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미 명장

지난해 9월 드디어 넥센은 선수 테스트를 했다. 9명의 선수가 테스트를 받으려고 찾아왔다. 실력은 고만고만했다. 1군 전력감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한 선수가 예외였다. 그 선수의 눈빛은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감독이 이야기할 때 다른 선수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유독 그 선수만 고개를 세운 채 강렬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박흥식은 그 선수의 눈빛에서 절박함을 읽었다. 1990년 미국에서 LG로 돌아왔을 때 자신의 눈빛이 꼭 저랬다는 걸 깨달았다.
박흥식은 테스트가 끝나고서 유일하게 그 선수의 보고서만 썼다. 그 선수의 이름은 바로 서건창이었다. 박흥식은 과연 구단이 서건창을 영입할지 궁금했다. 결과는 ‘OK'였다. 넥센 이장석 대표는 서건창의 보고서를 꼼꼼히 읽고서 신고선수로 계약할 것을 지시했다. 김시진 감독 역시 박흥식에게 “마무리 캠프에 서건창을 데려오라”고 했다.
운이 따랐는지, 테스트 때 신통치 않았던 서건창은 마무리 캠프에서 펄펄 날았다. 그러자 구단은 서건창을 신고선수에서 정식선수로 격상해 계약했다. 박흥식과 1군 감독, 구단의 혜안이 없었다면 서건창은 이름없이 사라진 수많은 선수처럼 ‘전직 야구인’으로 남았을 것이다.

현재 박흥식은 목동구장 부근 아파트에 산다. 서건창, 한현희가 룸메이트다. 선수들과 살면 불편할 법도 하지만, 박흥식은 “과거 한동화 감독처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지난 6월.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중계가 끝나고서 MBC 선배인 박흥식과 늦은 저녁을 하기로 했다. 둘은 고깃집에 갔다. 그런데 박흥식의 표정이 ‘영’ 불편했다. 좀체 고기를 먹지 않았다. 이 위원이 이유를 물었다.
“(서)건창이랑, (한)현희랑 집에 와서도 개인훈련을 하거든. 지금 시간이면 훈련 끝나고 배가 한창 고플 텐데….”
결국 이 위원은 서건창과 한현희도 오라고 했다. 그날 이 위원은 고깃값으로 수십만 원을 썼다. 하지만, 선수들의 고기 먹는 모습을 환하게 지켜보는 박흥식의 따뜻한 표정을 보곤 전혀 돈 생각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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