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찍은 사진들이라 개판입니다. 사진 속에 진짜 개가 있는 점 사과드립니다.
1) 네바강변. 여름엔 이 곳에 유람선들이 바글바글한 선착장이지만 지금 네바강엔 얼음덩어리만 흐른다.
2) 카잔 성당 맞은편 돔 끄니기 2층 까페에서 찍은 사진. 한국에는 없는 버스가 매력적
3) 피의 성당에서. 겨울이라 상단부분에 보수공사 중임이 보인다. 관광은 여름에.
4) 센나야 광장의 겨울 야경. 보면 알겠지만 시내에 높은 건물이 없다.
5) 퍼온 눈 내리는 넵스키 대로를 걸어가는 아름다운 아가씨의 뒷모습(미침)
6) 에르미타쉬 박물관 내 수많은 방들 중 하나.(이름 까먹음)
7)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명한 작품 아기예수와 성모(정확한 이름 까먹음 ㅠㅠ)
- 상트 페테르부르크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싼ㅋ뜨-삐찌르부르크)
모스크바에서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열차는 매우 많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과 부산의 관계거든요. 거리도 대충 비슷하고
삽산(Сапсан)이라 부르는, KTX 같은 고속 열차도 있어서 무려 "논스톱"으로 4시간이면 도착합니다.
그렇게 4시간동안 마지막 열차에서의 시간을 보내며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모스크바역에 도착했읍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과거 제정 러시아의 수도이자 현재 러시아 제2의 도시로 인구는 500만이 좀 안됩니다.
이 도시는 이름이 매우 긴 관계로 구어에선 거의 풀네임이 쓰이지 않습니다.
딱 이름 들으면 느낌이 오지만 독어로 성 피터의 도시 라는 뜻이죠. 처음 표트르 대제가 이 도시를 세울 때 유럽 좋아 헉헉 우리도 유럽 처럼 될거야 하악 을 외쳤기 때문이에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기구한 역사를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기 때문에 다음에 하기로 하고 러시아? 그거 소련아니가 를 부르짖는 아재들에겐 레닌그라드로 더 유명한 도시죠.
러시아 사람들은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부를 때 '삐쪠르' 라고 부르는 반면, 한국 사람들은 '상뜨'라고 줄여서 부릅니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 저로선 알 길이 없으나 러시아 사람과 한국 사람을 번갈아 상대하며 얘기할 때 이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만이라도 제발 상뜨라고 안불렀으면 좋겠읍니다 엉엉
참고로 제가 한국에서 노어를 전혀 모르는 미국학과 선생이랑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이 도시 이름을 얘기했는데 그 양반이 엄청 웃더라고요. 발음 다시 해보라고 웃기다고....
자기들은 쎄인 삐러스벅 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답니다. 발음이 아주 버터를 오지게 발랐던데 서로서로 웃었던 기억이 있네요.
앞서 얘기했듯이 독일식 이름이라 도시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이 선거때마다 단골 떡밥으로 등장합니다.
레닌그라드는 너무 소련 냄새나서 아니고 과거 잠시 맨셰비키의 러시아 공화국 시절 이름인 페트로그라드 정도가 딱인거 같은데....역사가 오래된만큼 쉽게 바뀌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러시아 관광을 한다면 모스크바보다 이 곳 삐쪠르에서 더 감흥을 많이 받으실 겁니다.
모스크바가 현재의 러시아라면, 삐쪠르는 과거의 러시아 거든요.
도시 전역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아름다우며 높은 건물도 없어서 옛날 느낌 팍팍 나거든요.
그런데 시에서 이제 높은 건물 좀 짓겠다고 하니까 유네스코에서는 취소하겠다고 으르렁 거리고 있어 앞으론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읍니다.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이 있다면 삐쪠르에는 센나야 광장이 있읍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을 읽어보신 분은 알겠지만 이 센나야 광장은 소설의 주무대이며,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이 담겨있는 곳이죠.
소설덕후들에겐 소설에 나온 그대로 그 길과 건물을 실제로 마주할 수 있는데 아주 뭐라그랄까 뭉클미묘한 감정이 막 솟아오르고 그럽니다.
우리 숙소는 센나야 광장 근처에 있는 호텔이었는데 겉은 아주 허름해도 속은 끝내주는 그런 곳이었읍니다.
삐쪠르에서 4,5성급 호텔이 아니라면 입구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겁니다.
간판이 여타 도시들처럼 큼지막하거나, 네온사인이 번쩍번쩍 들어오거나 그러지 않거든요.
