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는 장르의 특성상 친절함과는 관계가 소원한 편이다. TV 드라마가 42.195km의 마라톤이라면 영화는 100m 단거리 달리기와 같다. 2시간여의 짧은 시간은 제작자가 의도한 이야기를 펼치기에도 부족하기 쉽상인 시간이며, 따라서 관객들을 위한 영화 내용의 친절한 설명은 바라기 힘든 소망이라 볼 수 있다. 이 '21'라는 스프린터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달리는 동안 달리기를 구경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영화 또한 다른 달리기(영화)들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 된다. 첫번째는 사전에 미리 달리기 내용에 대한 어느정도의 정보와 이해를 한 뒤 보는 방법, 두번째는 이게 뭔 달리기인지, 무슨 방식으로 달리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달리기 내용과 결과를 받아들이는 방법, 마지막으로 뒤늦게 호기심과 탐구열이 발동하여 달리기가 모두 끝난 뒤 달리기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얻는 방법, 이렇게 세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21'은 두번째나 세번째의 접근법으로 영화를 보았을 경우엔 영화가 재미없고 지루할 확률이 매우 높으며, 따라서 필자는 첫번째 접근법을 추천하는 바이다. 그것은 바로 블랙잭과 카드 카운팅에 대해 간단한 뇌이버 검색 정보라도 습득하고 영화를 볼 것!(타짜 4부나 영화의 원작 같은 것을 보고 영화를 보면 더욱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찌하여 주인공들은 저런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떼돈을 버는 것인가? 모피어스 아저씨는 뭐 하는 사람이길래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것일까? 라스베가스는 도대체 어떻게 굴러가는 곳이지? 등의 정보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가 큰 영화이다.
#2.
영화 속 대사 중 하나가 이 영화의 특성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카드 카운팅은 도박이 아니다.' 그렇다. 카드 카운팅은 도박이 아니며, 따라서 카드 카운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 또한 엄밀히 말하자면 도박 영화라고 말하긴 힘든 영화였다.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아마도 도박영화의 탈을 쓴 짬뽕 청춘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라운더스나 타짜에서의 도박판과 같이 짧고 굵은 한판이 주는 쾌감을 기대하고 봤다간 실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원작 소설의 그런 디테일한 카드 카운팅 팀 이야기도 좀 부실했고, 이것은 원작 소설 팬들의 실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설 속의 카드 카운팅 모습들이 현란한 화면으로 재현된 모습, 지나치게 과장되지 않은 현실적인 이야기, 원작과는 다른 흥미로운 결말등등이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였다.
#3.
영화가 현실적이라는 것은 영화 속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MIT 생활 장면들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아아 공대~ 아아 공대생이여~ 이 한탄이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같은 공대생의 한명으로써 차마 글로 쓰기엔 눈물이 앞을 가리어 자세한 것은 영화를 통해 느끼기 바란다. MIT의 천재 학생들조차 로봇 경진 대회가(그것도 대회의 대상인데!!) 카지노 도박판보다 얻는 것이 못하다는 인식을 하는 것은 지금 당장 범인류적으로 심각히 고찰해봐야 될 문제가 아닌가 싶다.(막 울면서 키보드를 쾅쾅 내려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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