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을 만질 수 있으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알아본결과
어선타면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어선아웃소싱(이라고 쓰고 개씨발호로새끼들이라 읽는다)의
홍보글에 그만 속아서 타게되었습니다.
실제 부산 소개소부터 그쪽이 마련한 차편으로 녹동항구까지 이동한 기록

막상 배를 보니 그다지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나 이왕 결심한거 한번 끝장보자는 단호한 결의로 (안선생을 바라보는 강백호의 심정) 배에 승선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타게된 배 안에서 찍은 사진. 이때까지만 해도 사실 별 느낌은 없었음. 저 사진속의 포대기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앞에 달린 쇠뭉치는 뭔지 아무 관심도 생각도 없었고 오로지 그냥 빨리 이동해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음.

움직이기 시작한 배, 사실 이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냥 바다로 뛰어내리고 수영쳐서 육지로 갔으리라....

나중에 안 사실인데 핸드폰이 통화불능지역에 들어가도 GPS기록은 남아서 구글서버에 저장이 되는거임. 이게 나중에 엄청 큰 도움이 됩니다. 29톤에 엔진이 그리 힘좋은 놈이 아니라 녹동에서 한림항까지 거의 12시간 넘게 이동을 합니다. 이유는 프로펠러가 손상이 되어서 임시로 수리를 하기 위해서 이지요. 운이 좋게도 첫 항차부터 바로 조업에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오밤중에 도착한 한림항의 전경, 때마침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피항온 다른 어선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 이때 갑판장이 저에게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했죠.
"도망가고 싶으면 지금 도망가라. 마지막 기회다."
사실 제가 올해로 34세인데 그 배에 탑승한 사람들중에 (외국인포함) 가장 나이가 어렸습니다. 젊은사람이 의지가 대단하네 뭐다네 하면서 주위에서 비행기를 태워줬는데 그 이유가 직접 배를 타보니 알겠더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 하는 "갈때까지 간놈" 부류입니다.
제정신을 가지고 무언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선에 일반선원으로 승선한 사람은 아직까지 저 빼곤 아무도 볼 수 없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바람이 잔잔해져 출항준비하는 다른 어선들 사진.
지금 사진을 찍은 위치가 배의 가장 앞부분이고 옆에 썩은 고철이 바로 닻이라고 불리우는 일종의 어선용 핸드브레이크 같은 거 입니다. 바다위에서 정박할때 저거 하나에 의지하죠. 사실 바람이 3~4미터가 넘어가면 실제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와중에 코골고 자는 다른 베테랑 선원들을 보면 일종의 경외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림을 떠나면서 여유롭게 찍은 마지막 사진. 사실 이 이후부턴 사진으로 남긴게 거의 없습니다. 왜나면 사진따위나 찍으면서 여유롭게 쳐 놀고 있을 시간 자체가 없기 때문이죠. 해상 갑판 위에선 오로지 일 -> 잠시의 휴식 ->일 이것의 무한반복만 있을 뿐 입니다.

한림에서 조업장까지의 이동경로 이때 바람이 심해서 파도가 좀 높았는데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이였습니다. 그동안 참아왔던 멀미가 크리티컬 히트로 터져버린거죠. 선원들은 일명 "꼴랑꼴랑" 이라고 하는데 높은파도 + 역풍 의 조합이 되면 배가 날라다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로 위험해서 갑판위엔 아무도 못 올라가게 합니다.
숨만 쉬어도 토하고 음식 냄시만 맡아도 토하고... 하지만 선장은 자비심 따위는 없습니다.
일단 배를 탔으면 죽더라도 일은 하고 죽으라고 하더니 어거지로 밥을 맥이고 갑판으로 끌어올렸죠. 진짜 서서 일하면서 토하고 일하면서 토하고 군대훈련? 뭐 이딴거로는 비교도 안될정도의 인내심 + 채력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작업할때의 일반적인 배 이동경로.
제가 일했던 배는 일명 "유자망"이라고 불리우는 간단히 설명하면 그물배 입니다. 그물을 던져놓고 고기가 잡힐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물을 끌어올려 고기를 선별하고 다시 그물을 던지는 뭐 아주 단순한 작업을 계속 하는 배죠. 톤수는 29톤이라 한 항차가 보통 12일 정도 입니다. 한번 바다로 나가면 12일동안은 육지 구경 못한다는 이야기죠.

망망대해라는 단어를 표현할 사진은 없지만 대략 사방팔방에 바다 빼곤 그 어떤것도 보이지 않는 좆같은 상황을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요 사진은 일하다가 잠시 쉴때 찍은 사진인데 걍 12일동안 주변 풍경은 저런상황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일반적으로 작업이 시작되면 하루 일과는...
1. 새벽 4~5시 사이 기상 후 바로 닻 올리기
2. 전날 투망(그물던지기)한 자리로 이동 후 바로 양망(그물 끌어올리기)
3. 양망은 보통 그물길이에 따라 다르지만 1시간30분에서 2시간30분정도 걸림
4. 양망이 끝나면 바로 고기 선별 및 얼음에 재워서 어창으로 보관
5. 아침식사
6. 다시 양망 시작, 끝나면 바로 마무리 작업후 투망
7. 반복 3회 후 저녘식사(점심따윈 없는 배였음)
8. 일찍 끝나는 날은 오후 8~9시 정도 늦은날은 12시가 넘어가는날도 있음 (어장사고있는날)
이런식의 일정이 총 12일간 반복이 됩니다.
가장 좆같은건 채력관리였는데 이게 아무리 힘이 좋은 사람도 처음 해보면 느끼는게 2~3일차까지는 어느정도 근력이 남아있는데 그 이후가 되면 몸에 모든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일하는 느낌이라 진짜 깡으로 버티고 하는 방법 외에는 없음.
특히 씻을 수 없는 게 가장 큰데 (배는 물이 귀하여 식수외에는 거의 사용 못하게 함)
씻지 못함으로 인한 냄새+원래 생선냄세+외국인 특유의 냄세+물썩은냄세가 혼합이 되어 태어나서 단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화생방이 수면실에서 일어남. 왼만한 비위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수준이고 일반적으로 배안의 위생상태는 그냥 무엇을 상상하던 최악이라고 보면 됨.
또한 수면시간에도 배의 보기(발전기)는 절대로 멈추지 않음. 이로인한 진동+소음을 자장가 삼아서 잠잘 수 있는 내성이 생기기 전까지는 잠도 재대로 잘 수 없는 진짜 좆같은 환경임.
한국선원 신입 도망률이 90%정도라고 생각하신면 대충 느낌이 오실겁니다. 절대로 일반적인 마음가짐으론 버틸 수 없는 환경임.
아 글쓰니깐 다시 또 그때의 빡침이 느껴지네요... 만약 당신의 인생에 가장 좆같은 새끼가 있다고 하면 꼭 어선 태우세요. 두번태우세요.
글을 쓰다보니 좀 길어졌네요. 다음글에 마무리 하겠습니다.
18017명이 읽었어요. 216.73.216.2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