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애니메이션의 해
2008년도 어느덧 반년이 훌쩍 지나고 4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 2008년도 여러 영화 개봉 라인업이 떴을때 다들 자신만의 기대작들을 꼽아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올해는 액션 어드벤쳐의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기대했을 것이다. 그만큼 돌아온 존스 박사와 미이라 군단의 위세는 막강해보였고, 거기에 아이언맨, 헐크, 핸콕, 배트맨등의 더 없이 강력한 헐리웃 영웅들이 합세하니 감히 중궈 황인종 동네에 사는 팬더 곰탱이나 한 두세물은 지나간 쌍팔년도 이티를 닮은 고철덩이 로봇의 이야기는 도저히 낄 틈이 없어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2008년은 쿵푸 마스터 포우(쿵푸팬더)와 신인류의 구원자 월-E의 것이라고 말이다.
놀랍고도 놀라우며 놀랍도다!
올해 지금까지 개봉한 영화들 중 가장 액션이 뛰어난 영화를 꼽는다면 어떤 영화를 꼽을 수 있을까? 아이어맨? 테이큰? 개인적으론 쿵푸팬더가 단연코 뛰어난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상상하기 힘든 등장인물들의 액션 모션들과 얼을 빼놓기에 충분한 카메라 움직임등이 절로 감탄이 나오는 영화가 바로 쿵푸팬더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지금까지 개봉한 영화들 중 가장 감수성을 자극하는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크로싱? 님은 먼곳에? 그것은 바로 월-E였던 것이다.
700년간 지구상에 홀로남아 본인에게 남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영화 초반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쓰레기들 속에서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내 간직하며 추억하는 모습, 옛날 옛적 뮤지컬 영화 안에서 남녀의 모습을 보고 사랑을 꿈꾸는 모습, 손을 맞잡는 단순한 움직임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변한다는 월-E의 못말릴 아날로그적 감수성은 환경파괴에 지구가 신음한다는 친환경 캠페인적 영화 내용과 맞물려 우리 자신의 모습을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따지고 보면 월-E야 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훈남'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토록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수성을 자극하는 캐릭터를 단지 쓰레기를 처리하는 능력 밖에 없는 단순한 로봇을 이용하여 완벽하게 표현해냈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픽사의 애니메이터들에게 경이를 표하게 만든다. 지나친 과장이 아니냐고? 기능도 제한적인 월-E가 만들어내는 표정, 행동, 어감(그렇다; 단지 월-E~? 혹은 이브~?라는 말 밖에 못하는 주제에 어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을 보게 되면 과장된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이런 대단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밑바탕이 된 픽사의 애니메이션 기술력에도 놀랄 수 밖에 없다. 쿵푸팬더에서 동물들의 의인화와 질감, 동양적 표현방법에 감탄을 했다면 월-E에서는 멸망해버린 지구를 표현해내는 능력, 줌인 될수록 더욱 실사같이 느껴지는 퀄리티, 잠시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음악등의 놀라운 수준이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올린 픽사의 기술력에 대해 새삼 감탄하게 만든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만 보는 것인가?
이런 대단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월-E 또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야기의 단순함이다. 쿵푸팬더와 월-E 모두 아무래도 주 고객층이 저연령층이기 때문에 극과 인물의 구조가 매우 단순하고,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지나치게 뻔하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도 해외에서는 비교적 키덜트 문화가 많이 발전하여 애니메이션도 흥행이 곧잘 되지만 국내에서만큼은 아직 어림없는 모양이다. 월-E 또한 쿵푸팬더 못지 않게 재미있고, 어른들도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국내에서 쿵푸팬더의 성공에 비한다면 월-E는 지나치게 형편없는 대접을 받고 말았다. 만화나 게임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깨지는 날이 찾아오는 때가 우리나라가 진정한 문화컨텐츠 강국이 되는 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혹시나 아직 주변에 월-E가 상영중인 극장이 있다면 자녀, 조카, 동생등과 함께 손을 잡고 극장 나들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린시절 감상하는 이러한 명작은 어지간한 학교 공부보다도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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