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끝까지 보려고 마음 먹었다가도 그 특유의 불편함 때문에
당최 진도를 못 나갔는데.. 항상 막히던 부분을 그냥 와우하면서
건성으로 넘겨버리니까 또 볼 만 해집니다.
끝까지 보고 나니 꽤나 씁쓸해지네요.
첫 화에서 아예 대략적인 결말을 까 놓고 시작하길래
뭔가 반전의 장치가 있겠거니 하면서 지켜봤는데 의외로 순순히
끝난 것이 더욱 그렇게 만듭니다.
개연성 문제로 이 작품이 논리적으로 합당하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많긴 합니다만,
(특히 형법상 미성년자인 신분 때문에..)
각자의 부모를 죽인 것에 대해 실제로 죄를 물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살인 자체가 하나의 스위치가 되어서 그들을 백야로 이끈 것으로 봐야 하지 않나 싶네요.
(사사가키가 그들을 죽도록 쫓아다니는 이유는 그들을 처벌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괴물이 되기 전에 계도하기 위함입니다.)
여튼 개연성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1화 전체를 설정으로 본다면 이후의 전개는 논리적으로 봤을 때 부당한 면은 없으니까요.
백야행을 가지고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모자란 점이 많을 듯 합니다만,
스릴러를 즐기지 않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마음 졸이면서 보게 되더군요.
일단 조명이나 연출 등이 훌륭합니다.
이전까지 제가 좋아했던 작품들은 연출보다는
각 배우들의 연기라든가 시나리오에 반한 면이 많은 편이었는데
연출과 분위기만으로 보는 내내 압도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적으로 스릴러 장르를 안 보는 사람의 입장입니다.)
연출에 감탄하기는 노다메 칸타빌레 (이건 좀 다른 의미로...) 이후로 처음이네요.
연기에 대한 논란은 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일단 탄탄한 연출력 때문에
늘 연기력 논란을 불러오는 아야세 하루카마저도
어색한 면은 있지만 그래도 곧잘 따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세중사나 너무 귀여워 등에서는 확실히 좀 튀는 면이 있는데
여기선 워낙에 분위기로 먹고 들어가니까 이건 뭐...
그렇지만 역시 입술은 언제 봐도 좀 압박이긴 합니다.
야마다 타카유키의 경우에는 중간에 스캔들 문제로 흔들렸던 거 같긴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자신의 이름값을 해준 거 같고..
제 3의 주연 사사가키 역의 타케다 테츠야는 진짜 뭐 그냥 개간지입니다.
처음에는 오히려 악역 같아 보이는 그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면서 보이는 모습은
생불 그 자체입니다. 와타베 아츠로의 악역 연기야 뭐 두 말할 것 없고...
그리고 유키호의 아역을 맡은 후쿠다 마유코는.. 뭐.. 말이 안 나오네요.
이게 13살짜리의 연기라니...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보다는 그렇지 않고 다른 장르 쪽을 주로 보시는 분에게
좀 더 잘 어울리는 드라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역시나 판단은 1화를 보시고 하시면 되겠습니다만,
한 편의 영화에 필적하는 분량을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1화의 러닝타임만 90분인지라...
여튼 이런 드라마가 공중파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충격입니다.
그냥 1화에서 시선 끌기용으로 좀 세게 나간 거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에 그치질 않는 투철한 간지 지향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원작은 한층 더 하다는 것이 면죄부가 되는 셈이더라구요...)
> 보니까 2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영화화한다고 깝치던데 그냥 안 했으면 좋겠네요.
이걸 무슨 수로 2시간에 압축시킨다고... 시간조차도 장치로 쓰이는 드라마인데...
진짜 만들면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보다도 훨씬 비참한 꼴이 나올 거 같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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