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그곳에도 야구가 있었다.

야구 장비도 이미 델리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낡은 글러브는 기본이고, 포수마저 미트가 아닌 일반 야수용 글러브를 쓰고 있었다. 심지어 타자 헬멧과 포수 보호장비가 없는 팀도 있어 하나의 장비를 양 팀이 번갈아 사용하기 일쑤였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학생선수들이 주문을 외우는 건 생경한 장면이었다. 선수들은 베이스라인에 일렬로 서서 손으로 땅을 짚은 채로 주문 같은 걸 외웠는데, 알고 보니 선전을 다짐하는 인도식 화이팅이었다.

경기 수준은 예상대로 높지 않았다. 한국 초등학교 야구부 고학년 혹은 중학교 야구부 저학년생들보다 못한 경기수준이었다. 제대로 된 폼으로 투구하는 투수를 보기 어려웠고, 타자들도 ‘과연 저런 타격폼으로 공을 맞힐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배트를 휘두르는 데만 급급했다. 당연히 좋은 타구가 나올 리 없었다.

선수들이야 제대로 지도받지 못했으니 낮은 경기력은 이해할 만 했다. 그러나 심판들이 야구 자체를 모른다는 건 심각한 장면이었다. 심판들은 야구 규정에 어긋난 플레이가 나와도 팔짱만 끼고 있었고, 잘못된 위치에 서서 판정을 내리곤 했다. 오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여기다 야구부 코치들은 농구나 배구에서처럼 작전 타임을 수시로 부르며 경기 시간을 지연시켰다. 야구 규정과 룰에 무지한 심판들은 말리긴커녕 코치들의 작전 타임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들이 아는 선에서, 그들의 방식대로, 인도에서만 통용되는 야구를 하고 있던 것이었다.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95&article_id=0000001312

이만수 인도가라

키움 | 1994명이 읽었어요. 3.139.70.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