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명예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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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손님 … 2016-01-23 08: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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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온도

 첨부파일 #1  

◆ ‘마음속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




여름의 끝자락에서 바람도 밀어내지 못하는 구름이 있다.




그 구름은 높은 산을 넘기 힘들어 파란 가을하늘 끝에서 숨을 쉬며 바람이 전하는 가을을 듣는다.




저 산 너머 가을은 이미 나뭇잎 끝에 매달려 있다고 바람은 속삭인다.




내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집에는 유난히 가을을 좋아하고 가을을 많이 닮은 엄마가 계신다.




가을만 되면 산과들을 다니느라 바쁘시고 가을을 보낼 때가 되면 ‘짚신나물도 보내야 되나보다’ 하시며 아쉬워 하셨다.




그러시던 엄마가 2년 전 가을, 잦은 기침으로 병원을 찾아다가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보라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 가족들은 정말 별일 아닐거라는 생각에 오랜만에 서울구경이나 해보자며 서울길에 올랐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암3기’라는 판정이 나왔다.




꿈을 꾸고 있다면 지금 깨어나야 되는 순간이라 생각이 들 때 아빠가 힘겹게 입을 여셨다.




“혹시 오진일 가능성은 없나요? 평소 기침 외에는 특별한 통증도 없었는데요.”




무언가를 꼴똘히 보던 그때의 선생님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미소를 우리에게 보이셨다.




세상의 모든 소음과 빛이 차단되는 것 같은 병원을 우리 가족은 한동안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스쳐지나가도 우리의 시간은 멈추고만 있는 것 같았다.




집에 오는 내내 엄마는 말을 걸지도 하지도 않으며 침묵을 지켰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토할 것 같은 울음을 저 깊은 곳에서부터 쏟아내었다.







그 울음소리가 너무나 안타까워 나도 소리내어 울었다. 왜 하필 우리 집에 이런 일이 생겨야만 하는 것일까?




엄마는 한동안 밥도 먹지 않고 밖에도 나가시지도 않고 세상과 하나둘씩 담을 쌓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엄마는 어느 날, 우리를 떠나서 혼자 살고 싶다 하셨다.




엄마가 우리에게 짐이 될 것 같다고 떠나신다고 하셨다.




나는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울분이 터져나왔다.




“엄마가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엄마는 그러면 여태껏 우리가 짐이였어? 가족은 힘들어도 헤어지면 안되는 거잖아. 그게 가족이잖아! 내가 앞으로 더 잘할께!”




내 눈물을 보던 엄마가 꼭 안아주었다.




지금도 그 때 왜 엄마가 우리를 떠나려 했는지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엄마를 살리기 위해 아빠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공기 좋은 산골로 이사를 가자고 하셨다.




우리가 이사한 곳은 밤이면 쏟아질 듯한 별들을 머리에 두르고 걷는 곳이며, 달과 별에게도 마음을 빼앗겨도 되는 오지산골이다.




이사할 무렵인 늦가을의 산골은 초겨울처럼 춥고 싸늘하게 여겨졌지만 그래도 산골의 인심은 그 추위도 이긴다는 생각이 든다.




어스름한 저녁, 동네 할머니가 고구마 한 박스를 머리에 이어 주시기도 하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베트남 아주머니가 봄에 말려 두었던 고사리라며 갖다 주시기도 하셨다.




그리고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에 함께 아파해 주셨다.




이곳 산골은 6가구가 살고, 택배도 배송되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일부러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사람 얼굴도 못 보겠구나 생각할 무렵, 빨간색 오토바이를 탄 우체국 아저씨가 편지도 갖다 주시고, 멀리서 할머니가 보낸 무거운 택배도 오토바이에 실어 갖다 주시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너무 감사해 하셨는데 엄마가 암환자라는 얘기를 들으셨는지 ‘꾸지뽕’이라는 열매를 차로 마시라고 챙겨주셨다.




나는 이곳에서 우리 마음속의 온도는 과연 몇 도쯤 되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너무 뜨거워서 다른 사람이 부담스러워 하지도 않고, 너무 차가워서 다른 사람이 상처 받지도 않는 온도는 ‘따뜻함’이라는 온도란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지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 질 수 있는 따뜻함이기에 사람들은 마음을 나누는 것 같다.




고구마를 주시던 할머니에게서도 봄에 말려두었던 고사리를 주었던 베트남 아주머니도,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산골까지 오시는 우체국 아저씨에서도 마음속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산골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산골에서 전해지는 따뜻함 때문에 엄마의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다시금 예전처럼 가을을 좋아하셨음 좋겠다고 소망해 본다.




“가을은 너무 아름다운 계절같아!” 하시며 웃으셨던 그때처럼 말이다.




(경북영양 수비초 6-1 정여민)













-돌-







어디서든 깨지지 말아라.




아무 곳에서나 구르지 말아라.







