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이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지만 그 중엔 정말 웃지 못할
소동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1월 12일 水(야근:17시 출근 ~ 익일 09시 퇴근)
본격적인 근무 첫날이다. 저녁에 출근 한 나는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밀려드는 승객들의
에러 난 표, 카드를 봐주며 시간을 떼우고 있었는데..
저쪽에서 개찰구 하나를 막고 헤매는 사람이 한 명 보인다
카드가 인식이 안 되는지 패드에 열심히 긁다 결국 이거 왜 안 되냐며 따지러 왔다
하지만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은 교통카드가 아니라 주민등록증..........................
"손님 죄송하지만 손에 들고 계신 것이 교통카드가 맞는지 확인해주시겠습니까?"
한 마디에 그는 얼굴을 붉히며 사라져갔다
잠시 뒤 표를 잃어버렸다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울먹이는 여고생이 찾아왔다
바빠죽겠는데 잡아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걍 보내줬더니
연신 뒤를 돌아보며 감사를 표하며 사라졌다 -_-
그래도 낮에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양반이다
밤엔 취객의 러쉬가 시작된다
22시가 넘어 슬슬 성북행 막차시간이 다가오는데.. 어떤 아저씨가 개찰구 옆 개구멍으로
통과를 시도하다 나한테 딱 걸렸다
표나 카드좀 보여주시겠습니까 하는 말에도 대답을 못하고 횡설수설..
손님 죄송하지만 요금을 내셔야 나가실 수 있습니다 하는 정중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에이 몰라 x발.. 나 집에 갈꺼야"
이런 경우 보통 그냥 보내주거나 좀 화를 내거나의 두가지 태도로 대처하는데
내 드러운 성격상 그냥 보내줄 수가 없어 정중히 구석으로 모셔 간 다음 조용히 설득을 드렸다
"야이 씨발아 뭔 개새끼가 씨발 술쳐먹고 돈 안 내고 갈라 그래? 이 씨발놈아"
완강히 저항하던 아저씨.. 조용한 설득 한 마디에 바로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더라 -_-
그렇게 취객을 보내고 어느덧 구로행 막차시간.. 사람들은 뛰기 시작한다
서있다가 저 사람은 정말 죽도록 뛰어도 절대 못탈 것 같다 싶으면 제지하는데
가끔 자신의 운동신경을 너무 과신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_-
막무가내로 공익을 돌파하려는 운동신경 과신자들.. 날 너무 얕봤다
내가 어디 정상인 돌진에 넘어갈 무게로 보이는가?
다 막아내고 돌려보냈다
상,하행 막차가 모두 지나가면 공익은 불끄고 문닫고 잔다
불을 끄기 전에 화장실에 있던 사람들을 내보내야 하는데.. 여기서도 취객은 말썽을 일으킨다
뭐 남자취객은 들어가서 끌어내버리면 되지만 여자취객의 경우 대처하기가 애매하다
화장실 안에 들어가서 문잠그고 울면서 안 나오던 여자취객.. 청소 아주머니한테 부탁해서
겨우 끌어냈다 -_-
1월 14일 金(주간:09시 출근 ~ 18시 퇴근)
이 날은 정말 위험했다
선로에 승객이 떨어졌다는 식당아줌마의 다급한 목소리에 후다닥 뛰어가보니
술취한 아저씨 한 명 선로에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다행히 역이 공사중이라 옆에서 공사 하던 아저씨들이 잽싸게 건져내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좀만 늦었어도 나는 그날 4~6조각으로 나눠진
시체를 치울뻔 했다 -_-
낮부터 끔찍한 꼴을 볼뻔하여 조금 긴장한 상태로 근무에 임하고 있는데
자다 일어난 기색이 역력한 아저씨가 표가 안 된다면서 찾아왔다
용산에서 탔다는 사람이 900원짜리 표를 들고 있는 것이 이상해서(용산~동인천은 1300원)
"혹시 내리실 역이 동인천역 맞으십니까?" 라고 물었더니
"네? 여기 역곡 아니에요?"
친절히 상행선 홈으로 안내 해 드렸고 그 아저씨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사라져갔다
1월 15일 土(철야:09시 출근 ~ 다음날 09시 퇴근)
승객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은 결코 다양하지 않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아저씨라 부른다 -_-;;
철야가 걸려서 짜증나기도 하는데 이날도 어김없이 "아저씨~" 하며 날 부르는 목소리에 나가보니
젊은 여자였다 끽해야 나와 한 두살 차이밖에 나보이지 않는데 아저씨 이거 표가 안 되는데요
아저씨 어떡해요.. 아저씨 아저씨 하는게 은근히 부아가 올라 이렇게 말해버렸다
"네 이건 아주머니가 타신 역에서 정확히 카드인식을 안 하셨거나 아주머니 오른쪽에서
개표한 사람이 왼손으로 개표해버려서 아주머니한테 인식이 되고 아주머니가 개표하신건
인식이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아주머니 어느역에서 오셨어요 아주머니?"
그 아가씨는 승차역을 말하고 카드를 조회 한 후 어안이 벙벙해진 채 사라져갔다
저녁엔 또 술취한 아저씨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뒤로 쓰러졌는데
바로 뒤에 서있던 아가씨랑 섞여서 굴러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후다닥 뛰어가서 비상정지 버튼 누르고 상태를 확인해보니 술취한 아저씨는 멀쩡하고
완충작용을 해준 아가씨만 피박써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울기만 하길래
역무실로 옮기려 했지만 집에 가야 한다면서 도망갔다.. 쪽팔렸나보다 -_-
전철역 스토리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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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첫주 근무 하면서 있었던 일들입니다
그는 훈련소에서 두번이나 돌아왔지...
출소하자 마자 그가 외친 '섹스' 한마디에 우리는 열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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