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야구판에 '돼지 논란'이 벌어졌다. 지난 3일 광주경기서 나지완(KIA)과 스캇 프록터(두산)의 빈볼 시비가 벌어진 하루 뒤인 4일. 나지완은 프록터와 '해명차' 만난 자리에서 왜 인종 차별적 발언을 했느냐며 따졌다고 한다. 자신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프록터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노란 돼지(Yellow Pig)'라고 하는 입모양을 뒤늦게 봤다는 거다. 프록터는 펄쩍 뛰었다. "니퍼트, 내게 소리쳐(Yell at me Nippert)"라고 두산 덕아웃을 향해 외친 걸 오해했다는 거다. 그러면서 "어떻게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럴 수 있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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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빈볼 시비가 '인종 차별' 문제로까지 확대된 데에는 큰 오해가 자리하고 있다. 우선 '돼지'는 구미권에서 인종차별적 언어로 흔히 쓰는 단어가 아니다. 상대를 워낙 경멸하는 표현이기에 가급적 입밖에 내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상대를 비아냥거릴 때 즐겨 쓰는 '희생물'이다.
미국에서 상대를 비하하는 대표적 단어는 원숭이(monkey) 또는 괴물(monster)이다. 원숭이는 흑인이나 아시아인종을 비하할 때, 괴물은 과도한 비만 체형인 사람을 뒤에서 손가락질 할 때 주로 쓴다. 그것도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뒤에서 수근대는 정도다. 따라서 프록터가 나지완을 비하할 의도가 있었다면 TV 카메라가 비추고 있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돼지라는 단어는 입밖에 내지 않았을 거다.
둘째, 인종차별이란 뉘앙스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은 인종차별에 무척 민감하다. 법적, 제도적으로 인종차별적 뉘앙스를 풍긴 사람은 설 자리가 없다. 직장인이라면 회사에서 잘리고, 정치인은 정치 생명이 끊어진다.
야구 선수도 마찬가지다. 과거 애틀랜타 특급 마무리였던 존 로커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해선 안 될 말을 했다. 팀 동료를 '검은 원숭이'로 지칭했고, 뉴욕 지하철엔 "아이 넷 딸린 10대 흑인 미혼모와 동성애자가 가득하며 타임스퀘어에선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 언어만 들린다"고 지역 비하까지 했다. 이후 로커는 미국 사회 각계의 극심한 비난에 시달렸으며 애틀랜타 구단엔 그를 방출하라는 압력이 쏟아졌다. 이 사건 뒤 로커의 커리어가 내리막길을 걸은 건 어쩌면 당연했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존재한다. 여성과 소수인종이 주류 사회에 진입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같은 경력을 가진 이민자라도 유럽 출신 백인과 아시아 출신 황인에 대한 잣대는 다른 편이다. 같은 피부색에서 오는 동질감, 또는 뿌리가 같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선호도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쉽지 않다.
프록터가 발끈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인종차별이란,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절대 입밖에 내선 안 되는 단어다. 성깔 있어 보이는 외모와 달리 프록터는 현명하고 똑똑한 친구라는 게 주위의 일치된 견해다.
직접 접해본 프록터의 인상도 다르지 않다. 한 번은 야구장에서 마주친 그가 허리를 굽히면서 미국식 억양 가득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 적이 있다. 뜻밖의 행동에 놀라우면서도 유쾌한 기억이었다. 뉴욕 양키스 특급 셋업맨 출신이란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다. 웬만하면 고개가 뻣뻣해질 만도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생소한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한편으론 기특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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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록터의 이런 모습은 지나치게 스타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몇몇 국내 선수들의 행동과 대비된다. 인기 선수로서 당연히 참가해야 하는, 팬들이 모인 행사장에서 못올 자리에 왔다는 듯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구단 관계자들이 모여 있는 대기실에서 소속 구단 직원을 야단친 선수도 있다. 주위를 아연실색하게 하는 이런 선수와 비교해보면 '노란 돼지' 사건은 일종의 '애교'로 여겨질 정도다.
'야구는 어디서나 야구다.' 흔히 하는 표현이다. 야구의 규칙과 속성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같지만 야구를 하는 주체는 다르다. 출신 지역과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과거 OB에서 뛰었던 타이론 우즈의 일화는 좋은 예다. 어느 날 낮은 코스 공에 삼진을 당하자 그는 "너무 낮다(it's fuc**** low)'라며 심판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F'자 단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구심은 그를 곧바로 퇴장 조치했다. 엄밀히 말하면 우즈가 쓴 F자 단어는 욕이 아니다. 우즈의 말을 굳이 우리 표현 대로 옮기자면 'ㅈ'자로 시작하는 비속어 "XX 낮다"가 맞다. 물론 예의바른 언어는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입에 붙은 표현이었기에 퇴장 처분이 억울했던 것도 사실이다.
3일 있었던 해프닝은 사실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지난 5월30일 잠실 두산전 9회 홈런성 타구를 친 뒤 투수를 무시하는 듯한 세리머니를 한 나지완, 또 한참 지난 일을 꽁하게 마음에 담고 있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 위협구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프록터. 모두 조금만 자제했다면 시비나 논란은 없었을 거다. 고교 선후배 나지완과 김현수의 옥신각신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서로를 존중해주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했다면 없었을 일이다.
혹자는 이런 사건도 프로야구의 재미를 더해주는 '양념'일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야구는 온갖 논란으로 점철된 스포츠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서로 으르렁거리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웃으면서 회고하는 뒷얘기가 된다. 2012년 7월 여름밤 광주에서 벌어진 '돼지' 논란, 시간이 꽤 흘러 10년 뒤 쯤에는 어떤 식으로 야구사에 자리할 지 궁금해진다.
http://m.news.nate.com/view/20120706n12641?mid=s01&list=recent&cpcd=&date=
아 존나 낮어
Fuck Low~
그니깐 살빼서 돼지소리 안듣게 해 새꺄 씹돼지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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