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김기태 LG 감독의 일문일답이다.
-어제 상황에 대해 듣고 싶다
▲감독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최동수를 대타로 쓸 때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한 팀 감독으로 책임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했다. 야구장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자리다. 야구는 이만수 SK 감독의 이야기대로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스포츠다. 투수 박희수가 타자 이진영을 잡을 확률이 높은가, 투수 이재영이 이진영을 잡을 확률이 높은가. 게다가 이재영은 이진영에게도 전에 경기에서 쓰리런을 맞았다. 그런데 이진영 타석에서 이재영을 투입했다.
9회 1아웃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좌완 투수들이 다 있는데, 우리 선수들, 팬들이 다 보고 있는데 죽어가는 우리를 살려놓았다가 다시 죽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만수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야구도 하신 분이다. 상황은 더 잘아실지 싶다.
끝나고 선수들에게 우리가 오기를 가져야한다고 했다. 우리가 얼마나 얕보였으면 저렇게 나오느냐. 감독으로 일침을 가하기 위해 파장이 있을 줄 알고도 했다. 우리 선수들이 농락당하는 걸, 팬들이 희롱당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질 때도 상대에게 박수를 쳐줄 때는 쳐줬다. 하지만 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전부터 쌓인 감정이 있었던 건가
▲어제 일 만은 아니다.
-정우람을 내서가 아니라 이재영을 낸 것부터 마음이 상했던 건가
▲어떤게 확률이 높겠나.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라. 정우람이 나왔으면 할말이 없다. 죽어가는 팀을 살려놓았다가 다시 정우람을 투입해서 다시 죽이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상적으로 죽였어야 한다. 박희수가 세이브를 하든지 바로 정우람이 나오든지 했어야한다. 3점차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면서 아웃카운트 2개 남겨두고 정우람대신 이재영을 투입하는 것이 이해가 안됐다.
신동훈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 팀 막내이고 이 경험이 나중에 살아가는데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우리 선수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 부모로서 심정이었다.
-정우람에게 아예 못친다고 미리 생각한 건 아니었을까
▲패배를 인정한다는 건 아니었다. 기록상으로는 우람이에게 확률적으로 떨어진다. 지금까지 안타를 1개밖에 치지 못했다. 게임에 상관없이 상대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
-경기를 이겨서 뒤집는 방법도 있지 않았나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 상황이었으면 감정적으로 일침을 가할 수 있었을까 싶다. 박용택은 우리팀 슈퍼스타다. 그 상황에서 질지언정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앞으로 SK와도 상대해야하고 한 게임 진다는 것 보다 앞으로 야구하는데 어제 패배로 사고와 체질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했다.
-조계현코치가 말리는 모습이 TV화면에 잡혔다
▲그랬나. 사실 감독만 참으면 되는데 앞으로가 문제다. 감독이 욕을 얻어먹더라로 다시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코칭스태프는 연관시키지 말아달라. 실력없이 지는 건 괜찮지만 상대가 우리를 기만했을 때는 감정대처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SK에 어떤 점에서 계속 감정적으로 쌓였는지
▲집에 안좋은 일이 있는데 내 눈앞에서 막 그러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
-어제 상황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나
▲수장으로 팀이 잘 돼야하기에 했다. 후회할 것 같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크게 문제될만한 투수 교체 상황이 아니었다는 의견도 있는데
▲상황만 알지 마음속은 모르는 거다.
-팬들은 어제 역전승을 기대했었을텐데
▲팬들에게는 죄송하다. 죄송한거 알지만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감독 마음은 어땠을지 한 번쯤 생각해달라. 팬들을 우롱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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