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GAIN 2002 -
협상 테이블에 앉은 김성근. 비밀리에 LG 구단과 만난 그는 예의 표정으로
앉아 있다. 원하는 조건은 두 가지. 코치 선임 전권 위임 및 계약기간 내엔
프런트는 감독 및 선수단에 대한 일체의 언급 하지 않기.
'아니 두 번째는 좀...' 하는 말에 갑자기 팔짱을 풀며 노려보는 김성근. 구
사장은 '이 친구가 잘 몰라서..' 하며 어색한 웃음을 남발하며 '물론이죠'
라는 말과 함께 호쾌하게 승낙한다.
LG 프런트의 진정으로 굽히는 자세, 그리고 얼마 전 성균관대를 찾아 왔던
애제자인 김재현의 마지막 부탁.
'스승님..우리가 미워했던 건 프런트지 트윈스가 아니지 않습니까...'
최종적으로 김성근은 묻는다.
"상훈이를 불러와도 될까?"
눈을 질끈 감으며 '물론이죠'라는 대답이 나오고, 결국 그렇게 장고 끝에
LG로의 복귀 결정한 김성근의 선택에 환호하는 프런트는 기다렸다는 듯
박종훈 감독에게 해고를 지시한다. 역시나 모든 걸 예상한 듯 담담하게
해고를 받아들인 박종훈은 '자진 하차로 하죠.'라며 씁쓸하게 웃는다.
뒤이어 기자들에게 전화를 돌리려는데, 갑자기 전화기를 빼앗는 김성근.
"부탁 하나만..우선은 포스트시즌이 끝날 때 까지는 입을 좀 닫아주시오"
약간은 당황한 표정으로 왜 그러냐는 말에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는 야신
김성근은 무겁게 입을 연다.
"그래도... SK 선수들에게 영향이 갈 지 모르니까..."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박종훈 자진 하차에 몰려드는 기자들의 '김성근입니까', '김성근과 만났
다는 소식이 있는데요.', '어떻게 된겁니까?' 하는 질문에 구단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예의는 그저 강력한 부인 뿐이었다.
그 날 밤..
여느 때처럼 학생들을 지도하고 방에 들어온 김성근은 인터넷에 올라온
김광현의 투구폼 동영상을 보며 못내 안타까운 표정을 짓다가 눈을 질끈
감더니 이내 SK와이번스 유니폼을 개어 옷장 제일 구석에 넣어둔다.
LG트윈스의 2002년 유니폼이 있는 옆자리에...
-1편: 꿈에서 깨어난 엘빠 는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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