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여자여자 부르셔서 여자사진 몇 장 올립니다. 병신모쏠아다라 여자를 잘 몰라서 사진도 개판인 점 양해바랍니다.
- 무르만스크 (Мурманск)
드디어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몹시 흥분되어왔읍니다. 이윽고 공터에 차가 서고, 밖으로 나와 바라본 하늘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었습니다.
운전기사에게 예스찌!(있어!) 라고 한건 뭘 보고 그런거냐 하고 물으니 다른 팀 차량 불빛을 보고 착각한 것 같다고 머쓱하게 웃더라구요.
그래도 순박한 그 웃음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고 맘이 풀리기는 커녕 부글부글 끓더군요. 어제오늘 칼바람 맞아가며 허탕 친 시간이 너무 허무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어르신들도 이젠 돌아가서 쉬자 피곤하다며 차안에서 잠깐 눈을 붙이시는데 너무 죄스럽고 자책감이 들더군요 뉴뉴
숙소로 돌아와 어르신들 잠자리를 봐드리고 잠깐 밖에 나오니 어두운 러시아 하늘이 저를 더 짓누르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렇게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면 안될것 같은 조급함이 생겨 급하게 세르게이한테 문자를 보냈습니다. "혹시 백마좀 탈 수 있냐"고 말입니다.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 와서 알량한 자연현상 하나 보러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세르게이한테도 일말의 미안함이 있으면 다른 오로라 라도 보여주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은 아 시발쿰이었고 눈 앞엔 말로만 듣던, TV로만 보던 신비로운 자연현상이 제게 어서와 오로라는 처음이지 하며 인사하고 있었읍니다.
오로라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가까이 왔다가 멀리 도망가고, 길어졌다가 짧아지고, 여러개가 되었다가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벌린채 하늘만 바라봤던 것 같습니다.
이 것을 보려고 그렇게 개지랄을 떨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정말 직접 보지 않으면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가 힘듭니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 또는 다른 투사체를 통해 보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하나 있읍니다.
그것은 바로 색깔이에요. 사진으로 보면 초록색일때도, 붉은색일때도, 보라색일때도, 푸른색일때도 있는 색색깔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직접 눈으로 볼 때는 그냥 흰색입니다.
언뜻 보면 구름 같은데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구름과는 달리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입니다.
오로라를 천상의 커텐이라고 표현하는데, 마치 창문을 열어놓은 바람에 커텐이 흩날리는 딱 그런, 혼자서 춤을 추고 있다고나 할까....발레리나가 무대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하늘에 재현된 듯한 느낌이에요.
물론 비싼 돈주고, 시간을 투자하며 힘들게 본 것이라 행복회로 오지게 돌리면서 봤던 감상임은 부정하지 않겠읍니다. 그러나 제 생각엔 오로라를 본다면 누구나 행복회로 풀가동으로 바라볼 거예요.
자연의 신비로움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제가 보였읍니다. 다른 사람들은 사진에 담으려고 열심히 애를 쓰고 있었고, 갤럭시는 사진이 찍히는데 아이폰은 안찍힌다고 성질을 내던 아가씨가 기억나는군요.
아무튼 추위도 잊은채 계속 바라보기만 했읍니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길이 없네요. 직접 보세요. 두 번 보세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사람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몸짓은 발레고, 자연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현상은 오로라 인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를 다 최상의 품질로 볼 수 있는 러시아로 오세요. 안뇬하쎄요 라씨야 관광청에서 나왔읍니다.(미침)
세르게이 이 장사꾼 아저씨는 차에 태우면서 우리에게 러시아 특유의 무뚝뚝한 발음으로 아유 하피? 라고 묻는데 크 존나 멋있었음
그날 밤 진짜 개꿀잠잤네요. 밤이 너무도 긴 무르만스크는 매 시간이 꿀잠타임이었지만 그 날은 유독 더 잠이 잘 온것 같습니다.
만약 이 날 못봤다면 정말 세르게이한테 이렇게 된 이상 백마라도 태워줘라 했겠지만 결국 본 관계로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죠.
