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의 1,2편이 워낙 큰 발자취를 남긴 명작이다보니 그 아성을 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엉망 진창이었던 폐기된 시리즈들을 돌이켜보면 진정한 후속작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겠습니다.
액션은 호쾌하고 묵직하며 새로 등장한 터미네이터 Rev-9도 매우 인상깊었죠.
대부분은 만족스러웠습니다만 크게 아쉬웠던 부분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영화는 그레이스와 대니의 관계를 주축으로 진행되는데 전작들에서 다뤘던 사라코너 지키기 존코너 지키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꼭지가 없습니다. 그레이스는 카일리스의 포지션을 정확히 계승하고 있으며 T2의 T-800의 역할을 겸하며 대니는 존 코너의 무결성 복제품입니다. 그러나 그 둘에게는 전작의 주역들에게서 보였던 갈등도 없고 그저 무난한 행보를 보일뿐입니다. 오히려 극을 가로지르는 핵심은 사라코너와 T-800으로부터 나옵니다. 집중적으로 깊이감있게 다뤄야 할 인물들에게서 초점이 비껴 맞춰져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다보니 사라코너는 극중 가장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서도 깊이 없이 종종 그저 총잘쏘는 욕쟁이 할머니처럼 보여지곤 합니다. 시리즈의 마무리를 지을 요량이었다면 좀 더 자연스러운 주역들의 퇴장과 세대교체를 노렸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두번째는 비대해진 스케일입니다. 터미네이터 2도 작은 스케일은 아니었습니다만 영화 내내 일어나는 일들이 멀리서 바라봤을때 ‘사건’의 스케일이었다면 다크페이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사태’에 가깝습니다. 3~5편에서 보여진 것과 마찬가지로요. 카일리스와 사라코너가 그토록 울부짖으며 기계의 반란에 대한 경고를 미친소리를 치부하던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거대하고 중요한 운명의 파도는 오직 주인공들의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일들 같습니다. 이런 아이러니함이 이번작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한바탕 난장판을 벌이는 Rev-9의 엔도 스켈레톤을 보고 있자니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사투를 벌이고 미래를 구한 존 코너 일행이 그리워지는것은 어쩔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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