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최빈국 코스프레를 통해 주변국과 담쌓고 해외의 원조도 거부하는 가상왕국
와칸다의 왕위계승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매트페인팅 CG로 눈속임하는 수준은 이제 몸값 비싼 배우들 대신 성우만 기용해서
페이스 모션캡쳐로 초상권만 사면 되지 않을까 싶은 시절이 멀지 않은 것 같은데요
아무튼 본작은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 최초로 등장인물 대부분이 흑형 흑누나라는
위엄을 뽐내며 사운드트랙부터 간지로 조져주며 시작합니다.
액션씬의 컷 편집이나 연출이 일단 많은 아쉬움을 주는데
시빌 워에서 보여준 윈터솔져와의 1:1 맞다이나 떼싸움에서 보여준 흑묘범의 액션은
고양이과 맹수의 날렵함, 기민하면서도 포식자다운 위압적 한방들, 발톱을 세워
공격과 방어를 해치우는 독특함에 있는 것 처럼 포장해놓고 타이틀을 맡은 본작에서는
오히려 수트에 누적된 에너지 충전 방출 (게다가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한 방에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는 잡졸들의 면모가 마치 80년대 홍콩 TvB에서
매주 틀어주던 오버액션 무협드라마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아재인증)
기본적인 플롯부터 '라이언 킹', 나아가 데즈카 오사무의 '정글대제(밀림의 왕자 레오)'
시절부터 변치않는 친숙한 왕위계승의 문제들에서 시작하는데 아무리 1만년동안
쇄국정책을 펼쳐왔다 하더라도 여전히 5개부족의 짱을 뽑는 의식이 다이다이라는건
맞서 싸우는 전사를 높이 평가해야할 시절의 이야기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물론 자파리...아니 자바리 부족의 음=바쿠가 뜬금없이 도전장을 내밀지도 않았다면
요식행위로 아몰랑 그냥 티'찰라가 왕하는건데 왜 모이래 굿이나보고 떡이나먹지...
하고 그냥 전통을 지키는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나 싶기도 한데요.
에릭 킬몽거, 은=다자카가 티'찰라를 마치 자애로운 아버지가 패륜아를 징벌하듯이
절벽아래로 투하할 때 부터 심상찮은 분위기가 나타납니다. 티'찰라를 애지중지하던
도라-밀라제의 오코예마저 왕좌를 수호하는 것이지 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둥
개망나니가 지멋대로 왕권을 주장하는데 로얄 블러드가 대체 무엇인지 다른 부족장도
데꿀멍하고 정당한 과정을 통해 님 왕임! 죽은자는 말이 없지...이러고 있고
1만년동안 대체 어떤 성군들의 치세속에서 와칸다가 유지된건지 알 수없는 상황.
물론 치밀하게 뒷 설정까지 섭렵한 마블 덕후들에게는 개연성 있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자기부상열차가 도심을 가로지르고 부산에 있는 자동차를 동아프리카에서
실시간으로(!?) 사이버재킹해서 VR로 운전하는 슈르-테크놀로지를 보고 난 이후에
허망하게 퇴장하는 주인공과 그걸 당연하게 납득하는 인물들을 바라보며
당혹감을 느낀 것은 분명 저 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사건의 중심이 분명 와칸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지만 지금까지 MCU에서
열 일곱편의 영화를 쏟아내면서 실제로 있을 수 없는 황당무계한 초-과학기술과
초인들, 심지어 마법(Dr.Strange)까지 등장하고 우주인, 이차원존재, 의인화한 행성까지
어떤 작품들도 영화적 상상력을 떠나 우리가 인지하는 현실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아크로바틱한 장면들로 구성되어 왔다면, 본작은 초중반을
할애하는 과거시점의 LA, 남자다우미들의 고향 등 현장 로케이션으로 따놓은
장면을 제외하면 토르:라그나로크에서 등장하는 아스가르드나 외계행성 사카르와
다를 바 없는 생경함밖에 없습니다. 와칸다의 어느 한 구석도 현실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쇄국정책으로 인해 그만큼 고유의 문화가 발전해 왔다는 고의적인 설정이겠지만
국경(border)부족의 전투복장이나 전투용으로 양육하는 코뿔소(...)라던지
베넹에서 영국군에게 빼앗긴 유물이 사실 비브라늄 곡괭이라던지
기존 마블스튜디오 작품들에서 소소하게 등장하던 개그코드도 아니고
이건 뭐 그냥 막 던지는 느낌밖에 안드는 구석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는데요
클라이맥스임이 분명한 로스 요원의 도그 파이팅도 긴장감을 자아내기는 커녕
아 빨리 마지막 수송기 박살내고 액션 안나오나...싶은 구색맞추기 처럼 보였습니다.
어쩌면 이것마저도 를 위해 희생된 빅픽쳐의 일부가 아닐까요.
토르:천둥의 신 이 그랬고, 퍼스트어벤저가 그랬었죠.
아무튼 와칸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이제 별 기대가 안되구요
흑형들이 우르르 나올거면 좀 더 힙-하고 스웩-넘치는 간지였으면 좋겠습니다.
외화 | 3131명이 읽었어요. 3.147.67.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