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장점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 오락영화에도 특별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작가로서의 능력, 둘째 어떤 시대이던지 탁월하게 복원해내는 비쥬얼리스트로서의 능력이 바로 그 두 가지이다. 영화 '로빈 후드'에는 그 두가지 장점중 두번째 장점은 여전히 살아있었지만 첫번째 장점은 보이지 않았다.
12세기 후반의 가난하고 힘 없는 나라였던 잉글랜드의 혼란스런 시대상을 그려낸 모습은 아직 비쥬얼리스트로서의 노장인의 능력이 퇴보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로빈 후드'에서 노장인에게 감탄했던 점은 여기까지였다. 이야기는 특색없고 무미건조하기 그지 없었고, 스펙터클한 액션은 나쁘진 않았지만 '글래디에이터'와 '킹덤오브헤븐'보다 나아졌다고 말하기엔 민망했다(되려 퇴보한듯한 느낌이 역력하다). 게다가 러셀 크로우는 10년이 지났어도, 12세기 잉글랜드에서도 여전히 막시무스인 것이다.(그리고 갑주를 두르고 돌격하는 케이트 블란쳇은 영락없는 '골든 에이지'의 엘리자베스 1세였다 ^^;;;)
이로써 '로빈 후드'는 리들리 스콧 감독에게 처음으로 실망했던 바디 오브 라이즈에 이어서 두번째로 실망한 영화가 되었다. 하지만 지난 '킹덤오브헤븐' 감독판의 경험이 있기에 아직 '로빈 후드'를 섣불리 범작의 반열에 올려서는 안될 것이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로빈 후드'의 감독판이 '킹덤오브헤븐'의 감독판 이상의 대작이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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