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문이 뜬다길래 집에있던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지고 달을 찍으러 나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안찍히더라구요.
기대와는 달리 실망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며 오기가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카메라와 망원렌즈를 사야되나 고민하다가
먼저 별덕질을 하고 있던 친구에게 추천을 받았습니다.
적절한 가격과 적절한 성능과 적절한 범용성을 가진 망원경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죠.
일명 '코동'을 질렀습니다.
90mm 구경에 수백가지 천체들을 추적하는 GOTO기능까지 있어
100만원 이하대 망원경들을 올킬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더군요.


어포컬 이라는 방식으로 달을 찍어봅니다.
뭐 별다른건 아니고 그냥 접안렌즈에 카메라나 핸드폰을 대고 찍는걸 어포컬이라고 합니다.
아이폰으로 찍었는데 확실히 전에 카메라 줌땡겨서 찍었던 것 보다는 훨신 낫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합니다.
달말고는 딱히 찍을 수 있는 것도 없었구요.

그러다 직초점 방식을 알게되었습니다.
DSLR, 미러리스 등 렌즈교환식 카메라를 망원경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방식이죠.
카메라를 구입하고 코동과 합체시켜 다시 밤하늘을 조준해 봅니다.

이전에 찍었던 사진들과 확연히 차이가 날정도로 달이 선명하게 나옵니다.
달 사진은 만족스러우니 다른것도 노려봅니다.

그나마 밝아서 만만하다는 오리온 대성운을 조준해봤습니다.
달이 밝아 노출을 오래 줄 수 없어
겨우 중앙부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심우주를 처음으로 촬영했다는 성취감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이때부터 매달마다 달이 지는 날만을 기다렸습니다.

맘먹고 강원도까지 갔는데 하늘이 흐려 방안에서 시간만 때우고 온적도 있습니다.
밤하늘관측에서 가장 어려운점은 타이밍입니다.
날씨가 맑고, 달이 뜨지 않고(혹은 떠야되고), 내가 원하는 천체가 뜨는 계절이어야되고,
주말이거나 휴가를 쓸 수 있어야되고...
이 모든 조합이 맞아 떨어지는 날은 1년에 몇일 안됩니다.
이게 뭐같으면서도 별질을 못그만두게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되네요.
하고 싶다고 계속할 수 있는게 아니니 질리지 않더라구요.

어느날 하늘을 보니 각이 나온다 싶어 무작정 관측지로 향했습니다.
처음으로 제대로된 카메라와 맑은 날씨가 만난 날이었네요.
오리온 대성운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인류의 개념이 모여있는 모 은하도 촬영할 수 있었구요



메인으로 오리온과 안드로메다를 찍고
게성운, 플레이아데스, 말머리성운도 겸사겸사 찍어봤는데 아무래도
코동의 한계가 느껴집니다.
어두운 천체들을 촬영하려면 장시간 노출을 줘야하는데
코동의 추적능력으로는 20초정도가 마지노선입니다.
20초를 넘어가면 별이 일주사진 처럼 흘러버리게 되죠.
한계를 느끼니 또다시 뽐뿌가 옵니다.

코동을 벗어나 장비 업그레이드를 구상하는 와중에
태양의 흑점도 찍어보고

관측지까지 나가지 않고 집 베란다에서 M35 산개성단도 찍어봤습니다.
별질에서 가장 중요한게 하늘인데
도심 한복판에서는 광해때문에 사진이 하얗게 타버립니다.
그나마 이정도라도 나왔다는게 신기한 사진이었네요.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구경'이 '깡패'라는 이쪽 업계의 논리에 따라
8inch 반사망원경을 구입했습니다.
마침 찾고있던 모델을 어떤분이 급매로 내놓아 거의 거저와 다름없이 받아왔습니다.
90mm 전차포에서 203mm 순양함 주포로 업그레이드된 순간!

굴절망원경인 코동과는 다르게 반사망원경은 광축을 맞춰줘야 합니다.
빛이 주경과 부경을 거쳐 접안부까지 일직선으로 향하게 조정해줘야 하는데
레이저 콜리메이터를 이용해야 정확하게 맞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강원도로 출격
별질하는 친구들도 함께했는데 저를 별덕질에 빠트려
카드빚 나락으로 떨어트린 아주 악독한 새끼들이네요.
8인치 반사 망원경를 적도의에 올려 셋팅하였습니다.
경위대식인 코동과는 다르게 적도의는 이론상 무제한적으로 별을 추적할 수 있어
미칠듯한 장노출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강원도에서 이틀밤을 보낸 결과

장미성운

안드로메다 은하

M78 반사성운

말머리 성운

플레이아데스 성단

게 성운

그리고 오리온 대성운
멋도 모르고 찍었떤 오리온과 다시찍어본 오리온을 비교해보니 감회가 다르네요.
별덕질 입문은 이걸로 끝나고 이제부터 시작인것 같습니다.
장노출을 위한 오토가이드와 별상이 일그러지는 코마수차해결 등
아직도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더미네요.
내년 여름의 떠오르는 천체들을 목표로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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