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체는 굉장히 잘만들었습니다.
난잡한 캐릭터들 등장에 비해 스토리 진행은 매끄러운데, 특히 시빌 워때 감명받았던 루소 형제 특유의 배배 꼬여있는 스토리 라인을 결국 풀어내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액션씬 연출 또한 영웅적인 캐릭터들의 활약과 함께 군대와 군대의 전쟁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웅장한 분위기 조성이 잘 되었구요.
그리고 MCU 특유의 적절한 위트도 빼놓을수 없는데 특히 코믹북에서 크게 이슈가 되었던 블루 스컬 이벤트를 영화에서 그런식으로 삽입할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네요. ㅋㅋㅋ
아쉬운점이라면 인피니티 워에서 아예 비중이 없던 호크아이의 비중을 늘린건 좋지만 그의 무법자 행적과 극적인 대비를 위해서 초반에 가족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게 아닌가 하는 점이랑
'정치적 올바름' 캐릭터들, 대표적으로 캡틴 마블이 스토리 텔링 부분에서는 사각턱만 삐죽거린 주제에 전투씬에서는 아예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으로 활약한다는게 좀 거부감이 드는 수준이라는거 정도네요.
타노스 말대로 그냥 필연적으로 일어나야 할 일들이 일어났고 마무리 되었습니다.
떡밥도 딱히 없고 주연급 캐릭터들도 많이 뒤안길로 사라져서 이 한편으로 세계관의 피리어드를 찍어도 될 정도네요.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인터스텔라에서 말한 '머피의 법칙같은 영화' 입니다.
2. MCU : 수장이 없어
무조건 원리원칙만 고수하는 주제에 능력은 평범 그자체라 사고터지면 실질적인 해결책 없이 그냥 열심히 뛰어다니기만 하는 블루스컬 스티브 로져스와 중요한 이슈마다 등장하여 일종의 와치맨 역할을 하던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도 세계관에서 물러났지만
무엇보다 MCU 세계관의 창업군주나 마찬가지인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영웅적인 행동 끝에 사망처리되어
그 많은 캐릭터중 누군가가 수성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MCU를 다른 세계관과 가장 차별화 시키는 아이언맨의 캐릭터를 꼽자면
-. 세계관내에 큰 영향을 줄만한 위치 : 위력, 재력, 권력등이 세계관 내에서 최고급의 위치라서 스토리상 어디에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영향력
-.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행동 방식 : 조금 느슨하게 가다가 방향을 바꾸더라도 설정 충돌없이 스토리 진행이 가능
-. 절대선도 절대악도 아닌 입체적인 캐릭터 : 주요 이벤트마다 분기점과 주조연간 갈등을 만들어내면서도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게 가능
-. 지적 능력, 특히 과학/공학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캐릭터 : 청소년기 관객들의 호기심 자극
이 정도가 될듯 합니다.
사실 DCFU를 비롯한 다른 세계관 주연들의 최대 약점이 저겁니다.
존나 완전 무결한 메타휴먼이 주연을 맡고 있으니
걔들끼리 대립을 하더라도 남의 일처럼 느껴져서 뭐 그러시던가(코팜) 스탠스로 보게 되고,
걔들이 과학적으로 뭘 하더라도 결국 힘싸움으로 가서 이길테니 나중에 어떤 결과가 올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존나 진지빠는 인간들만 득실거리다보니 감독/각본이 바뀌어서 캐릭터 스탠스가 좀만 바뀌어도
쟤가 원래 저런 애가 아닌데 싶은 위화감만 강하게 들거든요. (이건 MCU 토르도 그랬음)
이제 MCU/어벤져스의 차기 수장을 맡을만한 캐릭터라면
스파이디, 캡틴마블, 스타로드, 블랙팬서, 닥터스트레인지 정도가 될듯 한데
-. 스파이디
마블 세계관 최대 인기 캐릭터이면서 위에 언급된 아이언맨의 캐릭터를 재산빼고 그대로 물려받는다고 해도 위화감이 없는 수준인게 장점이지만
현재 MCU의 피터 파커는 너무 어린데다 배우의 인지도도 높지 않고 무엇보다 소니가 아직도 캐릭터 권리를 쥐고 있다는게 가장 뼈아픈 약점입니다.
-. 캡틴 마블
일단 MCU에서 보여주는 능력은 최상급이고, 요즘 헐리웃 영화판 최대의 이슈인 정치적 올바름에 부합하는 캐릭터인지라 스튜디오에서 무지막지한 푸시를 가하고 있지만
갑자기 튀어나와 아직 설정 자체가 확립되지 않은데다 지구보다 우주 전체를 관리하는 타입이고 DCFU의 슈퍼맨 포지션인지라 등장할때마다 영화내 갈등이 허무하게 해결되면서 진지빨고 개노잼되는 최대 약점이 있습니다.
-. 스타로드
스쿼드를 이끄는 리더 역할은 검증되었고 유쾌하면서 돌발행동이 잦아 스토리 진행에 유리한 면은 있지만
캐릭터 설정 자체가 어머니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에 지구를 회피하는 상황이라 지구에서 어벤져스를 이끌기 보다는 가오갤 리더로 머무는게 더 나은 상황이네요.
-. 블랙팬서
세계관 최강급 국가의 군주이면서 막강한 부와 과학력을 자랑하는 캐릭터이지만
캡틴 마블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올바름에서 자유롭지 못해 항상 선할수밖에 없는 굉장히 경직된 캐릭터라서 스토리를 이끌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 닥터스트레인지
세계관 최강급 능력을 가진 캐릭터이면서 모든 이벤트를 알고있고 관여할만한 위치이지만
소서러 수프림이라는 캐릭터 특성상 기계적에 가까운 절대 중립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 갈등 유발/봉합은 어려운 약점이 있습니다.
이중 누군가 MCU의 진정한 수성 군주되어 세계관을 태평성대로 이끌어갈지
아니면 이번에 디즈니가 합병해버린 20세기 폭스의 X-맨이나 갑툭튀한 그 외 누군가가 세계관을 찬탈해갈지
그것도 아니면 이제 어벤져스같은 연결 고리는 약하거나 없어진 채로 두고
각 캐릭터들별로 독립적으로 스토리를 진행해가는 춘추전국시대나 군웅할거시대가 될지
싫든 좋든 요즘 영화판에서 관객, 배우, 돈의 흐름이 가장 집중되는 MCU에서 벌어지는 일이다보니
기대도 되면서 걱정도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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