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독의 확고한 원칙은 하나 있는데 특정투수와 포수를 맞추는 전담포수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가 포수만 40년 해봤는데 전담포수는 투수와 포수 서로에게 해롭고, (전담이 되지 못해) 벤치에 앉아야 되는 포수의 기분까지 나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선집중] 포수 맞춤형 시대, 투수의 기를 살린다
◇전담포수의 역사
국내에서 전담포수의 역사는 프로 초창기인 198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은 재일동포 좌완투수 김일융을 영입하면서 ‘패키지’로 데려온 송일수를 그의 전담포수로 앉혔다. 같은 재일동포 출신인 송일수가 커뮤니케이션에서 국내 포수들보다 더 나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의 간판 포수였던 이만수는 김일융이 등판하는 날에는 지명타자로 나오거나 벤치를 지켜야 했다.
김시진 전담 포수 → 이만수
김일융 전담 포수 → 송일수
김시진
한국시리즈 성적 0승 7패 방어율 5.44
포스트 시즌 0승 9패 방어율 5.14
김일융
한국시리즈 성적 4승 1패 방어율 2.04
포스트 시즌 6승 1패 방어율 1.40
LG가 3―0으로 앞선 9회 말 2사 1루에서 삼성 이만수가 등장했다.
백감독은 포수 김동수에게 사인을 보낸다. 직구였다. 사인을 읽은 정삼흠은 당황했다. 눈을 닦고 봐도 틀림없는 바깥쪽 직구였다. ‘저걸 주면 얻어맞는데…’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그냥 던졌다. “딱―”소리와 함께 머리위로 하얀 아치가 그려졌다.
스탠드를 메운 대구 관중들의 함성은 천지를 진동했다. 이만수는 양손을 번쩍 치켜든 채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투런 홈런이었다. 스코어 3-2.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후속타자의 아웃으로 게임은 끝났다.
덕아웃에서 정삼흠이 백감독에게 물었다.
―아까 왜 직구를 주라고 했습니까?
“그래야 내일 또 이만수가 홈에 앉지. 난 박정환이가 앉으면 헷갈려.”
이만수의 투수 리드 요령을 꿰뚫고 있던 백감독으로선 임기응변이 뛰어난 박정환이 부담스러웠던 것.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4차전 삼성의 포수는 이만수였다. 정동진 감독이 전날 홈런을 터뜨린 타자를 뺄 수야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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