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롯데와 넥센의 3연전을 보면서 올 시즌 지금까지 넥센이 작년의 돌풍과 또 다른 강함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느낀 점을 써보고자 한다.
여기서는 넥센이 올 시즌 왜 강한지 이미 많이 알려진 부분들, 예로 들어 막강한 LPG 타선 더하기 이성열, 김민성의 대활약, 나이트와 벤헤켄 외국인 선발 투수들의 건재, 마무리 투수 손승락 위용, 테이블세터의 활발한 움직임 등등 야구의 일반적인 공, 수, 주, 투, 모든 면에서 다른 8개 구단과 비교해서 뒤떨어지는 부분도 없고 오히려 더 뛰어난 부분이 많다는 것 외의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늘 해설에 하면서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듯 지금의 넥센이라는 팀의 강함에 대해서도 감독(매니저)의 관점에서 보면 아마 강함에 있어 가장 큰 줄기는 초보 감독인 염경업 신임 감독의 야구에 대한 특별하고 신선한 발상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온전히 침투되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결과에 의해서 넥센 선수들이 예년과 다른 자신들의 모습 또 다른 팀과는 다른 뛰어난 야구를 하고 있다는 팀 내부적인 우월감까지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마도 팀으로선 최고의 선순환이 이루어 지고 있다고 본다. (팀 스포츠인 야구에 있어서 소속팀에 대한 높은 자긍심은 위기를 넘어서고 또 이기는 경기를 만드는데 있어서 엄청난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해 봤다.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팀에 대한 소속감과 그에 따른 자긍심을 갖게 만드는 것도 분명 감독의 능력 중에 하나라고 본다)
지난 3 연전 중 2차전 넥센의 승인 중 크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승부를 가르는데 있어 충분하고도 넘쳤던 5가지를 짚어 보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 조금 관심이 깊고 또 넥센의 팬들이라면 올 시즌 지금까지 넥센이 유일하게 3연패를 안하고 있는 팀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롯데 황재균의 2점 홈런 한방과 선발 송승준에게 타선까지 묶여서 1차전을 내 준 넥센은 주중 두산과의 3차전을 연장 끝에 내주고 온 것까지 합해서 2연패 중, 자칫하면 시즌 첫 3연패는 물론이고 팀 타선이 가라앉음과 동시에 팀의 연패에 빠지게 된다면 시즌 첫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경기였다고 생각됐다. 과연 2013 넥센은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우리들이 미래를 미리 볼 수는 없지만 이 날 경기가 앞으로 넥센의 행보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지난 해와는 많이 다르다 였고 역시 보이는 것 외에 강한 힘이 갖고 있었다.
승리의 첫번째 힘 -
1회말 선취점을 뽑는 장면이다. 1번 장기영이 1루수쪽 기습번트 안타로 출루한다. 옥스프링의 번트 수비의 움직임이 둔하다는 것을 노렸고 옥스프링이 잡지 못하면 안타가 되는 코스였다. 장기영의 노림수대로 옥스프링의 움직임은 역시 둔했고 잡지 못했다. 장기영의 노림수가 통했다. 이후 서건창 타석에서 넥센 벤치는 치고 달리기 작전 싸인이 나왔지만 투구가 원 바운드성으로 들어오면서 작전 상으로는 실패, 하지만 장기영의 빠른 주력과 옥스프링의 투구가 포수 강민호가 2루에 송구하기에 나빴던 것이 합쳐져서 2루 도루에 성공한다.
장기영은 서건창의 유격수 정면 땅볼로 3루 진루에 성공한다. 이것이 넥센이 강하다고 생각되는 첫번째 모습이었다. 2루주자가 노아웃 상황에서 유격수 정면 타구에 있어 3루 진루 시도는 정말 높은 집중력과 주루 기술이 필요하다. 전문적으로 스킵 동작이라고 하는데 타자의 컨택 순간에 출발하려는 발이
정확히 맞춰져야 하고 동시에 타구 판단을 하면서 '가고 안 가고' 라는 다음 움직임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흔히 기동력을 앞세운 각 팀의 감독들이 말하는 30 CM의 싸움 이라는 것은 대개 이 시점에서 결정된다. 2루 주자였던 장기영은 상황에 대한 높은 집중력과 반복된 훈련의 반사 동작으로 완벽하
게 훌륭한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다.
결국 타구 판단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1사 2루가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 한 타이밍의 차이로 1사 3루가 되었다. 보기에는 너무 쉬워 보여서 당연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1시즌 동안 이러한 이런 작은 타이밍을 놓쳐서 다음 루에 진루 못하고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정말 허다하다.
