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도전기이자 처절한 실패담입니다.
데뷔작이나 마찬가지인 저예산 호러영화 '크로노스'의 신박함과
'악마의 등뼈'로 이어지는 고향시절의 께름칙함에 헐리웃 장사치들이 돈냄새를 맡고
바퀴벌레 박멸캠페인인 '미믹'으로 자본주의의 맛을 보여준 다음 덕후 감독의
야심찬 프로젝트로서 원작 재현으로는 모참고 오리지널리티를 힘 빡주고 달린
블록버스터 영화였던 헬보이 시리즈는 주인공이 못생겨서(...) 쫄딱망하고 말았습니다.
괴물덕후인 감독의 취향은 헬보이의 파트너인 에이브 사피엔(魚人)에게도 미쳤는데
결국 3부작을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사무쳤는지 이렇게 본작에서도 헬보이의
향기가 진하게 남아있고 만 것일까 생각합니다.
작품의 뼈대는 다른 평론가들이 이미 주워삼키고 뱉어놓듯이 잭 아놀드 감독의
[검은 바다에서 온 괴물](1954)를 모티브로 하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양서류와 미녀의...잠깐...샐리 호킨스가 미녀 아니라고 태클 걸지 마시구요
아무튼 그당시에도 충격적인 비주얼이었지만 더그 존스의 수트액션+CG빨은
해마다 발전하는 시네마틱 CG의 기술발전에 찬사를 보내기에 아깝지 않았습니다.
어설퍼 보였다거나 명백하게 수트처럼 보였다고 토달 분도 계실텐데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피시맨 수트는 한가지 버전이 아닙니다.
감독이 고의적으로 장난친 씬이 몇군데 보였다면 약장수 같을까요?
일단 예고편에서 보여준 플롯이 전부일만큼 심플한 이야기 얼개속에
지나치게 스테레오타입으로 등장하는 빌런(!!)과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나아쁜 사회상, 게다가 1963년이라는 개좆같은 시절은 식당에서도 대놓고
흑형들에게 자리를 주지 않는다거나 게이새끼는 사람취급을 안한다거나...
뭐 사실 요즘도 크게 달라진건 없는것 같죠? 젠더지향이라거나? 정치지향?
아무튼 집합은 수학시간에 다들 첫머리에 배워서 정상적인 대한민국
교육과정을 이수하고나면 내편 니편 가르는건 아주 잘하니까요.
사실 이야기는 굴러가는데 중요한 인물 다섯 사람
말할 것도 없이 서사의 주인공 - 엘라이자 에스포지토
친구없는 머머리 알지롱거의 미래 - 자일스 (심지어 성씨도 안나옴)
물고기 하나 잘못 만나 인생 패망 - 리처드 스트릭랜드
엘라이자의 유이한 조력자 흑누님 - 젤다.D.풀러
태어나보니 조국이 소련 - 로버트(밥) 홉스테들러 (사실 드미트리)
외의 등장인물은 그냥 양념일 뿐입니다. 욕받이1, 가게주인, 청소부2 이런식...
그리고 각각의 개성넘치는 열연으로 인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특히나
영상매체에 길들여져 아주 사소한 개연성의 붕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관객들의 날카로운 눈썰미를 자연스럽게 봉합하는데 일조합니다.
주연인 엘라이자를 맡은 샐리 호킨스는 정말이지 대사 한 마디 없이
(물론 자일스가 늘 틀어두는 TV에서 흘러나오는 월터 랭 감독의
[코니 아일랜드](1943) 던가 지금은 호불호가 확 갈릴 앨리스 페이 주연의
[헬로우, 프리스코 헬로우](1943) 같은 고전극의 더빙들이 그녀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영화적 장치로 (사실 이부분은 자막이 워낙 빠르게 지나가서
실버에이지 헐리웃 고전영화에 무관심한 대부분의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무의미)
표현해주고 있는데 수화의 표현까지 ASS자막처럼 편집해가며 공들인데 비하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냉전시대의 촌스러움과 더불어 다소 연극적인 세트와 미술을 통해
희화화된 1960년대의 생활상을 재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엘라이자가 세들어
사는 오르페움 극장은 관객이 들리가 없는 철지난 영화나 틀어대고 있다거나...
[마르디 그라스](1958)는 당시에도 볼 사람들은 다 본거고 성경을 영화화 해봐야
교회에서 단체관람 하는 거 아니면 관객이 얼마나 들겠어요...
다행히도 제가 관람한 시간대에는 모든 관객들이 사전지식을 풍부하게 쌓고 오셨는지
아니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벌써 이만큼이나 알려진 것인지, 하도 속고만 살아서
이제는 영화관에 와서 영화를 고른다거나 뻔하디 뻔한 '아름답고 환상적인 러브스토리'
같은 카피에 낚이지 않는 것인지 알쏭달쏭합니다만 감독의 작품답게 유혈이 낭자하고
반려동물은 끔살당하고 손가락은 썩어 문드러지고 총상으로 관통된 뺨에 %$^(후략)
하는 컷들이 툭툭 던져지는데도 객석이 조용하더라구요.
무엇보다 제 눈을 끌었던 씬은 사실
스트릭랜드가 캐딜락 드빌 62년식 쿠페를 살때... 이게 바로 미래의 찹니다~
크~ 간지... 1세대 드빌은 예술입니다 역시 (미침)
각설하고 본제로 돌아와서
이종족간의 판타스틱한 사랑, 그것도 말조차 통하지 않는데도 끌리는 감정.
물이라는 것은 어떤 형태에도 들이맞는 포용력을 갖는다는 명제의 나이브함.
결국 주변에 휘말린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좆되고 둘만 행복하면 장땡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당당하게 자리잡을 이 작품은 마치 아카데미를 노리고
만든 것인양 비춰질 수도 있을만큼 젠더퀴어,레이시즘을 비롯한 소수자 차별에
불만을 품고 대중에게 아양떨듯 단맛인지 쓴맛인지 갉아먹게 만드는 매력이
분명하게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게다가 감미료로 사용한 올드 팝 넘버들은
또 얼마나 귀에 착착 감기던가요! 엔드 크레딧이 흐르는 동안 눈을 감고
'You will never know' 의 마지막 소절까지 챙겨듣고 나오는 동안
저는 또 120분남짓 행복한 꿈을 꾸었으니까요.
외화 | 3298명이 읽었어요. 18.221.85.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