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드래프트 하위권 라운드 출신. 2군. 방출. 화려한 귀환. 늦깍이 신인왕.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 단어의 조합을 보고서 삼성의 4번타자 최형우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번 가을, 삼성의 8번째 우승을 확정짓는 눈부신 'The Catch'를 선보인 좌익수 김종호 역시 이 단어들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는 다사다난한, 하지만 찬란한 이력을 가진 선수이다.
2012년 가을, 무명에 가까웠던 김종호의 NC 행이 발표되었을 때, 몇몇 사람들은 그 어느 팀보다 두터운 뎁스와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던 삼성이 선수를 지키기 위해서 NC 와 이면계약을 맺은게 아니냐는 악성 루머를 퍼트렸다(당시 신생팀이었던 NC는 기존 8개팀에게 20인 보호선수 외 1명씩 지명이 가능했다). 삼성, NC...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종호 자신에게 섭섭하고 서운한 반응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그때까지 2군에서의 활약을 제외하면 1군 경기를 채 50경기도 소화하지 못한 소위 노망주였으니까.
하지만 이 다음 해 가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신생팀 NC를 가을 야구의 마지막 손님으로 올려 놓은 삼성 출신의 두 이적생(조영훈. 2할 8푼 32홈런 96타점. 김종호. 3할 2푼. 21홈런 43도루. 102득점)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그제야 NC의 그 해 픽이 얼마나 날카로운 안목에서 나온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30에 가까운 나이에 차지한 1군 주전. 그리고 그 절박함이 만들어낸 늦깍이 신인상. 이승엽의 뒤를 잇는 아시아의 거포 최형우와 너무나도 흡사한 김종호의 선수 이력은 그 뒤로도 계속해서 마치 평행이론처럼 이어져갔다. 거포 최형우의 등장과 함께 삼성이 당시 정점에 올라있었던 SK의 '김성근 왕조'를 무너뜨린 것처럼, '늦바람 야구'로 20년 만에 패권을 손에 넣은 LG 왕조를 무너뜨린 것도 김종호의 삼성 귀환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무명의 시절을 버텨가며 그 시대 최강의 팀을 차례차례 무너뜨린 두 선수의...(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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