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rgrong.thisisgame.com/bbs/view.php?id=sports&no=72816
오늘도 시원하게 내질렀다. 아, 살 것 같다. 서울 연놈들에게 철저하게 버림받은 나였지만, 그것은 그 연놈들이 못나서 인재를 못 알아보는 것일 뿐, 하하, 오늘도 부산 사나이의 당당한 사정전선에는 이상이 없다.
얼근히 술에 취해 집에 돌아와서 컴퓨터를 켰을 때는 아무래도 괴로운 마음이었다. 계집애같은 서울 부르주아놈 윤호가, 내가 사모하던 보연이를 감히 빼앗아 하룻밤을 지낸 것만 같은 정황은 8년간의 짝사랑만으로 버텨온 나를 더없이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떤가, 평소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공연동영상을 보며 힘차게 용두질을 마치고 나니 오히려 롯데의 승리, 서울에 대한 부산의 승리가 더욱 돋보이지 않는가. 상쾌한 기분이다.
상쾌한 딸딸이 뒤에는, 역시 커뮤니티 사이트 『R』에 접속하는 것이 이후의 당연한 일과.
희소식이 있다. 이곳의 롯데-부산 팬들을 다 쫓아낼 요량이었는지, 「부산 사나이」들의 특징을 아프게도 짚어가며 내 눈을 괴롭게 했던 유저 「H」이, 벌어진 말싸움을 서둘러 끝내려다 빈틈을 보여버린 모양이다. 하하, 대차게 까인다. 역시, 내 하루의 괴로움을 풀어주는 소중한 곳은 R 뿐이다.
더욱이, 이 「H」이라는 인물이 짚는 「부산 사나이」들의 특징은 이상하게도 내 기분까지 잡치는 그런 것이 있었다. 이 새끼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기분을 더럽게 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몇 번인가 그에게 도전을 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의 고등학교 학급에서 꽤나 상위권을 유지했던 나의 지능이 그에게 밀릴 리가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손가락이 꼬이고 나도 모르게 스스로 부끄러워져 그를 난독증 정도로 적당히 매도하고는 마무리 짓곤 했다. '우리가 남이가', 내 편이라 생각했던 부산의 롯데팬들도 내 편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역시, 나를 알아주는 곳은 없구나. 아, 이 달콤한 외로움이여!
.. 좋은 기회다. 나는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열심히도 쳤다. 매일같이 자위를 하며 단련한 손의 근육이 빛을 발했다. 내가 쓴 문장들이 어디선가 본 듯한 것이기도 했지만 뭐 어떠랴. 까는건 까는건데.
......
고등학교 시절 기억이 났다. 학급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던 나는, 스스로의 똑똑함에 확신이 있었지만 우리 반 반장이자 일등 「영호」를 볼 때마다 늘 열등감에 시달려야 했다. 똑똑한데, 나는 이토록 똑똑한데 저 띨띨해보이는 안경잡이 영호를 왜 이기지 못할까.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보이는 그의 존재는 언제나 나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혀왔고, 그것은 내 학창시절 마음에 깊이 박힌 못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하여 1950년 북괴의 남침으로 발발한 6.25는...」
수업시간.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남침이라고? 내가 즐겨보는 인터넷 언론, 내 지성의 요람 『DDJ일보』에서는 분명 남한의 북침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새임, 질문 있습니다」
자랑스러웠다. 선생님을 논파할 수 있다! 이것으로 나는 모두의 관심을 받아 '반장을 이기는', '공부는 좀 못하지만 사실은 좀 더 똑똑한' 남자가 되었다! 나는! 똑똑해!
꼴통 보수 선생은 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했다. 돋보이고 싶은 치기는 내 나이에 비해서도 좀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학생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조금은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하! 어이가 없어서. 나는 곧바로,
「그것은 선생님의 동족 혐오가 아닙니까?」
훌륭한 논파였다. 선생님, 선생님을 이겼다! 나는 선생님보다 더욱 똑똑하다! 반의 스타가 되었다. 비록 선생에게 불려가 몹시도 매를 맞았지만, 뭐 어떠랴, 참된 지식인의 길이란 고난이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법인데! 스타가 된 내게, 함부로 말을 거는 녀석은 없었다. 졸업하고 대학을 갈 때까지, 함부로 말을 거는 녀석은 없었다.
......
이 「H」이라는 유저는 내가 정성들여 쓴 글이 그저 자기를 흉내낸 수준이라고 했다. 그저, 누군가 한 말을 그대로 흉내내다가 들킬 것 같으니 둘러대느라 정신 없는, 그런 유치한 상황이라고 비웃었다. 조금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 유저의 말을 보고나니 정말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 동족 혐오, 그것은 네 동족 혐오이기에 내가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키보드로 이 말을 치면서, 나도 모르게 내가 타이핑하는 말을 입으로 읊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음.. 뭐 어떠랴! 나는 또 이곳의 『스타』가 되었다! 훌륭한 논파였다! 하하, 이 『H』라는 유저, 직업이 의사라던데, 너무나 멀고도 높은 곳에 있어, 현실에서는 그저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굽신거리던 그 새끼들에게, 아아, 서울의 그 새끼들에게, 승리하였다! 나는! 의사들보다 똑똑해! 부산은!! 서울에게 승리한다!!
더욱이 보라, 정신적인 동지, 내 영원한 친우이자 나보다는 못하지만 조금은 영리해보이는 R군이 내 글마다 따라다니며 동조의 리플을 달아주지 않는가! 아아, 행복하다.
나는 브라우저의 창을 닫고 바지를 내리고는, 태연의 『보이는 라디오』를 재생시켰다. 아, 엄마.
저자 주 : 부산은 언제나 경멸의 영감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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