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2 감상 3줄 요약
1. 1편만큼의 오락성과 재미는 있다.
2. 하지만 자칫 잘못했으면 트랜스포머2, 캐리비안의 해적3 꼴 날뻔했다.
3. 화려한 조연진을 마지막까지 잘 살리지 못한 것이 2% 아쉬웠다.
(경고 : 이 아래로는 글 안에 영화 내용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팝콘밥을 먹고 지내다 보면 때때로 최신 개봉 영화를 하루나 이틀 먼저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필름 테스트. 그것이 무엇인고 하니 조각조각 분리되어 들어온 필름을 영사실에서 하나로 완성한 뒤 상태가 멀쩡한지 테스트해보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대게는 영사실 직원들이 들어가 점검을 해보지만 필름이 많이 들어와서 여러 벌의 필름을 급히 테스트해야 되는 경우에는 어쩔수 없이 등 떠밀린 일반 서비스 스텝들 한두명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번주에는 기나긴 극장가 가뭄 해갈에 단비가 되어줄 두 영화 -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아이언 맨 - 가 개봉하는 주였기에 필름이 다량 입고되었고, 그에 따라 필름 테스트에 필요한 인원이 부족하게 되었다. 여느때였다면 서로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미뤘을 일이지만 이번주만큼은 사정이 달랐다. 그 유명한 아이언맨2의 필름테스트가 있다는 소식에 필자를 포함해 무려 4명(!)이나 되는 인원이 아이언맨 2 필름중 한벌의 테스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4월 28일 새벽 2시 30분 모 극장 모 상영관에 남자 둘, 여자 둘, 27살에서부터 20살까지 다양한(극장 스텝들 연령대 치고는 다양한 편이다;) 연령대의 인원들이 모여 아이언맨 2를 보게 되었다. 아이언맨 1은 필자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셋은 모두 본적이 없다고 했다.
- 영화 초반부
영화 속 토니 스타크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아이언맨과 저는 하나입니다.' 영화 아이언맨을 보는 영화 팬들은 이야기 할 것이다.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와 아이언맨은 하나입니다.' 아이언맨 2의 초반부는 딱히 특별한 액션씬이 없음에도 시종일관 특유의 경쾌한 리듬을 잃지 않았다. 예의 익숙한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와 기네스 펠트로의 앙상블은 1편을 보지 못한 이들에게 새로운 아이언맨의 세계에 빠져들도록 만들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해냈고, 스칼렛 요한슨, 미키 루크, 샘 록웰등의 화려한 조연진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여 영화의 긴장감과 흥미를 돋구는데 크게 일조하는듯 보였다. 특히 예고편에서도 이미 보여진 휴대용 아이언맨 수트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다들 '우왕~' 하는 감탄사를 금치 못했다.
- 영화 중반부
경쾌하게 시작된 영화의 초반부에 비해 영화는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그 경쾌한 힘을 잃어갔다. 토니 스타크의 건강 문제, 정부와의 갈등, 악당들과의 대립, 어벤젼스의 본격적인등장등이 얽히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힘이 급속도로 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늦은 심야였던터라 급기야 한명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나머지 셋도 영화를 보는 자세가 영화의 분위기에 따라 축 늘어져갔다. 1편을 보지 못한 세명은 어벤젼스의 등장 부분이나 토니 스타크와 페퍼 포츠의 갈등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 역력했다.
- 영화 후반부
이제 남은 시간은 얼추 30여분, 도대체 이 양반들이 그 동안 벌려놓은 많은 갈등과 문제들을 어찌 수습하려고 이러나 싶을 때쯤 아이언맨2 는 그동안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흔히 택왔던 방식인 '일단 화려하게 빵빵 터뜨린 뒤 대충 꾸깃꾸깃 봉합하자' 방식을 시도한다.
일단 그 화려하게 터뜨리는 빵빵거림은 제법 합격점을 줄만했다. 아이언맨 1에서는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화면보다는 아이언맨이 완성되어가는 아기자기한 눈요깃거리가 더 좋았다면 이번엔 제법 거하게 빵빵 터져준다. 아이언맨과 워머신의 활약에 모두들 '헐~ 헐~' 거리며 즐거워했고, 스칼렛 요한슨의 활약에는 '와우~(당하는 남자들이 부러운데)' 하는 두 남성의 감탄사가 연발했다.(이 부분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활약상을 보는 많은 남성동지들이 우리와 같은 감탄사를 (속으로라도) 내뱉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미봉은 미봉일뿐, 초반에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던 미키 루크와 샘 록웰은 마지막에 가서는 그 흔적조차 미미해지고 말았다. 또한 토니 스타크의 든든한 흑형 친구였던 로드 중령 역은 왜 돈 치들로 바뀐건지 마지막까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차라리 웃기기라도 하게 원래의 흑형으로 바뀌었으면...)
3편을 두고봐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의 분위기로서는 아이언맨 시리즈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와 상당히 흡사하게 흘러가는 듯 싶어 안타깝다. 조니 댑에 의한, 조니 댑을 위한, 조니 댑의 영화였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꼴이 나지 않기 위해서는 3편에서는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의 넘치는 매력과 빵빵 터지는 아이언맨의 액션 뿐만 아니라 내실 있는 이야기에도 힘을 써야 된다는 것을 감독이 필히 알아주었으면 싶다. 어이 파브로 아저씨 지금은 아이언맨 조연 놀이하기에 힘쓸 때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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