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도입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야구를 대표한 인물들과 장비 변천사 등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물을 통해 한국야구의 과거와 현재,그리고 미래를 조망해본다.
1905년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에 의해 황성YMCA야구단이 조직된 후 올해로 한국야구도 꼭 100세가 됐다. 최초의 야구경기는 1906년 2월11일 벌어진 YMCA-덕어학교의 일전으로 잠방이 차림에 홑껍데기 가죽장갑으로 실밥 터진 공을 치고받았다. 각종 보호장구에 번듯한 방망이,글러브를 갖춘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초창기 황성YMCA야구단은 바로 그런 차림이었지만 호기심과 열정으로 한국야구의 초석을 다졌으니 투수 현동순,포수 허성,1루수 김연호 등이 그들이다. 걸음마를 하던 한국야구 수준은 1910∼1930년대까지 이어진 도쿄유학생 방문단을 통해 한 차원업그레이드됐는데 ‘마구의 왕자’ 유용탁,박석윤,변봉현 등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28년 경성운동장(현 동대문운동장)에서 국내 선수로 첫 홈런을 터트린 이영민이나 같은 해 22삼진으로 한 게임 최다탈삼진을 기록한 휘문구락부의 한기준,1935년 한국인 첫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휘문고보 송재경 등은 야구의 묘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해방과 6·25를 거쳐 60∼70년대 실업야구,80년대 이후 프로야구로 꽃피우기까지 한국야구 발전에 기념비적 구실을 한 인물들을 돌아본다.
▲ 한국야구의 선구자들
황성YMCA를 통해 야구를 접한 허성 현동순 박덕상 등은 선수활동은 물론이고 심판으로 또 1910년대 탄생하기 시작한 학생야구계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한국야구가 이 땅에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포수 허성,투수 유용탁,1루수 김연호 등은 1912년 첫 일본원정길에 나서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유용탁은 이후 도쿄유학생으로 방문단에 가세할 만큼 한국야구 1세대로서 야구붐 조성에 큰 구실을 했다. 또 허성은 1913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체육유학을 다녀와 야구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YMCA야구단 활동을 시작으로 중학야구 활동도 활발해지면서 1920년대 혜성같이 등장한 이가 바로 해방 전 한국야구계에 독보적 존재로 인식되는 이영민이다. 1905년 경북 칠곡생인 이영민은 배재고보-연희전문-식산은행을 거치면서 투·포수는 물론이고 내·외야수를 모두 소화해낸 만능 포지션 플레이어로 일제시대 한국인의 우월함을 야구를 통해 보여준 뛰어난 인물이었다. 해방 후 대한야구협회 창설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1928년 경성운동장에서 터트린 홈런은 국내 선수 최초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1954년 불의의 사고로 피살된 후 1958년 그의 업적으로 기려 ‘이영민 타격상’이 제정돼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 야구와 함께한 주요 언론인
한국야구가 도입 초기부터 급속하게 인기를 얻고 발전하게 된 데는 언론인의 역할도 큰 몫을 했다. 동아일보 기자로 1936년 일장기 말살사건을 주도한 이길용은 초창기 야구시합의 스코어는 물론이고 자세한 기록 등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가로쓰기를 통해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전달,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1899년 마산생으로 인천 영화학교,배재학당,일본 도시샤대에서 수학한 이길용은 1930년 조선야구사를 신문에 연재했는데 이 자료는 지금도 한국야구 초기 모습을 더듬는 데 중요한 사료로 남아 있다. 그의 뛰어난 업적 때문에 1989년부터 체육기자연맹은 ‘이길용 체육상’을 제정,시상하고 있다.
해방 후 자유신문 편집위원장 이정순은 조선야구협회 재건을 돕는 한편 청룡기쟁탈 전국중등학교 야구선수권대회 창립의 산파역을 해냈다.
▲ 아시아로,그리고 세계로
박찬호(텍사스) 김병현(보스턴) 최희섭(LA 다저스)에 앞서 해외에 진출,한국,한국인의 우수성을 알린 뛰어난 야구인들이 많았다. 평양고보 출신 박현명은 1938년 일본 프로 오사카 타이거스에 입단,한국인으로는 첫 해외 프로진출로 기록됐다. 50∼60년대 ‘아시아의 철인’으로 알려진 박현식의 맏형이기도 하다. 1942년에는 메이지대를 나온 이팔용이 요미우리에 입단,1950년 일본프로야구 최초의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빛나는 활약을 했다. 1963년에는 경동고 포수 백인천이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한 선수로는 최초로 도에이 플라이어스에 진출,재일동포 장훈과
함께 일본 프로무대를 주름잡았다. 중앙고 투수 출신 이원국은 시카고 컵스(1968년) 샌프란시스코(1969)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며 지금의 메이저리그 진출 초석을 다졌다. 백인천 이원국 등은 국내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고국으로 돌아와 선진야구를 전수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한국야구 100년사에 꼽을 만한 인물은 너무도 많다. 40년대 중학생으로 만나 60년대 실업야구 시기까지 영원한 맞수싸움을 벌인 장태영과 김양중,50년대 명투수 서동준과 신인식,재일동포 투수 3인방 김영덕 신용균 김성근,김일배지도자상으로 부활한 야구의 영원한 스승 김일배,60∼70년대 실업야구 도약기를 이끈 강병철,세계야구선수권 정복자 김응룡 김재박,1982년 프로출범에 힘쓴 이용일 이호헌,그리고 마운드의 전설로 국보급 투수가 된 선동렬,아시아홈런 신기록의 주인공 이승엽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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