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술마셔본 사람들은 다들 알겠지만 작년엔 고민이 많았다.
쓸데없는 얘기 길게 할순 없으니 단순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프로야구 팀들은 기업들의 이미지 광고를 위해 돈을 받고 운영된다. 그런 의미에선 프로팀 보다도 오락을 위한 자회사라는 느낌을 나는 더 받는다.
이런 전제에서 생각한다면, 광고가 엉망이면 기업이 타격을 입어야 하는 법. SK의 싸가지 없는 야구는 나를 안티 SK상품으로 만들었다. 변명 하고 넘어가자면, SK의 야구가 재미 없다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야구를 못한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당신이 SK팬이라면 꼴데 좆밥 병신새끼가 질투하는 것이라고 생각 해줘도 무방하다. 어쨋든 간에, 꽤 긴 시간 동안 난 SK물건은 손도 대지 않았고 SK쪽으로는 침도 뱉지 않았다.
내가 응원 했던 롯데를 따져보자. 나는 로이스터때의 롯데가 성격에 맞았고, 그 전에는 언더독을 응원하는 소시민의 마음으로 (....) 롯데를 사랑했었다. 사실 이 사랑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으로서의 롯데는 참 비열하고 착실하게 한푼두푼 삥뜯는 개새끼들이다. 지금까지 눈을 감았던게 신기할 정도로.
2013년 초에 청량리 롯데 백화점에서 점포 매니저를 하던 분이 투신 자살을 했다. 뭐 어느 백화점이나 매출 돌려막기를 하고, 어느 백화점이나 플로어매니저의 압박은 있다. 어쨋든 간에 사람이 죽었다. 나는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알아보기도 하고 나름대로 이슈를 소화 시키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글을 따라왔다면 다들 생각 해야만 하는 것. "SK야구가 싸가지 없어서 SK기업을 싫어한다면, 롯데 기업이 양아치니까 롯데 야구도 응원하면 안되는거 아냐?"
2012년부터 넥센의 포텐이 터지지 않았다면 난 2013시즌 초에 넥센으로 갈아 탔을거라고 생각한다. 십몇년 정든 팀을 버리고.
넥센은 내 연고지에 있는 팀이고, 구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야구 팀들이 가야 하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그리고 나는 힘이 되어주고 싶다. 하다못해 표 한장, 저지 한장이라도 팔아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 갈아 탄다면,하락세의 롯데를 버리고 상승세의 넥센으로 갈아탄다는 혐의를 벗을 수가 없다. 개새끼들 포텐 일년만 늦게 터지지.
장고였다고 본다. 어제 애인이 물어보더라. 우리 2013년엔 야구 안보러 갔는데, 너 아직도 고민하고 있냐. 이제 우리 야구 보러 안다니냐. 그래서 대답해줬다. 하루만 기다리라고. 그리고 결정했다. 넥센으로 갈아 타기로. 쓸데 없이 정치적으로 예민한 나를 만족 시켜주는 선택을 그냥 하는게 맞겠다 싶었다. 믿는게 있으면 손해보는 것도 있는게 당연한거라고도 생각 하고. 다만 내 사랑에 눈 감을 뿐이다.
이대호의 첫 타석을 기억한다. 조성환이 딸려 갔던 것도 기억 하고. 내심 응원하던 박기혁이 로이스터의 황태자가 되서 혼자 주장하던 존나 넓은 수비범위를 보여 주던 것도 벅차게 남아 있다. 손광민이 이름 바꿀때 참 병신짓 한다는 생각도 했었고, 2010년의 전준우를 보고 2011시즌 중반에 전준우에 박종윤 + 몇 더 끼워서 류현진의 1.5시즌을 사자는 병신 소리도 했었다. FA전에 풀어줄수밖에 없는 투수를 유망주 주고 사오면 롯데도 한화도 이득이라는 논리로. 난 아직도 내가 틀린말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안녕. 재밌었다.
롯데 | 572명이 읽었어요. 3.15.5.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