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의 출발을 알린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타이틀 롤을 맡은 수퍼히어로의 솔로(팀)무비를 개봉시킨 뒤
어벤저스 타이틀에서 뿜뿜 시킨다는 전략은 페이즈3에서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전 개봉작인 블랙팬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고려되었던
와칸다와 기존 세계관의 괴리는 본작에 와서는 MCU의 근간을 흩어버릴만큼
전혀 다른 출전을 가진 각양각색의 히어로와 빌런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올스타 대잔치를 벌이려다보니 제아무리 출중한 루소형제라도
어설픈 시침질로 봉합하는게 고작이었나봅니다.
아랫글에서 선더볼트 센세께서 지적하신 세가지 문제점,
파워밸런스의 붕괴-그로인한 개연성의 소실
-최종적으로 현재까지 쌓아온 세계관의 모순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를 위해
장렬하게 순교하고 마는 것은 이후 전개될 페이즈3의 솔로무비 두 편과
일부 부도처리된 현 상황을 앗쌀하게 시마이쳐야하는
네번째 어벤저스 타이틀의 향방마저 불안하게 만드는군요.
MCU작품들이 관객들의 사랑과 평단의 호의를 받으며
꾸준하게 연타석 타점을 때리는 근간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활약과 더불어
보다 입체적이고 화끈한 빌런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수퍼히어로를 아득하게 압도하는 초초능력자가 있는가 하면
평범하고 보잘것 없더라도 불굴의 멘탈로 의지를 관철하는 최종보스까지
그저 히어로들의 깽판을 받아내다 우당탕 쿵탕 이겼다 끝! 으로 마치는
유아적인 쾌감보다 한꺼풀 더 쌓여진 드라마가 존재하면서도
결코 비극적인 상황이나 유머를 잃지 않고 플롯을 꾸며온 것이
장수만세의 비결 아니었을까, 대척점에 자리한 DC 필름스의 망작들이
허구의 영웅들을 다루는 방식에 대중이 외면한 이유를 잘 알고 있기에
간접경험으로서, 엔터테인먼트 로서 영화라는 매체를 영리하게 이용해온
마블의 태도는 매번 적중해왔습니다.
하지만 본작의 수퍼빌런 매드 타이탄 타노스는
지금까지 MCU 사가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사건의 배후로 암약하고
별다른 지원없이도 행성 한두개쯤은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경악할만한 권능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보는 서툴기 짝이 없으며
그가 벌이는 사건 하나하나가 모두 전 우주를 뒤흔들만큼 절박하고
일분일초를 다투는 극한의 상황이며 어벤저스 전원이 피똥을 싸며 매달린대도
천재지변처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무모한 발악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까요.
본작은 타노스가 자신과 우주 일부의 희생을 통해
전 우주를 구원하려는 장대한 여정에 다름아닙니다.
초월자들의 정수가 서린 인피니티 스톤을 하나하나 모으는 과정은
구도의 길을 걷는 수도자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목적을 위해 가진것을 하나하나 버려가는 그의 모습은
절대 악으로 규정짓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가장 안타깝고도 헛웃음 나오는 소울 스톤 챕터에서
태산처럼 강고한 육체와 절대자의 위엄이 궁색하게도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를 제물로 바치는 연출은 영화의 방향성을 의심케하기 충분했습니다.
그는 제대로 미치지 조차 못한 반푼이처럼 그려집니다.
마인드 스톤을 주우러 온 그의 앞에 펼쳐진 와칸다의 클라이맥스는
역시나 와칸다 퀄리티로 조악합니다.
사실 솔로무비에서 뻔질나게 써먹던 풀 비브라늄 수트의
대미지 저장 전환 충격파는 써보지도 못하고 한줌 재로 사라지는 흑형이라거나
프록시마 나이트를 체술로 제압하는 블랙위도우 같은 설정파괴는 우습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개막장이 되었대도, 윈터솔저 시점에서 헬리캐리어 세척이 개발살 났더라도
소총탄으로 제압되는 저글링 무리에게 슈르-테크놀로지를 자랑하는 와칸다는
백병전 외의 선택지가 없으며 천조국 군인들은 다리불편한 상이군인 제임스에게
모든걸 떠넘기고 코빼기도 비치지 않으며 전 우주가 반박살나게 생겼는데
크리제국이나 노바콥스는 출연료 협상이 안되서 그런지 일언반구도 없고
이런 사소한 (!?)부분에 신경쓰면 안되는데 신경이 쓰인단 말이죠.
결국 최종장에 이르러 당연한듯
손오공이 드라곤볼을 모아 용신을 불러내 '후리자에게 죽은 친구들을 되살려줘'~
도 아니고 레알 핑거스냅 딱!
실화냐?
나름 원작 코믹스를 100%재현했습니다만 왜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타노스의 심상풍경에 등장하는 어린 가모라는 죄책감의 흔적인가요?
멸망을 향해 가속하는 전 우주의 엔트로피를 50%로 감소시켜
목적을 달성한 그의 표정은, 심지어 자신의 육체마저 반분 희생시켜
다시는 전처럼 살 수 없이 타락한 상태를 씁쓸하게 받아들이는 컷신은
불타는 정념으로 사랑을 쫓다가 뜨거운 하룻밤을 불사르고
아침을 맞이한 현자의 몰골과 다를바가 없지 않습니까...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잘못된 것인지조차 모를만큼
한 시대를 장악해온 MCU사가는 너무 많은 것을 일점으로 모두는 과정에서
정말 이렇게 자멸하고 마는 것일까요.
토르:라그나로크에서 이어진다고는 믿을 수 없는 이 졸렬한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는게 더 무섭습니다.
시간의 축을 비틀어 붙여 찢어버린 플롯들을
누덕누덕 기워 예쁘게 데코레이션 해놓는대도
타노스는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까요? 와칸다는 또 이런식으로 관객들을 엿먹일까요?
박지훈 센세께서는 탄탄한 인맥으로 네번째 어밴저스까지 번역을 맡는걸까요?
저는 이 영화가 무섭고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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