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은 "김성근 감독님을 딱 1년 만에 뵙는다. 1군 감독 시절에는 치열하게 경기를 치렀지만 내게는 배울점이 많은 선배이시다. 먼저 가서 인사드려야 한다"고 했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6월12일을 끝으로 두산 지휘봉을 내려놨다. 공교롭게도 사퇴 전 마지막 상대은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였다.
김성근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오자 김경문 감독이 원정팀을 찾아왔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이 연방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김경문 감독이 "포스트시즌 분위기 같다. 오후 늦게부터 비 예보가 있다"며 쑥스러운 분위기를 녹였다. 김성근 역시 "남들이 우리 보고 '빅 카드'라고 하는데 '비카드'가 아닌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TV에 나가는데 비가 오면 안 된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배가 좀 나온 것 같다"며 눙쳤다.
인사를 끝낸 김성근 감독이 프로야구를 향해 쓴소리를 이어갔다. 김성근 감독은 "프로야구 질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과거에 이랬던 적이 거의 없었다. 5~6점 차 경기가 쉽게 뒤집힌다. 한 점씩 내며 지키던 묘미나 야구에 대한 소중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중 실수도 많아졌다. 지도자와 선수가 타협하는 건 아닐까. 신인을 잘 키우지 않다 보니 실수가 늘어난다. 1번 타자가 초구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걸 보면 '야구를 너무 쉽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야구는 감독의 지식이나 선수 기용 등 보이지 않은 것들이 작용하는 스포츠다"며 입맛을 다셨다. 이날 경기는 NC의 6-2 승리로 끝났다.
창원=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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