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심에는 고베어, 미첼, 그리고 콘리가 있었습니다.
고베어는 강력한 인사이드 수비로 상대의 골밑 공격을 봉쇄해버림과 동시에,
약간 늘어난 공격 범위(슛 범위X)로 득점도 20점 안팎으로 해줬죠.
미첼은 해당 기간 동안 근 30점 남짓한 득점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논란이 되던 '효율성' 문제에서도 큰 발전을 거두었죠. 물론 이는 또다른
공격 옵션인 보그다노비치의 덕을 봤습니다.
콘리는 그동안 유타의 전술에 전혀 녹아들지 못하는 동시에, 노마크 3점도
제대로 못 넣던 와중,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리고 재즈는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죠. 콘리를 대신해 볼 핸들링을 맡은 건 미첼과 잉글스였고,
특히 잉글스는 해당 기간 동안 꾸준한 어시스트를 보였습니다. 득점은 다소
기복이 있었습니다만, 팀에서 잉글스에게 요구한 건 그게 메인이 아니니
보너스라고 봐야겠죠.
그런데, 최근 유타는 3연패를 당했습니다. 콘리가 돌아와서는 아닙니다.
콘리는 연패 중 잘 하기도 했고, 못 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콘리가 아니라
유타의 공격 전술과 수비 전술이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붕괴되었다는 거죠.
유타의 공격은 고베어의 스크린을 기점으로 해 핸들러가 안으로 돌파하고,
도움수비가 오면 외곽으로 볼을 돌려 3점으로 폭격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와중에 도움 수비 없이 빅맨이 돌파를 막으려 하면, 고베어가 볼을 받아
한 두 걸음 걸어(이게 예전과는 달라진 점입니다.) 덩크를 꽂아버리죠. 근데
이게 큰 약점이 있습니다. 외곽의 3점 슈터들이 슛 감각이 나쁜 날에는
그야말로 답이 없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투맨게임의 수비에 강한 경우에는
핸들러에게서 고베어에게 볼 전달이 잘 안되고, 이리 되면 상대는 외곽의
수비를 단단히 해 유타의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되죠. 이전의 상승세
시기에는 상대 수비가 이 정도 레벨은 아니었던 것도 있고, 유타의 3점이
워낙 잘 터지기도 했었는데, 3연패 중에는 상대가 강팀이거나, 오픈 3점도
못 넣는 난조가 동반되거나 했습니다. 문제는 유타의 공격 전술은 일견 꽤
완성도가 높아 보이지만, 이게 안 되는 경우 플랜 B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미첼 고 아니면 보얀 고 수준입니다. 그나마 조던 클락슨의 합류로 이런
어거지 공격의 선택지가 늘긴 했지만, 이런 걸 해서 강팀의 수비를 깨는 건
르브론이나 듀란트 같은 최종병기나, 최근의 릴라드 같은 초장거리 폭격기
수준이 되어야 가능하겠죠. 물론 유타에 그런 레벨의 선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안타까운 게 고베어입니다. 물론 고베어는 이번 시즌 스텝업을 좀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단독으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부족합니다.
저번 휴스턴과의 경기에서는 2미터가 안 되는 터커가 상대였는데 인사이드
장악에 실패합니다. 물론 터커는 힘이 매우 좋은 선수지만, 고베어의 키를
생각하면 사실 이해가 안 되는 경기였죠. 그런데, 사실 고베어는 상대가
누구든, 인사이드에서 1대1 승부는 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투맨게임이죠.
이걸 개선하지 못한다면, 고베어 개인도 유타 재즈라는 팀도 여기까지겠죠.
수비...
유타의 수비가 이번 시즌 들어 약해졌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페이버스와 재 크라우더가 나가고, 빈 포워드 자리에는 보얀과 데이비스가
들어왔는데, 보얀은 공격 몰빵형 선수고, 데이비스는 '앤서니' 데이비스가
아니라 '에드' 데이비스인지라 리바운드 전문이지 림 프로텍터는 아니죠.
페이버스와 크라우더가 상당히 좋은 수비수였음을 생각하면 팀의 밸런스
축이 공격 쪽으로 기울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마지막 희망이 바로
고베어입니다. 인사이드를 혼자서 지킬 수 있는 백투백 DPOY. 고베어를
믿고 유타 수비진은 더 전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강팀들은 다들
고베어를 무력화할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아니, 다들 알죠. 단지 수행할
자원이 없을 뿐. 기본적으로 고베어는 외곽 수비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가로수비가 치명적으로 약하죠. 스크린을 통해서
상대 핸들러가 고베어와 대치하게 되면 일단 유타 수비는 붕괴된다고
봐도 됩니다. 여기서 그 핸들러가 고베어를 요리할 수 있으면(하든이나
릴라드처럼 돌파와 3점이 다 되면 완벽하죠), 유타는 대량실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르브론이나 쿰보처럼 압도적인 돌파력을 갖고 있어도, 고베어
혼자서 제어할 수 없죠. 뭐, 르브론이나 쿰보를 혼자서 막는 빅맨 자체가
별로 없긴 한데, 유타는 믿을 수비수가 고베어 뿐이고, 앞선에서 미리
막아줄 에이스 스토퍼가 없으니 더 치명적입니다. 전 시즌에는 이럴 때
페이버스를 고베어 대신 투입해서 진화할 수 있었는데, 페이버스를
보내고 나니 이럴 때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기 쉽죠.
아까 콘리 트레이드 '썰'이 나왔을 때 제가 괜찮다고 본 것이, 포르티스
같은 포워드는 고베어를 제외하는 스몰 라인업의 빅맨을 보기에 제법
좋은 조각이 될 것 같아서였는데, 썰은 썰일 뿐인지라 아쉽게 됐습니다.
고베어는 분명 좋은 빅맨입니다. 아까 공격 얘기에서 저는 "고베어는
상대가 누구든, 인사이드에서 1대1 승부는 하지 않습니다." 라고 했는데,
상대도 고베어를 상대로 인사이드에서 1대1 승부는 하지 않습니다.
떡블락 예약이니까요. 하지만 요즘 시대는 센터도 외곽까지 나가서
수비해야 하는 시대인 만큼, 고베어의 약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끝끝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골스 상대하는 팀들이 스위치를 통해
줄기차게 커리하고 매치하는 거 보셨죠? 고베어도 마찬가지에요...
제발 한 단계 더 올라가자 고베어ㅠㅠ
NBA | 1854명이 읽었어요. 13.58.8.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