무르만스크는 넉넉잡아 3박4일을 잡았기 때문에 이틀만에 오로라를 봐서 나머지 하루는 그냥 풀로 쉬었읍니다. 겨울에 무르만스크로 신혼여행 오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게 부인에겐 오로라 보자고 꼬시고 여기로 오면 할 것도 없고 낮도 짧으니(거의 없으니) 하루종일 호텔에서 개꿀잠 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도 해보았읍니다.
세르게이한테 겨울은 이렇게 오로라 보러 오는 사람들로 먹고 살고 여름은 어쩌고 사냐 물으니까 여름엔 하이킹이나 엑스포츠 하러 오는 사람들로 먹고 산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무르만스크에서의 여행을 뒤로하고 다시 공항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여객기에 몸을 실었읍니다.
2시간 반만에 도모데도보 공항에 도착하였는데 수하물을 기다리다가 화장실을 갔다 왔는데 어떤 러시아 젊은 부부가 저한테 익숙한 휴대전화를 내밀었읍니다.
아뿔싸, 병신같이 노래 쳐듣다가 깜빡하고 좌석에 두고 내렸구나....그런데 이걸 찾아주다니 너무 놀라서 어버버했읍니다.
알고보니 그 부부는 어린 자녀 두명과 제 대각선 뒤에 앉았었는데 어르신들이랑 아기들이랑 몸으로(?) 대화를 나눴더군요. 어르신들은 제 뒤에 앉아있었거든요.
그 모습을 보신 아버지는 저한테 걔네들이 저랑 자기네랑 일행인거 뻔히 알면서도 계속 우리 주변에서 너를 찾는 눈치더라, 직접 전해주려고 그랬나보다 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너무 고마워서 어떻게 고맙다는 길을 표현할 게 없어서 급한대로 한국 지폐 종류별로 꺼내서 그 부부에게 다가가 이거 한국 돈인데 고마움의 표시로 기념품이라 생각하고 받아달라 라고 했더니 한사코 거절하면서 우리 서로 친구라고 괜찮다고 말했읍니다.
전 어르신들께 이야기를 듣기 전이라 처음 본 사인데 뭔 친구냐고 그냥 닥치고 좀 받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아올랐지만 참고 알았다 정말 고맙다 90도로 한국식으로 깍듯이 인사하고 나왔읍니다.
참 거 몇번 어르신들이랑 말도 안통하는데 애들 우쭈쭈 해줬다고 친구라고 이렇게 친절을 베풀다니 러시아에 오래 산 저도 좀 놀랐읍니다.
제가 어르신들 때문에 일부러 호텔들로 잡은 것도 있지만 확실히 모스크바는 다른 도시에 비해 숙박비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다 비쌉니다. 허엉
모스크바로 다시 돌아와서 출국까지 2박 3일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 안에 재래시장가서 기념품 쇼핑을 하고 어르신이 차가버섯 분말을 사야된다길래 약국가서 싹쓸이 몇 번 때리고 북한식당에도 한번 더 가서 평양랭면 한사발 들이키고 드디어 마지막 날이 되었읍니다.
아 보통 모스크바에서 기념품을 살 땐 이즈마일로보 시장이란 곳에 가서 살텐데요. 여기 애들 세계 어느 시장을 가든 다 똑같겠지만 바가지 장난 아닙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면 아주 그냥 봉이지요. 저는 일부러 갈때마다 그래서 노어로만 말하고 현지 친구 끼고 갑니다. 이번에도 현지 친구 2명 불러서 데리고 다녔어요.
그게 안되면 무조건 일단 부르는 값에 절반 후려치세요. 다들 아시죠?
