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정지훈씨 이게 어찌된 일이죠?
과격한 표현으로 서두를 열자면 스피드 레이서는 쫄딱 망했다. 한국에서는 개봉 3주만에 이미 흥행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미국에서는 간신히 10위권 안에 들어있긴 하지만 흥행 성적은 4000만달러 남짓으로 전세계 흥행을 모두 합쳐도 제작비의 25% 수준 밖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인 헐리웃 블록버스터들이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대 성공을 거두는 것이 흔해진 요즘 시대에, 첫 개봉 주에 제작비 전액 회수가 마치 유행처럼 되어버린 이 시대에, 이 정도의 대재앙적인 흥행 실패는 기록적인 흥행 대박 못지 않게 흥미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워쇼스키 형제가 메가폰을 잡고, 대단한 거금이 투자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만 인정 받는) 월드스타 비가 나오는 헐리웃 블록버스터가 이렇게 쪽박을 차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도저히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스피드 레이서가 극장에서 내려지기 전에 간신히 짬을 내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리얼 진땡 Speed!!! 달려 지훈이 횽아!!!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스피드 레이서는 60년대 일본 TV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또한 이미 스피드 레이서를 관람한 전국 70만명에 의해 입소문이 쫘악 퍼졌겠지만 스피드 레이서는 초딩들도 영화를 보다 피식피식 비웃음이 터져나올 수 있는 그런 수준의 낯간지러운 영화이다. 이미 식상할만큼 식상한 기존 헐리웃 블록버스터들 보다도 식상한 이야기와 일본 오타쿠들이나 열광할법한 웃음 코드, 정신차리지 않고 보면 당최 뭔 소린지 알기 힘든 정신없는 초반 편집은 스피드 레이서의 흥행부진을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이유가 될법하다. 하지만 스피드 레이서의 레이싱 장면에서만큼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TV나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예고편에서는 마치 스파이키드 3D를 연상캐하는 눈에 팍팍 띄는 CG로 떡칠이 되어진듯 보이지만 극장의 스크린에서 느껴지는 스피드 레이서의 레이싱 장면은 리얼 진땡 장난이 아니었다. 비록 3D라는 것이 빤히 느껴지고, 자동차들의 움직임은 물리적 법칙을 깡끄리 무시해버리지만 영화의 속도감만은 여지껏 나온 그 어떤 영화 보다도 빠르고, 강렬하다. 메트릭스의 격투씬을 자동차 레이싱으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의 레이싱 장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분되고 즐거운 볼거리였다. 유치찬란한 광고 문구지만 이 영화는 분명 '액션 혁명'(보다는 '시각 혁명' 쪽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지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만한 영화였다. 하지만 이미 전국 대부분의 극장에서 내려버린 탓에 이 즐거운 시각혁명을 많은 사람들이 좁은 TV와 컴퓨터 모니터로 즐겨야 된다고 생각하니 살짝 안타까운 마음이 남는다.
신경을 끄지 않을 수 없는 정지훈, 박준형
비를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 사람중 하나로써 이번 스피드 레이서에서의 비는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연기력이나 캐릭터, 스크린빨(인간적으로 너무 못생기게 나왔다)이 썩 흡족하지 못하지만 첫 헐리웃 진출작 치고는 적절했다고 본다. 비록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뭐 그것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고, 앞으로도 차근차근 한단계씩 밟고 올라가서 헐리웃에서도 나름 인정받는 배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준형이 횽아는... 할말이 없다... 단 세컷... 대사도 없고... 주인공에게 '죽어라!!' 한마디 하면서 장렬히 산화하는 역할이었으면 그나마 괜찮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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