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때문에 다카쓰 등판이 무산된 다음날 아침.
카메라맨 다나카씨가 갑자기 일본에 돌아가겠다고 말을 꺼냈다.
다나카 : "이제 못 있겠어. 처자식 두고 이게 무슨 짓이야."
나카무라 : "지금 돌아가면 지난 2년 동안 고생한건 뭐가 되냐? 내일은 등판하겠지.
조금만 더 참아보자."
나카무라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나카씨의 결심은 굳은듯 했다.
숙소에서 짐을 싸는 다나카씨.
나카무라씨는 그런 다나카씨를 차마 말리지는 못하고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숙소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집배원 : "국제우편이요~"
다나카씨의 집에서 온 편지였다.
다나카씨는 조심스레 편지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꺼냈다.
PD : "누가 보낸 거예요?"
다나카 : "이번에 초등학교 들어간 딸이 보냈네요. 하하."
일본에 돌아가겠다고 고함을 질러대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다나카씨는 천천히 편지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아빠에게
아빠 나나코는 오늘 부텨 학꾜에 가요
아빠가 보고십찌만 엄마가 일때문에 못 온다고 해서 참아요
엄마한테 "아빠 언제와?" 하고 물었떠니 "10일 코 자면 와" 라고 해써요"
다나카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족과 헤어진 나카무라씨도 그런 다나카씨를 보며 콧등이 싸해진다.
"근데 10일 코 잤는데도 아빠 왜 안와요?
아빠 거짓말 해써 나나코 시러요
요즘 옆집 아저씨가 나나코한테 마싰는거 많이 사줘요
옆집 아저씨가 아빠보다 더 조아요
근데요 엄마도 옆집 아저씨가 아빠보다 더 조태요"
다나카씨의 절규가 숙소에 울려퍼졌다.
눈치빠른 나카무라씨는 편의점에 달려가 소주를 산다.
이 날 NHK 취재진은 전부 홀아비가 되었다.
4편
[2년전....]
NHK 국장 : "이게 뭔가? 사직서?"
다나카 : "네. 고향에 내려가, 조그만 라면집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NHK 국장 : "그래...자네 그동안 우리 방송국에서 수고했지. 알았어."
다나카 : "그럼, 처리된 걸로 알고..."
NHK 국장 : "아, 잠깐만. 방송국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해주지 않겠나?"
다나카 : "저...라면집 계약이 벌써 끝나서..."
NHK 국장 : "오래 걸리는거 아니야. 자네가 지금까지 해왔던 시베리아 호랑이 3P촬영이라던가,
아마존강 피라니아 생태체험이라던가, 그런것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쉬운 촬영이야."
다나카 : "네...."
NHK 국장 : "거리도 가까워. 바로 옆나라야. 한국. 퇴직하기 전에 그동안 수고한 기념으로
회사에서 잠깐 해외여행 시켜준다고 생각해."
다나카 : "뭐...그렇다면야..."
누가 알았으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간단한 촬영이
돌아오지 못할 여행이 될 줄은...
그 당시의 국장도, 다나카도 전혀 생각치 못한 일이었다.
다나카 부인 : "한국?"
다나카 : "금방 돌아올거야. 일주일도 안걸릴껄?"
다나카 부인 : "그럼 일단 짐은 싸야겠네요. 옷이랑 세면도구랑..."
다나카 : "아, 면도기는 넣지마. 괜히 들고 갔다오기 귀찮으니까."
다나카 부인 : "뭐 금방 갔다 온다니까...."
다나카 : "응. 그럼 갔다올게."
다나카 부인 : "촬영 끝났다고 바로 또 귀국하지 말고, 어차피 끝이니까 천천히 놀다가 돌아와요.
일밖에 모르던 양반이 이제 좀 쉬어야지."
다나카 : "하하...그러지."
그렇게 다나카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2주 후...
다나카 : "아노...면도기는 어딨스무니까?"
[출처] 머나먼 세이브 |작성자 뻘건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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