보드카나 쵸콜렛, 시베리아 할머니 화장품 같은 공산품들은 대형할인마트나 창고형 매장가서 사는게 제일 편하고 싸고요. 꿀은 콜로멘스코예라는 공원이 있는데 거기 3월이랑 9월에 꿀 축제를 크게 하거든요. 그때 거기서 사는게 최곱니다. 러시아 꿀 품질이 좋은게 얘네들은 설탕보다 꿀이 싸서 꿀에 설탕타면 미친놈 취급하는 곳이예요.(정보)
차가버섯은 크게 원형, 분말, 엑기스 이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원형은 시장에서 살 수 있는데 선물용으로는 보기가 좋아서 아무래도 원형 그대로 모습이 있으니까 이걸 원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사가면 일단 캐리어 짐 부피도 많이 차지하고 막상 한국가서 부숴서 달여먹을려면 여간 골치아픈게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엑기스랑 분말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요. 엑기스는 '베(v)푼(f)긴' 분말은 '빠마쇽 차가' 달라고 말하면 됩니다. 먹기는 엑기스가 편한데 효능은 분말 쪽이 더 좋다고는 합니다. 엑기스는 그냥 희석시켜서 마시면 되고 분말은 차처럼 우려내면 되는데 처음 차물은 하루정도 나오게 했다가 버리고 두번째부터 마시면 됩니다. 저도 안마셔봤기 때문에 자세한건 제품 뒤에 설명서 읽어보면 되겠읍니다.(노어로 적혀있다는건 비밀)
근데 차가버섯이 러시아에서 나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사람들한텐 그다지 인기도 없고 인지도도 없어요. 한국에서 훨씬 더 유명한 듯. 없는 약국들도 많아요. 물론 약국이 존나 많긴 하지만요. 몇천원이면 사니까 사달라는 사람 있으면 많이 사가세요.
뭐 저도 여러군데 돌아다니면서 싹쓸이 했읍니다 껄껄
한 곳은 러시아 친구랑 같이 갔는데 '다 줘' 라는 나의 말을 '다섯'으로 알아듣고 다섯개를 사다준 소소한 에피소드도 있네요.
제가 볼 때 러시아에서 사갈 건 이정도면 될 거 같습니다. 반대로 러시아 사람들에게 어떤 한국제품을 사다주면 좋아하냐고요?
이건 아이돌 음반이죠. 물론 그 상대방이 K-Pop 빠순이라는 전제 아래요.(우슴) 이상하게도 러시아에선 한국 음반CD가 구매가 안되요. CD가 배송금지 품목이거든요. 왜그런진 모르겠는데 근데 직접 사들고 오는건 또 괜찮음.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만찬은 아르메니아 레스토랑에 가서 샤슬릭과 힌칼리, 와인을 거하게 먹었읍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샤슬릭(꼬치구이)은 사실 캅카스 지역의 음식이죠. 힌칼리는 러시아의 뼬메니와는 다른 만두인데 훨씬 존맛이에요. 러시아에서 와인은 캅카스 지역의 와인을 최고로 쳐주는건 술 좀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죠.
그렇게 3주동안 러시아를 횡단하고 대한항공을 타고 왔읍니다. 땅콩이니 뭐니 해도 사실 국적기가 최고....에휴
그런데 하필 우리가 귀국하는 날이 인천공항 제2터미널 개장날이었읍니다. 오전 9시에 떨어졌는데 새건물의 어수선함이란...
KTX 티켓을 발권하는 곳을 못찾아서 지나가던 직원한테 물어봤는데 버스표 판매하는 곳에서 살 수 있다고 하더군요. 오오 버스판매소에서 열차 티켓을 살 수 있다니 역시 우리나라 IT강국을 외치며 버스판매소 아주머니께 KTX티켓을 달라고하니
아주머니께선 아침부터 웬 미친놈이냐는 띠꺼운 표정으로 여긴 버스표 파는 곳이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그냥 병신이 되었읍니다.
크 역시 누가 뭐래도 나의조국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제일 살기 좋은 곳입니다.
다함께 어머니 조국을 크게 부르짖으며 이상 똥글을 마치겠읍니다.
연재를 거듭할수록 점점 댓글이 줄어들어 황급히 끝내야겠읍니다.(우슴) 그동안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로지나 마찌 자뵷!!(Родина мать зовёт!! 어머니 조국이 부른다)
[어르신들의 여행후기]
- 내 생전 소오련 땅을 밟아볼 줄은 몰랐다.
- 개춥네 시벌거...어 한국이 더춥네 시벌거
- 로스케놈들 생긴건 드럽게 생겼는데 말 섞어보니까 존나 순박한거 보소
-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건 진짜 우리나라가 배워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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