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홈즈 시리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레트로 추리 장르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장르를 비트는 라이언 존슨 감독 특유의 장점이 빛을 발하는 듯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고전 추리 장르 작품이면서 현실 풍자적 군상극이기도 합니다.
탐정 추리 장르가 그러하듯 마치 비현실적인 소설같은 장면이나 설정들이 등장하지만
(이를테면 죽음을 목전에 둔 할런이 마르테에게 침착하게 해야할 행동을 지시하는 장면같은)
묘하게 이곳 저곳에서 진한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하는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초반부 전형적 저택살인 사건 탐정물과 같은 진행인 듯 하다가 대뜸 사건의 진위를 시원하게 까고 시작합니다.
이 지점이 이 영화를 좋은 영화로 만드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할런의 죽음과 얽힌 진실로 하여금 영화가 진행될수록 마르타의 불안감에 이입되고(아나 데 아르마스의 디테일한 연기가 돋보입니다.)
억센 남부 억양을 구사하면서 고급스러운 수사적 표현을 남발하는 탐정은 헛다리 짚는 바보처럼 보여지고
가족들의 추악한 위선과 반목이 조금씩 드러나며 훌륭한 블랙코미디 풍자극의 형태를 띕니다.
그런 와중에 추리 장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듯 복선들이 던져지는데 단순히 반전을 설명하기 위함이 아닌
관객들로 하여금 함께 추리하고 의문을 갖게 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중반부쯤에서 마르타가 감추고 있는 진실이 있지 않을까, 혹은 그녀가 진짜 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말부에 다다랐을때 이 영화가 고전 탐정 추리극임을 상기시키듯 마무리 됩니다.
탐정이 마지막 퍼즐을 찾아내고, 범인 앞에서 자신의 추리를 떠벌이며, 본색을 드러내는 범인, 그리고 처음부터 진실에 근접했던 탐정까지.
결말부와 사건의 진실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는 듯 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다면, 사건의 범인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아이러니함 속에서 마무리 되었다면 이 또한 훌륭한 블랙코미디 영화로써 남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영화를 재밌게 잘 만드는 양반이 왜 스타워즈에다가는 씨발 똥을 뿌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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