굳이 횟수가 아니더라도 1점의 무게감이 다른 상황에 따른 중요성으로 보았을 때도 이 하나의 플레이의 무게로 1승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황으로 돌아와서 상대적으로 1사 2루와 1사 3루에 대응하는 상대 베터리의 움직임은 달라진다. 결국 다음 타자인 이택근에 대한 롯데 베터리의 공략이 단순해 질 수 있게 만드는 배경을 만들었고 결국 영리한 이택근의 노림수가 어울러 지면서 선취점을 얻게 만든다.
모든 공격 행위는 결국 득점으로 귀착되어 평가된다고 생각한다. 잘 불러들이는 것과 잘 들어오는 것, 확실히 득점권에서 잘 불러들이는 것에는 상대의 견제가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히 있을 수 있다. 결국 잘 들어오는 것의 도움이 필요하다. 넥센 장기영의 1회말 2루에서 3루로 진루한 좋은
주루 플레이는 잘 들어오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승리의 두번째 힘 -
1회 선취점으로 1-0 으로 앞섰지만 2회말 공격 계속되는 빅찬스에서 병살타로 추가점이 나오지 않아 힘든 흐름이었다. 더욱이 1차전에 이어서 롯데의 움직임은 지난 사직에서 넥센에 스윕을 당했던 기억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3회말 선두타자 2번 서건창이 10구까지 끌고 가면서 안타로 출루 다시 한번 찬스를 만든다. 롯데가 2, 3회 찬스를 병살타로 무산시킨 뒤였고 중심타선 앞의 무사 출루였기 때문에 찬스의 무게는 조금 달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음타자 이택근의 삼진으로 1사 1루가 되었다.
타석에는 4번타자 박병호, 최근 박병호는 간간히 안타는 치고 있지만 특유의 홈런포가 터지지 않은지 무려 10경기 이상을 넘어서고 있을 만큼 그다지 좋지않은 상태였다. 1B-1S에서 박병호는 엉덩이가 빠지면서 간신히 옥스프링의 컷 패스트 볼을 맞추는데 성공은 했지만 2루수 땅볼, 치는 순간 병살타가 아닐까
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진가는 홈런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어떤 힘든 상황이라도 팀을 위해서 라는게 무엇보다 최우선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1루까지 전력 질주했다. 결과적으로 1루에서 세이프가 된다. 다시 한번 다음 타자 강정호의 장타에 의한 득점확률을 열어 놓았다. 2사 1루 강정호는 4번 박병
호를 훌륭하게 막아낸 후 옥스프링이 순간적으로 마음을 놓는 순간(1B-0S, 컷 패스트볼로 많은 생각 없이 쉽게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온 것 같았다)을 놓치지 않았고 홈런이라는 아주 희박한 확률을 결과로 만들어서 팀에 2 득점을 선물한다.
넥센의 중심 타자들, 특히 LPG타선 더하기 이성열... 정말 강력하고 위협적이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타격 스타일의 개성들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약점이 확실하게 나타나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약점이 보인다는 것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면 이들과의 승부는 투수들이 그 약점
에 던질 수 있는가 없는가 로 결정되기 쉽다는 논리다. 특히 홈런 한 방의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은 더더욱 그렇다. 만약 홈런 한 방의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에서 상대 투수의 흔들림을 만들 수 있다면 당연히 확률은 크게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수는 주자가 있고 없고의 차이에 굉장히 민감하다. 그리고 베터리의 중심 타선에 대한 대응의 방법도 또한 달라진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상대팀이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하는가를 떠나서 바로 이들 중심 타선 앞에서 주자가 있고 한 방의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에서 투수를 흔들리게 하는 것에 따라 팀 득점 확률이 얼마나 팀 쪽으로 움직이게 되는가를 넥센 타자들이 알고 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 야구는 정말로 무서워진다. 팀 타선의 중심인 4번 타자의 부진 그리고 자존심과 그 에 따른 압박감 속에서도 박병호는 전력질주를 통해서 최근 가장 잘 맞고 있는 다음 타자 강정호의 장타 확률을 계속 열어 두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가 자주 '야구 모른다' 라는 말을 하고 있지만 이렇듯 조금 깊이 들어가면 의외로 그 다음을 알 수 있는 것도 많다. 이처럼 작고 세밀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보이는 것에 더해서 보이지 않는 작은 것을 자기 것으로 잡아내야 하는 것이 진정한 강팀의 조건이 아닐까 한다. 강정호의 멋있는 2점 홈런에 비해서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고 특별하게 기억나는 부분도 아니다. 언뜻 생각하면 아무리 4번 타자라고 해도 치고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 같은 전력 질주였지만 시즌을 지나서 돌아보면 이러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기억조차 희미해지는 플레이의 모임들이 팀의 승리에 있어서 그리고 팀이 강해지는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이 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말하는 것처럼 글을 쓸 때도 매번 주의를 받고 신경을 쓴다 고는 했지만 역시나 오늘도 글이 길어졌다는. 아직 배우고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내일 이어서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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