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치즈키 카린 - 웃을 수 없는 이유

오랫만에 화석 하나 털어봅니다

이 양반의 다른 작품 스위치에 대한 내용은 이쪽 http://rgr.kr/bbs/view.php?id=animation&no=3328

지금 이 책이 본가 어느 구석에 쳐 박혀 있는지 알 수 없어서.. 그냥 예전에 썼던 글만 살짝 다듬어 볼 거에여..

어린 시절 좋아하던 아이에게 "니 웃는 얼굴 되게 추해 이 못난아"라는 소리를 들은 이후

무슨 일이 있어도 웃지 않게 된 카나코와 카나코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에이지,

그리고 그 에이지를 좋아하게 된 에이지 친구의 누나 레이코가 주인공인데..

조금 특이한 점은 보통의 작품의 경우에는 주인공을 한 명으로 잡고 모든 사건을

(가끔 예외적인 상황이 있긴 하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서술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덧붙이는데 반하여

웃을 수 없는 이유는 작품에서의 서술자가 계속 바뀌어간다는 겁니당...

처음엔 카나코였다가 어느 사건은 에이지가 또 어떤 사건은 레이코가 서술자가 되어

각각의 입장에 따른 사건의 해석과 감정을 보여주는데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의 차이가 사실은 되게 단촐한 플롯을 굉장히 풍성하게 만들어 주죠..

카나코는 에이지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에이지가 그녀에게 하는 말은 뭐든지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에이지는 사실 그녀에게 추녀라고 말한 것도 형에게 웃어주는 그녀에 대한 질투심일 뿐이었고

사실은 좋아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오해를 풀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안절부절하다가 결국 카나코를 또 괴롭히고 마는

아... 뭔가 보는 입장에서 요 귀여운 꼬맹이들의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즐거워지는 구도가 만들어집니당..

레이코는 또 에이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카나코에게서 에이지를 빼앗지 못하고

결국 에이지의 등을 밀어주게 되는데.. 에이지는 레이코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결국 그저 속은 좋은 사람 (입은 시끄럽지만) 정도로 인식하게 되는... 이러한 관점들의 차이를

서술자를 돌려가면서 서술한다는 방식으로 표현하여 자잘한 사건들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줍니당..

이걸 그냥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돌려버리면 되게 재미없겠죠 ㅋ_ㅋ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단순히 구성적인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구..

모치즈키 카린 특유의 정서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조명과 사춘기 시절의 산뜻한 두근거림과 토라짐이라고

하는 감정의 기복을 잘 그려내면서 (스위치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런 점이..)

작품 전반적으로 큰 부담 없이 그렇지만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만 없는 적절한 깊이를 유지하고 있어여..

같이 실린 단편들은 모치즈키 카린의 정서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조명이 잘 나타나고 있는데,

[JUNK]나 [상처]를 보면 본편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게 느껴질 거에여...

저도 처음 봤을 때 참 충격을 많이 받았던 단편들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단순히 어두움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부정승차]나 [초록 아이]

같은 단편들을 통해 볼 수 있을 거에여..

단 네 권만으로도 여러 개의 관점과 서술이 버무러져 있는 굉장히 버라이어티한 느낌을 주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인데

솔직히 지금 보면 좀 후져 보일 수도 있으니 오픈 마인드로 즐겨주시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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