또 어떻게든 입구를 찾았다하더라도 굳게 잠겨있는 두꺼운 철문이나 창살이 당신을 맞이할 겁니다. 그럴땐 당황하지 말고 옆에 버튼이 있으니 누르고 호텔이름을 크게 말하세요.(우슴)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 함부로 건물의 외관을 바꿀 수가 없어서 그래요. 옛날 느낌 뿜뿜 즐겨야
리셉션 언니는 예쁘다고 하긴 약간 어렵지만 아름다운 녀성이었는데 체크인 할 때 어려운 한국이름을 억지로 또박또박 불러주는 그런 사람이었읍니다.
처음엔 영어로 얘기하다가 제가 노어로 대답하니까 와우 너 우리나라말 알아? - 응 조금 - 이 여행때문에 배웠어? - 어? 어... - 혼자서? - 어어 혼자서 공부했어 - 와 너 정말 대다나다 - 너 영어 할 수 있어? - 응 당연하지 - 그럼 영어로 해줘 그게 편해 - 알았어
그렇게 훈훈하게 체크인을 마치고 방을 안내해준다고 따라갔읍니다.
방 진짜 크고 아름답더군요. 3성 호텔이었는데 가격도 착하고 조식도 제공되고 두번 추천드립니다.
방 안내를 주욱 받고 빠빠이 하려는데 문득 위화감이 들어 생각해보니 이 언니가 영어로 한다고 해놓고 노어로 설명을 했었더군요. 근데 저도 그걸 잊어버리고 그냥 노어를 쳐들으며 ㅇㅇ 하고 있었다는걸 알았읍니다.
응 그럼 푹 쉬어~ - 잠깐 근데 너 왜 노어로 설명했냐? - 응? - 영어로 한다고 하지 않았어? - 아 맞다 미안 니가 노어로 말해서 깜빡했어. 근데 넌 왜 다 끝나서 얘기하냐? - 아 나도 깜빡 잊었어. (서로 존나 쳐웃음) - ㅋㅋㅋㅋ 야 너 내가 존나게 설명했는데 못알아들었지? 다시 영어로 설명해줘? ㅋㅋㅋ - 아 시바 됐어 대충 알아들음 그냥 가라 ㅋㅋㅋ
역시 깍쟁이 모스크바보단 마 붓싼아이가 느낌의 삐쪠르가 저는 참 좋았읍니다.
그렇게 첫날은 개꿀잠 자고 다음날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하려는데 아...이 곳은 겨울에 올 곳이 못됩니다.
여름의 삐쪠르는 신기한 백야현상만으로도 관광하기 참 좋고 도시 곳곳에 나 있는 수로에 배띄워서 뱃놀이 하기도 좋고 명물인 열리는 네바강 다리도 야밤에 구경하기 좋고 시내에서 쾌속선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페테르고프의 여름궁전도 분수 쫚쫙에 조경이 끝장나 내가 이세상이 있는데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팍팍 받을 수 있는데
겨울엔 이 모든 것을 할 수도 볼 수도 없읍니다.(그리고 개추워 시벌거 ㅠㅠ)
또 겨울에 보수공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그나마 있는 것도 제대로 못볼 수 있어요.
여름에 오세요....
그래도 세상 이치가 좋은 것만 있을 수 없고 나쁜 것만 있을 수도 없다고 겨울에도 좋은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없.읍.니.다. 8668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관광객 자체가 거의 없지요(우슴)
따라서 매우 쾌적한 관광이 가능합니다. 특히 세계 3대 박물관(누차 말씀드리지만 전 이렇게 줄세우는거 딱 싫어합니다만 흑흑)에 뽑히는 에르미타쉬 박물관에 줄을 서지 않고도 티켓을 살 수 있었읍니다앜!
에르미타쉬 박물관 입장 티켓을 살 때 간단한 팁을 드리자면 여름엔 존나게 줄을 서있는데 병신처럼 같이 서있지 말고 주변에 찾아보면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자동판매기들이 쓸쓸하게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읍니다.
매표소에 길은 조~온나게 긴데 자동판매기가 고장이라도 났나 의심하지 마시고 가보면 무려 '영어'까지 지원해가며 작동이 매우 잘된다는걸 알 수 있지요.
거기서 발권하고 도도한 발걸음으로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유유자적하게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자동판매기를 놔두고 병신처럼 줄을 서있는가?
거기 줄 서 있는 사람들은 할인권으로 사기 위해섭니다. 님이 자동판매기에서 산 그 티켓은 학생할인도, 자국민 할인도, 유공자 할인도, 기타 등등 아무런 할인도 되지 않는 말그대로 쌩티켓인 것이지요.
보통의 한국인들에겐 저런 할인들은 어차피 아무런 해당도 안되니까 그냥 쌩티켓 사서 편하게 들어가시면 됩니다.
하지만 내가 대학(원)생이다? ISIC 국제학생증을 가지고 있다? 무조건 줄 서세요. 학생은 무료입장입니다. 병신처럼 자동판매기에서 티켓 사서 도도한 걸음 걷지 마세요.
