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몽은 과거의 기억을 잃은 사이보그 갈리(북미판 이름 알리타)의 성장을 다루는 작품이다. 문명이 적당히 망해버린 디스토피아적 모습과 사람과 기계의 모습이 모호하게되어 버린 미래 세계관. 그속에서 고뇌하는 등장인물들을 보며 어느새 총몽은 나의 인생 만화로 자리잡게 되었다.
제임스 카메론이 헐리우드에서 총몽을 실사화 한다는 소문이 돈지 20년이 되었다. 처음 루머가 돌았을때 나를 비롯한 총몽의 팬들은 매우 들떴었다. 하지만 그런 설램도 10년이 넘게 지나자 기다림에 지쳤고 오히려 듀크뉴캠포에버같은 괴작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심만 커져갔다. 그리고 어제 긴 기다림과 카메론에서 로드리게스로 감독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끝에 알리타가 개봉했다.
개봉 첫 날 IMAX 3D로 알리타를 관람했다.
알리타는 일본만화 실사화물 중 최고의 작품이다.
이드가 고철마을 쓰레기장에서 갈리를 발견하고 그녀를 되살리는 첫 시퀀스는 소름돋을 정도로 나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장면하나 대사하나 빠지는 것 없이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가며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3D로 완벽하게 구현했기 때문이다. 갈리가 눈을 뜨고 걷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속에서 아련한 감동이 피어올랐다.
원작의 스토리와 많은 등장인물의 모습을 영화한편에 우겨넣느라 엉망이 될거라는 예상은 기우에 불과했다. 물론 이드와 유고 등 주요 인물들의 심리 표현과 총몽 세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긴 했지만 극을 해칠만큼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후속작이 무조건 나올 것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이 이를 해결해준다. 관객들의 궁금증은 이 후 작품에서 풀면될테니.
알리타를 개별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로 봐도 훌륭했다. 전투씬과 모터볼씬은 그 자체만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F1 레이싱에 로봇배틀을 더한 듯한 독특한 스포츠 모터볼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아이맥스 입체화면 속에서 시속 수백km로 질주하며 파괴하고 부서지는 장면은 전율을 일으킨다.
다른 사람도 아닌 로버트 로드리게스 다운 파괴만큼은 원작을 뛰어 넘은 것 같다. 비록 사이보그지만 신체가 수도없이 산산조각나는 그로테스크하고 고어한 모습의 표현에서 로드리게스를 따라잡을 사람은 없었을 것 이다.
이상하게도 잔인, 폭력성으로는 19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지만 알리타는 12세 관람가이다. 피와 살로만 이루어진 사람이 아니라 금속으로 이루어진 사이보그들이 부서지는건 심의 대상이 아닌가보다. 영상물 등급 위원회는 그들을 인간이 아닌 기계로만 취급했던 것일까.
총몽이라는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주요한 테마가 '인간과 기계의 경계란 무엇인가' 이다. 전자두뇌에 피와살로 이루어진 육체를 가진 존재. 인간의 두뇌에 금속으로 이루어진 육체를 가진 존재. 어떤 존재가 인간인가에 대해서 고뇌하고 끊임없이 갈등하는 작품에서 사이보그는 사람이 아니니깐 잔인하게 부서지는 모습도 상관없다는 영등위의 등급선정은 우리에게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
독립적인 영화만으로 알리타를 보자면 그럭저럭 잘만든 제작비값 하는 AAA급 영화이다. 거기다가 팬심을 더하자면 이런 메이저 퀄리티로 실사화 시켜준 것에 대한 압도적 감사로 별점을 무한정 날리고 싶다. 약간의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이제 첫 시작이고 후속작이 나오면서 그 부분이 채워지리라 믿는다.
신이 된 사나이 저슈건과 세상의 구원자 갈리의 만남을 기대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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