다시 만날 조각돌 햇살을 위해 비를 참아내며




누웠다 다시 일어나는 억새보다 바람을 참아내어







그냥 작은 꽃 옆에서 같이 비를 맞아주고




같이 바람을 맞이하는 돌이 되어라







---

22746명이 읽었어요. 216.73.216.245

30
1 비공개 손님 … 2016-01-23 08:29:07
울컥하네요..
2 비공개 손님 … 2016-01-23 08:37:11
아름답다 추천
3 비공개 손님 … 2016-01-23 08:39:29
참....
4 비공개 손님 … 2016-01-23 08:40:06
헐... 이걸 초딩이 썼다니 ㄷㄷㄷㄷㄷ
5 비공개 손님 … 2016-01-23 08:41:24
허... 이제 없어져가는 감성이 ㅠ
6 비공개 손님 … 2016-01-23 09:09:39
우리가 이사한 곳은 밤이면 쏟아질 듯한
별들을 머리에 두르고 걷는 곳이며
달과 별에게 마음을 빼앗겨도 되는 오지 산골이다
7 비공개 손님 … 2016-01-23 09:27:23
글 참 담백하게 잘썼다 생각하고 저자를보는데 초등학교 6학년이라니
소름이 쫙 돋았다 진짜

이대로만 감성유지하고 글 열심히 써준다면 진짜 몇년뒤에는 대단한 작가가 될수도 있을것 같음
8 비공개 손님 … 2016-01-23 09:54:51
와........................
9 비공개 손님 … 2016-01-23 10:48:50
와..................
10 비공개 손님 … 2016-01-23 10:51:33
보통 이시대의 6학년 초딩의 입과 손에서 나오는거래봐야 쓰레기같은 욕지거리들이 주를 이룰텐데

제발 때묻지 말고 이대로만 자랐으면...
11 비공개 손님 … 2016-01-23 10:51:35
초딩이 쓴 동시에 울었다ㅠㅠㅠㅠㅠ
12 비공개 손님 … 2016-01-23 10:59:38
진짜 감성이 남다르네요. 저대로만 자라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다..
13 비공개 손님 … 2016-01-23 11:15:46
캬...
14 비공개 손님 … 2016-01-23 11:19:15
울컥하네요
천재란 단어는 언제 들어도 참 좋은듯
15 비공개 손님 … 2016-01-23 11:21:20
역시 문과가 짱입니다 (핀트 나감)
16 비공개 손님 … 2016-01-23 11:34:37
눈물난다
17 비공개 손님 … 2016-01-23 12:03:38
표현력이 장난아니네.. 게다가 얼굴도 잘생김..
19 비공개 손님 … 2016-01-23 12:29:51
에휴... 세상이 점점 더 모질고 힘들어지고 고난의 연속일때 그럴때 마다 아이들의 순수성마저 사라지면 어찌되나하는 생각인데...

쩝...

아오 시발 어릴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이산저산 뛰댕기며 집에서 키우던 개들이랑 하루종일 놀던 시절이 그럽다. 시발...
20 비공개 손님 … 2016-01-23 12:48:09
어느 정도의 고뇌가 있었기에
저런 문장이 나오나
21 비공개 손님 … 2016-01-23 13:26:00
와 감탄
22 비공개 손님 … 2016-01-23 13:34:07
진짜 천재네요...
23 비공개 손님 … 2016-01-23 14:00:18
스브스 특히 권영인 이 인간 은근히 일베자료 대놓고
인용하고 쓰기 시작하는데 좋은 내용 뿌리다가 한 번씩 일베 인용..
내용 좋다고 그냥 오오 이러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 일베(라고 쓰고 청정원이라고 읽는)
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가능성이 높음

인문학에는 천재가 없다는 말 취소해야 할듯
24 비공개 손님 … 2016-01-23 14:19:11
추천
25 비공개 손님 … 2016-01-23 14:42:08
캬
26 비공개 손님 … 2016-01-23 15:37:00
하 문장이..ㄷㄷ
27 비공개 손님 … 2016-01-23 15:43:26
으어 펑펑울었다 ㅠ
28 비공개 손님 … 2016-01-23 17:11:15
참 좋은데..
15년 전쯤인가 산골소녀 사건이 생각나서 걱정됩니다.
29 비공개 손님 … 2016-01-23 20:42:47
으앙... 눈물나잔아,...
30 비공개 손님 … 2016-01-23 23:06:25
이런거 보면 진짜 인터넷만 안해도 순수성이 오래갈것같다는 생각이..
31 비공개 손님 … 2016-01-23 23:22:04
명전으로
32 비공개 손님 … 2016-01-24 15:16:01
시도 좋지만 짤 밑에 글이 정말 좋네요. 13살 소년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성이...
소년이 아끼고 사랑하는 어머니가 빨리 쾌유하시기를..
33 비공개 손님 … 2016-01-25 13:55:30
와..............................ㅠㅠㅠㅠ
34 비공개 손님 … 2016-01-26 01:23:07
방송타고 얼마나 오래버틸지 미지수
35 비공개 손님 … 2016-01-26 02:20:56
커서 시라고는 모르는 사람이 되어도 괜찮으니 어머님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36 비공개 손님 … 2016-01-26 15:27:01
햐............. 잘됐으면 좋겠다

화이팅!!
37 비공개 손님 … 2016-01-27 18:57:06
ㅠㅠ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 훌륭한 작가로 대성하길..
38 비공개 손님 … 2016-01-28 20:43:38
엄마는 돌이되고 여민이는 꽃이 되어서 오래오래 함께 햇으면 좋겠네요
39 비공개 손님 … 2016-02-05 09:45:42
와....
돌 시 좋네요...
진짜 울컥했다..
40 비공개 손님 … 2016-02-05 13:32:44
이야 정말 주옥같다
41 비공개 손님 … 2016-02-25 19:00:14
23/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만 봐도 인문학에 천재가 요기잉네 할텐데요

시도 시지만 산문에 울컥하네...진짜 얼마나 깊은 고뇌와 성찰이 있었길래 13살짜리에서 이런...
부럽네요
42 비공개 손님 … 2016-02-26 04:33:58
웃음밖에 안 나오네.
이게 6학년의 필력이라니..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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