매달 첫째주 목요일인가(날짜 정확하지 않음) 한달에 하루는 문화의 날이라고 해서 전부 다 무료입장입니다. 물론 이 날은 개헬 당첨이니 그냥 다른 날 돈주고 가서 편하게 보세요.
이렇듯 러시아에서 박물관이나 견학할만한 곳들에선 웬만하면 학생은 무료입장이거나 대폭할인된 가격으로 구경할 수 있읍니다. 실제로 방학때마다 방학숙제로 내주는지 삐약삐약거리며 견학오는 애들 엄청 많아요. 암튼 국제학생증 꼭 챙겨가세요.
에르미타쉬 박물관은 규모도 러시아스러워서 하루에 모든 것을 다 보기란 어렵습니다. 며칠에 걸쳐 오실거 아니면 그냥 편하게 주요작품만 찍는게 좋아요.
에르미타쉬 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불란서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제국 박물관과는 달리 약탈문화재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다 과거 러시아 황실에서 돈주고 산 것들이에요.
뭐 러시아 제국은 다른 유럽의 제국들과는 달리 어디 약탈할만한 건덕지가 없을만큼 좁밥이었다는건 공공연한 비밀 쉿
왜 약탈문화재가 '거의' 없다고 하냐면 그래도 약탈한게 있기 때문입니다. 대조국전쟁 시절, 900일 가까이 나치독일군에게 포위되어 매일 공습을 받던 레닌그라드에는 성한 것이 남아 있을리가 없었읍니다. 다행히도 포위되기 며칠 전 간신히 에르미타쉬 박물관의 작품들은 후방으로 옮겼지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상자를 낸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을 시작으로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전투인 쿠르스크 전투를 거쳐 바그타리온 작전까지 소련이 인민을 갈아넣어 승리를 거둠으로써 붉은군대는 베를린에 결국 적기를 꽂게 됩니다. 무참하게 학살을 자행했던 나치독일에 대한 소련군의 감정은 이미 돌이킬 수가 없어서 베를린의 모든 것을 약탈하기 시작하는데 대부분은 나중에 독일과 수교 후 돌려주지만 나치독일이 다른 나라에서 약탈해온 문화재들은 원래 너네거 아니라고 안돌려주고 남게 됩니다.(그럼 왜 원래 주인한테 안돌려줌? 그정도로 착한 애는 아니잖아) 그 중 유명한 것이 트로이-미케네 유물들이죠.
에르미타쉬 박물관에는 한국어(!)가 지원되는 오디오가이드를 대여할 수 있읍니다. 거의 티켓 가격과 맞먹지만 이역만리 동토에서 한국어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작품마다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로 설명을 들으면 정말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예전엔 사진 찍으려면 돈 냈어야했는데 지금은 무료로 바꼈더라고요. 후라쉬만 안터트리면 사진 찍는거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박물관은 혼자 견학오는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다른 일행과 관광오듯이 오면 내가 좀 길게 보고 싶은 작품에서도 일행 맞춰 가야하니까....
전 에르미타쉬 박물관도 좋지만 러시아 박물관도 좋아합니다. 시내에 있는 러시아 박물관은 말 그대로 러시아 화가 작가들의 작품이 있는 곳이지요.
시간이 되시면 러시아 박물관도 한번 가서 보시는 것도 정말 좋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러시아 박물관에서 좀 불쾌한 일을 겪었는데 작품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제 어깨를 툭툭 치더군요. 고개를 돌려서 보니까 동양인 관광객 여자이었읍니다.
시밤 암만봐도 와꾸가 그린라이트는 아니라 전 왜 그러냐고 노어로 말했고 눈짓과 손짓으로 가리킨 장소엔 다른 여자분이 카메라를 들고 있었읍니다.
순간 굉장히 불쾌해지더라고요. 도대체 그림 작품과 왜 같이 사진을 찍는지, 그것도 다른 사람이 감상하고 있는걸 밀어내면서까지 말이죠.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비켜주고 어느 나라 사람인가 들어봤는데 역시 들리는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중국말. 에휴...이것도 일부고 편견이겠죠?
그렇게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마린스키 극장에 발레를 보러 갔읍니다.
- 요즘 누가 자꾸 일해라 하싼 하는 것도 아니고 몰라도 되는 이야기의 도용품들이 나오기 시작해 입지에 불안감을 느껴 귀차니즘을 뚫고 쓰게 되었읍니다.(미침)
물론 즐거운 도용은 언제나 환영이얏
[앞으로 예고편]
-5 마린스키 극장 발레 이야기와 삐쪠르 - 헬싱키 - 탈린 루트 소개, 그리고 무르만스크 도착
-6 무르만스크와 오로라
-7 다시 모스크바로, 기념품 쇼핑 이야기와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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