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면에서는 한공주를 보는 듯한 느낌도 조금은 들어요.
다만 한공주는 선량한 주인공에 대한 일방적인 폭력에 관한 영화인데 반해 거인의 주인공인 영재는 사실 그렇게 착하지도 않고, 나름 자신에게 다가오는 부조리에 저항할 줄도 압니다.
하지만 그런 저항은 영재가 지닌 위치의 한계로 인해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고 결국 일방적으로 속절없이 두들겨 맞게 되죠. 그 과정에서 심각하게 자존감이 훼손되고.. 그에 대한 반동으로 영재가 돈에 집착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일반적인 성장기를 다룬 영화와 달리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전혀 성장하지 못하고 끝나게 됩니다. 그런 주인공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어른이라는 양반들은 너만 힘든 거 아냐 그 정도 안 겪는 사람이 어딨나고 꼰대질이나 해댑니다. 이런 부분도 한공주랑 궤를 같이 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이런 희생자라는 위치에 있음에도 영재는 결코 선하게만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얌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하는 훈장질의 마음도 살짝 들지만 대단원의 시퀀스에서는 영재라는 한 불행한 인생을 헤쳐나가는 인물에 대한 연민이 파도치듯 휘몰아치게 되네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답게 영화는 지독할 정도로 사실적인 느낌에 기반하고 있는데, 놀라울 정도로 주인공의 행동은 객관적으로 서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말이 더 서글퍼지는 듯 하네요. 결국 이 따위인 세상입니다. 좆 같게도.
그나저나 포스터 참 느낌 있네요. 끈 하나 없이 떨어지는 인물이 영재가 종종 내뱉는 그럼 나는 누가 책임져주나 하는 대사와 딱 맞아떨어집니다.
방화 | 2667명이 읽었어요. 3.17.128.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