 없을정도입니다.
전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을만한 캐릭터인 트롤들이 아무 맥락도 없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요.
특히 크리스토프는 이번작의 구멍입니다. 그가 없더라도 스토리에는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습니다. 차라리 없는편이 더 나았을 정도니까요.
그가 너덜드라 부족 청년과 순록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면은 뭔가 재미있는 사이드 플롯을 제공할 것 처럼 여겨졌지만 이후 별다른 언급이 없이 소모되고
솔로 넘버는 그 자체로는 90년대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하며 웃음을 선사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맥을 끊는 장면이 되고 말았습니다.
안나에게 청혼을 하려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게 전체적인 줄기에 미치는 갈등 요소가 전무합니다.
혼자 따로 놀고 있는 청혼 스토리는 도대체 왜 자꾸 나오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죠.
이 사이드 플롯이 안나로 하여금 어떤 갈등 구조를 엮어냈다면 크리스토프의 존재 의의가 있었을 것입니다.
겨울왕국2를 지루하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간극의 부재입니다.
이야기는 관객의 예상을 단 한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전작에서 한스가 빌런으로 밝혀지는 장면이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 클리셰가 비틀어지는 등 기대와 결과가 충돌하는 지점이 이번작에서는 단 한장면도 없습니다.
아니 굳이 꼽아보자면 불의 정령이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 정도겠습니다.(이 역시 이야기에 미치는 영향은 없습니다. 불의 정령도 딱히 도움되는 일은 하지 않고 귀여움만 뽐낼 뿐이고요.)
몇가지 반전은 있습니다만 너무 뻔하거나 복선이 빈약해 놀랍기보다는 뜬금없이 느껴집니다.
이미 결과가 속속들이 예상되는 이야기를 보고있노라면 하품이 나올 지경입니다.
뮤지컬 작품으로서도 훌륭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전작이 한번만 보고도 후렴구 정도는 흥얼거릴 수 있는 곡이 몇곡씩은 있었던 것에 비해
이번 작의 넘버들은 듣기에는 좋지만 기억에 남는 노래가 없었습니다.
Let it go가 전세계적인 초대박 넘버였음을 감안해도 뮤지컬이 특별히 강조된 작품으로써는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총평- 시각적으로는 전작을 크게 뛰어넘었지만 나머지는 크게 퇴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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