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데이 2004-05-27 11:56]
부천 SK의 정해성 감독(46)이 패하고도 웃었다.
26일 수원과의 원정경기에서 1-3으로 패하며 6경기 연속 무승부행진을 마감했지만 정감독은 "대성공이었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정감독은 수원전에 올시즌 단 한번도 필드를 밟지 않은 윤정춘(31) 윤중희(29) 고기구(24) 마철준(24) 최형준(24) 등 5명의 선수를 깜짝 기용했다. 특히 마철준과 고기구는 단 한번도 1군 경기를 뛰지 않았던 풋내기였던 탓에 출전선수 명단을 본 수원 프런트에서 "2군 명단을 잘못 제출한 것 아니냐"고 물을 정도다.
정감독의 파격적인 선수 기용에는 깊은 속내가 숨겨져 있다. 패배의식에 젖은 주전 선수들에게 충격요법을 가하는 동시에 그동안 기회를 잡지 못하던 선수들의 '헝그리 정신'을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생각은 있지만 실행하지 못한 것을 정감독은 과감하게 했다. 할렐루야에서 뛰다 부천에 온 마철준과 지난해 신인 최고액으로 입단하고도 별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최형준 등은 이날 이를 악물고 뛰었다.
물론 이들은 경험 부족으로 실수가 빈번했고 후반 들어 2골을 헌납하며 패했다. 하지만 정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나온 이들에게 "우리는 봉사단체가 아닌 엄연한 프로다"는 말로 이들의 각오를 새롭게 했다.
이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주장 김정수를 비롯한 조현두 아톰 보리스 등 주전들도 오는 30일 전북전만큼은 반드시 이기자며 의기투합했다. 부천의 변화는 선수들 가슴 속에서 조금씩 샘솟고 있다.
최원창 기자 gerrard@h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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