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미터 밖에서 보기에도 이년이 화난걸 알 수 있었다.
"헤헷. 너 오늘 진짜 이쁘네. 힘좀 썼나봐? 이 옷 새로 산거야? 혹시 머리했어?"
가자마자 존나 칭찬 러시를 해서 입을 막았다.
"아, 배고프지? 뭐 먹고 싶어?"
"아무거나…"
조금 화가 풀린듯 했다.
일부러 팔짱까지 껴가며 애교를 부렸다.
"아무거나 뭐?"
"그냥, 아무거나."
이년이 얼굴을 좀 붉힌다.
기분이 좀 이상했다.
"그럼 내가 불러줄께 골라봐. 돈까스, 피자, 스파게티, 한식, 칼국수, 분식류, 햄버거, 고기, 초밥, 도시락, 라면. 골랐어?"
"그냥 니가 먹고 싶은거 먹자."
털털한건 둘째가라면 서러운 년이 갑자기 순종적으로 바뀌니까 위화감이 들었다.
"난 니가 제일 먹고 싶은데?"
"병신새끼."
개그 친건데 이년이 팔짱풀고 먼저 가버렸다.
"구뎅아, 기다려~"
오늘 컨셉은 애교라서 존나 쫒아가며 앵앵거렸다.
결국 시내나와서 걷다가 삘 받는데 들어가서 먹기로 했다.
하필 눈에 띈 곳이 스테이크 하우스…
그래도 못 먹을 껀 없지 싶어서 들어갔다.
근데 또 이년이 메뉴판을 보더니 조심스럽다.
"뭐 먹을래?"
"응? 그럼… 난 이거."
꽃등심 스테이크다.
"굽기는? 미디움?"
"응? 나 스몰…"
스몰이랜다. 근데 오히려 모르는거 안 들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재밋다.
알바를 불러서 꽃등심, 안심 한개씩 미디움으로 부탁했다.
가게 브라운관에 무한도전을 틀어주고 있었다.
좀 기다리니 고기가 나왔다.
근데 한입 먹더니 하루종일 씹고 앉았다.
내 그럴줄 알았다. 꽃등심 말만 듣고 시킨거라고 짐작했었다.
나는 내 안심스테이크를 주고 꽃등심을 뺏아왔다.
"남이 사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야지."
"미안…"
"모르면 물어봐. 뭐라고 안해."
근데 이년이 많이 창피했던지 주변을 둘러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어쩔 수 없이 등심을 한 조각 썰어서 입에 들이 밀었다.
"치워~. 내가 먹을꺼야."
"아~"
사람들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
지가 버티면 얼마나 버틴다고, 결국 먹었다.
"어이구, 우리 구뎅이 잘먹네."
겨우 식사분위기를 조성해서 먹고 나왔다.
조금 길을 걷다보니까 입이 심심했다.
둘이서 꼬지를 먹기로 했다.
"너 퍽퍽한 살이랑 좀 쫀득한 살이랑 어디가 좋아?"
"퍽퍽한거."
가슴살꼬치구이 매운맛을 두개 받았다.
"아~ 매워."
몇입 먹더니 맵다고 난리를 부렸다.
편의점에 들려서 음료수를 사서 나왔다.
"원래 작은 고추가 맵다잖아. 걱정마, 내꺼는 안 매울테니까."
음료수를 마시면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겨우 이해했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변태새끼."
또 먼저 걸어간다.
겨우 털털한 분위기로 유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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