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28일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2-1로 추격당하던 9회초 2아웃 2,3루. 마지막 진갑용(삼성)의 타구가 오는 순간, 두산 유격수 손시헌은 타구가 굴러오는 3초가 무척 길게 느껴졌다. 그 짧은 순간에도 그의 머릿 속엔 수많은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손시헌은 “2010년과 비슷한 타구다 싶었다. 짧은 순간에도 별 생각들이 다 스쳐지나갔다”고 떠올렸다.
2010년 플레이오프 때 이야기였다. 두산은 3년전 삼성과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연장 11회말 박석민에게 끝내기 내야 안타를 허용하며 시리즈를 내줬다. 당시 유격수 손시헌은 잡을 수 있었던 타구를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두산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잊어버릴 수 있는 악몽이 아니었다.
우승을 위해선 더이상 길어지면 어려워지는 시리즈. 어떻게든 4차전을 이기겠다고 다짐한 두산 선수들이다. 손시헌 역시 어떻게든 9회 위기를 막아내고 승리로 끝내고 싶었다. 국민유격수, 베테랑인 그도 순간 “타구가 나한테 안왔으면 싶더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모든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타구는 야속하게도(?) 손시헌에게 향했다. 손시헌은 3년전 기억을 떠올리며 모든 집중력을 진갑용의 타구 하나에 쏟아부었다.
순간, 변수가 튀어 올랐다. 마지막 바운드가 불규칙하게 튀었다. 꽤 어려운 타구였지만 손시헌은 차분하게 잘 잡아낸 뒤 정확하게 1루까지 송구, 경기를 매조졌다. 그에겐 그 0.1초간의 짧은 시간이 마치 수억년 같이 느껴졌다.
부담이 큰 경기였다. 전날 3차전에서 결정적 실책으로 고개를 숙였던 그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4회초 1사 만루서 박한의 땅볼 타구가 그에게 향했다. 충분히 병살로 연결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타구를 놓쳤다가 한 번 더듬는 바람에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결국 이 점수가 이날의 결승점이었고 두산은 그대로 졌다. 4차전 수비의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손시헌은 “잘 해보려고 하다 실수가 나왔다. 오늘이 그래서 가장 긴장됐다. 어제 에러도 했었고 사람이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오늘은 공격보다 수비에 더 신경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실수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는 다시 한 번 그라운드에 들어섰고 온 집중력을 다했다.
“오늘은 모든 선수들이 1회부터 9회까지 긴장했다. 아웃카운트 27개만 잡는다는 생각을 했다. 타자가 진갑용 선배가 아니었고 발 빠른 선수였다면 또 실수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늘 9회 수비 때는 내가 이렇게 해야겠다 마음먹기보다 하늘에 맡겼다. 내 자신한테 ‘잡아줘’라고 명령하는 느낌이었다. 8회가 지나가면서 이 타구를 이렇게 잡아야지 저렇게 잡아햐지 하는 마음보다 그냥 몸에 맡기자, 몸이 반응하는대로 잡자 싶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3년 만에 맞는 복수전이 성공하기까지 두산은 이제 단 1승만을 남겨뒀다. 씻어낼 수 없는 아픔이 있기에 그에겐 우승이 더 절실하다. 손시헌은 3년 전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또 한 번 다짐한다.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겠다고. 언제 다시 올 줄 모르는 우승의 기회를 다시는 절대 아쉽게 내 손으로 놓치진 않겠다고 말이다. 우승에 대한 절실함은 그의 수비 집중력에서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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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시헌 뿐만이 아니었는데....
ｋｔ | 742명이 읽었어요. 18.216.14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