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4-07-26 06:22]
[중앙일보 정영재 기자] "한국에서의 2002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한국 팬들은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서포터스들이다. 빨리 만나고 싶다."
'드리블의 마술사' 호나우디뉴(24)가 중앙일보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브라질 국가대표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고 명문 클럽인 FC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지구상 최고 몸값의 축구선수. 그는 29일 수원 삼성과의 친선 경기(수원월드컵경기장) 를 위해 27일 한국에 온다.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이번 경기 때문에 그는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에 출전하지 않고 브라질에서 휴가를 보낸 뒤 최근 스페인에 돌아갔다.
세계 최고 몸값 '드리블 마술사'
그는 브라질의 2002 한.일 월드컵 우승 주역이다. 항상 밝은 표정이 등록상표다. 월드컵 당시 자신이 결승골을 넣었던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는 퇴장을 당하면서도 웃었다. "축구를 할 때 나는 정말 즐겁다. 나를 좋아하는 수많은 팬들이 있는데 웃지 않을 수 있느냐"고 그는 말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e-메일로 진행됐다.
-2003~04 시즌에 바르셀로나는 리그 2위를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1년간 뛴 소감은.
"내겐 멋진 해였다. 우리가 후반기에 잘했고, 나도 팀에 빨리 적응했다. 한데 아쉽게도 타이틀은 하나도 따내지 못해 이번 시즌에 더 노력을 할 생각이다."
-최근 잉글랜드 첼시로부터 1억유로(약 1400억원) 이상 액수로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나는 FC 바르셀로나에 일체감을 느끼고 있다. 떠날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바르셀로나는 어릴 적부터 내 꿈이었다."
-한국 축구에 대한 느낌은.
"한국은 의심할 바 없이 아시아 최강국이다. 2002월드컵에서 굉장한 업적을 이뤄냈다.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한 건 애석하다. 유럽 클럽에서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박지성.이영표(이상 아인트호벤)가 활약 중인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는 2002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한국-브라질 대표팀 친선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K-리그에서 뛰고 있는 30여명의 브라질 선수 가운데 아는 선수가 있느냐고 묻자 "브라질 리그 득점왕 출신인 도도(울산 현대)를 비롯해 몇몇 선수를 잘 안다"면서 "빨리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바르셀로나와 경기할 수원 삼성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나.
"브라질 올림픽대표 출신인 나드손과 마르셀이 뛰고 있고, K-리그 최강 팀 중 하나로 알고 있다."
-놀라운 개인기와 드리블 실력의 비결은.
"글쎄…. 브라질 사람들은 축구 기술을 타고나는 게 아닐까 싶다. 최근 광고(나이키)에서 보여준 '발목꺾기 드리블' 같은 건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아이디어를 개발한 것이다. 물론 연습도 엄청나게 많이 했다."
"오로지 즐거움 위해 축구한다"
-지난해 축구묘기왕 우희용씨로부터 사인을 받는 사진이 공개됐는데.
"그는 축구묘기에 있어서 세계 최고다. 그리고 매우 훌륭한 축구인이다. 내가 사인을 받을 만하지 않나."
-지난 3월 스페인에서 광고를 찍다가 12세기에 지은 성당의 유리창을 깬 적이 있는데.
"슛 장면을 연습 중이었는데 공을 너무 강하게 찼다. 유리창이 최근에 갈아끼운 것이라 천만다행이었다."
-브라질에서는 당신을 펠레의 후계자로 평가하기도 한다.
"나는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 축구를 한다. 그런 것들은 의식하지 않는다."
그는 훈련이나 경기 외 시간에는 주로 음악을 즐기거나 친구들과 어울린다고 했다. 긴 곱슬머리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대해서는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아서 길게 기른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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