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대부분의 공포영화를 볼 때
공포의 대상이 정체를 드러내고 전면에 나서면 그때부턴
비주얼이나 깜짝놀라는 것 빼면 심리적으로 진짜 공포스럽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많이 없어진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래서 영화 전개부에서 공포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걸 이용해서
얼마나 분위기를 잘 쪼고, 실체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이 대상이 갖는 무서운 속성을
잘 녹여서 관객에게 이해시켜주는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가져가야할 그런 영화의 전개부분을
주인공(염정아)이 갖는 심리적 상처와 한을 묘사하는데 거의 다 써버려요.
근데 또 염정아씨가 연기도 잘하고 심리묘사가 탁월해서 공감도 잘되고 정말 슬프더라구요
암튼 영화가 되게 안타깝고, 공감되게 심리적 상처를 잘 묘사한거까진 좋은데,
이때까지는 그냥 기분나쁜 일이 일어나는 마을에서 찍은 슬픈영화같아요.
결국 후반부에 귀신(장산범)이 등장을 하긴 하는데...
그냥 등장을 해요...
전설의 고향같은 회상씬 하나 보여주고 퉁치면서, 진짜 말그대로
이제 기가 허해졌으니 본격적으로 귀신이 보일꺼야~ 이런식으로 귀신을 등장시켜요.
그래서 피칠갑한 성대모사 달인이 여기저기서 갑툭튀하면서 주인공한테 달려드는데
그냥 극혐으로 생긴 놈이 쫓아온다는거 말고는 공포의 요소가 없어요..
그냥 깜짝 깜짝 놀라긴 하는데 바로바로 휘발되버리는 공포?
쟤가 왜 쫓아오는지도 모르겠고 쫓아와서 나한테 뭘 하려는지도 모르니까
왜 무서워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꿈에도 절대 안나올거같은 느낌?
아무래도 만들면서 놀래키는 것과 무서운 것 사이에서 혼동이 좀 있었던것 같아요.
나름 장산범 전설을 매력적으로 잘 살려주길 바랬는데
좋은 국산 공포캐릭터 하나 허투루 쓴거같아서 아쉽네요
뒤로 갈수록 디테일이 떨어지는것도 아쉽구요.
후반부 동굴씬은 진짜 조명감독이 누군지 화면이 너무 밝아서 인디아나 존스인줄 알았네요;
암튼... 이걸.. 왜 공포영화라고 찍었는지....
암튼 전 많이 아쉬웠네요...
방화 | 3084명이 읽었어요. 18.221.1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