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 중 하나로써 정말 감사하게도, 세상에는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이는 배우들이 여럿이 있다. 최근 본인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누기 시작하였다. 첫째로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만 그것이 너무도 맛깔스러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배우이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그 사람이 연기를 하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스크린 위에서 원래의 배우가 아닌 마치 그 존재 자체가 되는 배우가 있다. 전자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크리스토프 왈츠(Christoph Waltz)와 같은 배우라면 영화 '링컨'의 주연을 맡은 데니얼 데이 루이스(Daniel Day-Lewis)의 연기는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일 것이다.
아카데미 최초 남우주연상 3회 수상으로 익히 알려진 데니얼 데이 루이스는 영화 '링컨'을 통해 마치 그때 그 당시 살아있는 링컨을 직접 찍은 것 같은 연기를 선보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실제 살아있는 링컨을 보지도, 잘 알지도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데니얼 데이 루이스를 통해 느끼는 링컨은 어디까지나 연출자와 제작진, 배우의 상상을 통해 재구성된 모습이지 실제의 링컨이란 인물을 찍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재구성된 모습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막연히 존재하는 링컨 혹은 그와 같은 정치인의 모습에 부합할 때 우리는 (분명 허구로 재구성되었지만) 실제의 살아있는 링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즉, 링컨을 연기한 데니얼 데이 루이스의 미친듯한 연기력의 이면에는 분명 그 자신의 연기력 못지 않은 연출자와 제작진 그리고 다른 배우들의 엄청난 준비와 재능, 조력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아카데미 시상식 12개 부분 노미네이트를 통해 증명되는 사실이다. 단순히 한 두 가지가 뛰어난 영화였다면 우리는 이렇듯 살아있는 링컨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연출부터 촬영, 각본, 음악, 배우의 연기까지 영화의 모든 기본기가 살아있기에 이렇게 최고급 정치 역사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분명 링컨은 모든 이들에게 재미있는 영화라고 말 할 수는 없다. 모든 이들이 정적이고 대사가 많으며 복잡한 정치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모든 이들에게 데니얼 데이 루이스가 미친듯한 연기력을 선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분명 영화 링컨은 보는 이에게 최고급 성찬을 맛보는 듯한 황홀경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 탄식이 터져나오며 다시 처음부터 보고 싶은 영화 바로 링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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