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에는 뛰어났으나 교만한 조인성이 부려대는 투정 때문에 심수창은 쓸쓸하고 불행하게 느껴져 어느 날 자기 팀을 떠나게 되어
다른 나라인 영웅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안녕” 심수창은 인사했다.
그곳은 경기를 끝마치고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하던 곳이었다.
“안녕” 그곳에 있던 투수들도 인사했다.
심수창은 투수들을 쳐다보니 모두 자기와 비슷한 기량의 투수들이었다.
“너희들은 누구니?” 심수창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우리들은 승리투수야.” 투수들은 대답했다.
“아, 그래...” 심수창은 자기 자신이 아주 불행하게 생각되었다.
그에게 승리란 18연패를 당하면서도 얻기 힘든 아주 귀한 것이었는데 지금 이 인터뷰 장소에는 승리만 수십개나 보유한 투수들이 여러 명이나 서있지 않았은가.
‘나는 하나도 얻지 못하는 1승을 얻으면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투수들이 갖고 있는 많고 많은 승리들 중에서 단 1승에 불과했구나.
고작 1승으로는 나는 위대한 투수가 못 되겠구나.... “
그리고는 마운드 위에 엎드려 울었다.
이럴 때 영웅국 투수코치인 정민태가 나타났다.
“안녕” 정민태가 말했다.
“안녕” 어린왕자 심수창이 공손히 대답하며 돌아보았다.
“나하고 와서 놀자, 난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고 늘 패전투수가 되어서 쓸쓸하단다.”
“넌 승리투수가 될 수가 없단다. 아직 공을 길들이지 못했으니까.” 정민태가 대답했다.
“그래? 미안해.”
그러나 조금 생각한 뒤에 심수창은 덧붙여 말했다.
“공을 길들인다는 건 무슨 말이야?”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일이야. 그것은 공과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란다.” 정민태가 대답했다.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라고?”
“물론이지, 공에게는 네가 아직 몇 천, 몇 만 명의 투수들과 조금도 다름없는 투수에 지나지 않지,
그래서 공은 네가 필요 없고, 너는 공이 필요하지도 않은 거야. 너 또한 공이라는 것이 몇 천 몇 만 개의 공과 똑같은 공에 지나지 않지.
그렇지만 네가 공을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필요해질 거야.
공에게는 네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투수가 될 것이고, 네게는 공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공이 될 것이야”
“이제 좀 이해할 수 있어.” 심수창이 말했다.
정민태는 이어서 말했다.
“공의 생활은 단조로웠어. 공은 선수들 글러브에 잡히고, 타자들 방망이에 얻어맞고 말지.
모든 공들은 비슷비슷하고 투수들도 모두 비슷비슷해. 그래서 공은 좀 심심하단 말이야.
그렇지만 네가 공을 길들이면 너의 인생은 해가 돋은 것처럼 환해 질거야.”
정민태는 말을 그치고 심수창을 오래오래 쳐다보다가 말했다.
“제발 공을 길들여 줘.”
”어떻게 해야 되니?“ 심수창이 묻자 정민태가 대답했다.
“아주 참을성이 많아야 해. 처음에는 공에게서 좀 떨어져서 바라만 봐.
너는 공에게 절대 말을 걸어선 안돼. 그랬다가는 정신병자라는 오해를 듣게 되니까. 그러나 매일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가도 돼.”
며칠 후 심수창이 다시왔다. 그러자 정민태가 이렇게 말했다.
“같은 날짜에 규칙적으로 등판해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가령 네가 5일전에 등판했다면 오늘 등판하는 거야.
그렇게 규칙적으로 마운드에 선발투수로 등판하게 된다면 공은 너에게 더 빨리 길들여질 수 있게 될거야.”
이렇게 해서 심수창은 공을 길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있어 최고의 피칭을 하였다. 곧 마운드에서 떠나갈 시간이 가까워 오니 정민태가 마운드에 올라와 말했다.
“이제 승리 투수들이 인터뷰 하던 장소에 가봐. 너의 1승은 세상에 둘도 없다는 걸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될거야.
그리고 네가 나한테 작별 인사를 하러 오면 선물을 하나 줄게.”
심수창은 지난번 만났던 투수들들 다시 만나러 갔다.
“너희들의 1승은 나와 조금도 같지 않아. 너희들의 승리는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나에게 1승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승리야.”
심수창은 또 이런 말도 했다.
“너희들은 많은 승리를 갖고 있지만 속이 비었어. 1승에 대한 소중함을 알 수 없단 말이야.
물론 나의 승리를 너희들은 자기네 1승과 비슷하다고 생각할거야. 그렇지만 나의 이 1승 하나만으로도 너희들이 갖고 있는 모든 승리를 당하고도 남아.
그건 내가 18연패를 당하면서 땀 흘려 얻은 승리니까. 나와 팬들이 기도를 해서 얻은 승리니까.
내가 혼신의 힘으로 던져서 수많은 타자들을 아웃으로 잡아 주고 나서 얻은 것이 이 값진 승리니까.
그리고 나를 원망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참아내주면서 혹 어떤 때는 내가 흘린 눈물도 받아 준 그 승리였으니까. 그것이 내 1승이니까.”
그리고 정민태에게 다시 가서 고마움의 인사를 했다.
“고마워. ”
정민태가 승리해서 축하한다며 그날 경기에 던진 공을 선물로 내어주면서 말했다.
“정말 잘했어.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수많은 투수들 중에서 오늘 네가 최고의 투수야.
내 비밀을 알려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어린왕자는 기억하기 위해 그말을 되뇌었다.
“네가 1승을 얻기 위해 허비한 786일이라는 시간 때문에 너의 승리가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된 것이다.”
“내 승리를 위해서 허비한 시간 때문에...”
잊어 버리지 않으려고 심수창은 받아 말했다.
“많은 투수들은 이 진리를 잊어 버렸어. 하지만 너는 잊어버리면 안 돼. 네가 승리를 위해 얻은 노력과 땀은 영원히 네가 책임을 지게 되는 거야.
또한 너는 너의 1승을 바라던 수많은 너의 팬들의 마음에 대해서 앞으로 실망을 안겨주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어.”
“나는 나의 1승을 바라던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다...”
머리에 새겨두기 위해서 심수창은 다시 한번 말했다.
그렇게 심수창은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과 심수창 자신이 바라고 바라던 1승을 얻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가 해보고 싶었던 인터뷰에서 그는 하고 싶었던 말을 원 없이 할 수 있었고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정말로 이날만큼은 그가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위대하고 멋있는 최고의 투수였다.
-----------------------------------------------------------------------
출처 : http://inning.co.kr/board/bbs/board.php?bo_table=inning_pro&wr_id=269065&page=0&sca=&sfl=&stx=&sst=&sod=&spt=0&page=0
ㅠㅠ
KBO | 566명이 읽었어요. 18.190.239.1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