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에는 일본 영화 특유의 향내가 난다. 한국 영화가 인물들의 격하고 강한 감정에 관객들을 휩쓸리게 만들어 절정으로 치닫게 만든다면, 일본 영화는 아련하고 잔잔하게 스며들어 임팩트가 다소 부족할 수 있어도 결국엔 흠뻑 젖게 되어 그 뒤로도 쉽사리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곤 한다. ‘구구는 고양이다’ 또한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하고 감성적인 드라마였다.
(자, 내 매력에 빠져볼 준비가 되었니?)
‘구구는 고양이다’에는 이야기가 많았다. 주인공인 아사코(코이즈미 쿄코)와 구구의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그녀의 어시스턴트인 나오미(우에노 쥬리)와 남자친구인 하야시의 이야기, 기치조지 공원의 코끼리 이야기, 기치조지 영어 강사의 이야기등 소소한 잔가지들이 많았다. 영화는 이 소소한 잔가지들 또한 생생하게 살아 관객들에게 전해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 흔적이 엿보였다. 다만 잔가지들이 지나치게 성하고 또한 본래 이야기와의 연결이 세련되지 못하여 영화가 다소 난잡하고 쌩뚱 맞게 돌아가는 느낌이 드는 때가 있는 것은 분명 흠이었다. 하지만 이런 잔가지들 또한 관객들에게 주는 여운과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힘은 본 이야기 못지않았다.
(나오미와 그녀의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따로 영화화 해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생각해보니 그러면 영화가 딱 무지개여신 2가 되겠는데;))
영화를 보고 난 직후보다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감상을 쓰는 지금에 와서 오히려 더 ‘구구는 고양이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스며들어 후유증을 깊이 남기는 일본 영화 특유의 매력이 살아있었다는 반증인 것이다. 결국 그 매력을 살리는 영화의 주된 이야기가 상당히 괜찮았던 덕분일 것이다.
고양이와의 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나지막히 이야기 하는 아사코의 독백은 단순한 고양이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에게 여러 시사점을 주는 대사들이었다. 아사코와 나오미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와 자신의 삶에 대한 반추를 해볼 수 있는 점들이 많았다. 물론 이런 것들보다도 아사코와 구구의 생활 자체가 재미있었기에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보고 있노라면 절로 감탄이 나올법한 구구의 귀여운 모습들 또한 그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의 백미중 하나였다.
코이즈미 쿄코, 우에노 쥬리, 가세 료, 하야시 나오지로등 주조연 배우들의 고른 호연도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다. 적절한 배우와 적절한 캐릭터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의 매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다만 메가데스의 기타리스트 마티 프리드먼(사실 나도 누군지 잘 모른다;)의 캐릭터나 연기가 상당히 이질 적이고, 또 이 이질적인 캐릭터가 영화에 섞이는 과정이 다소 부자연스러웠다.
(가세 료의 반신 누드신은 뭇 남성들에게 희망적인(?) 장면이 아닐수 없었다)
물론 주조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구구의 연기력도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구구는 단순히 귀여운 모습으로 영화의 얼굴 마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눈빛과 행동만으로도 수준급의 연기를 펼쳐 보여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하게 만들었다. 구구의 여러 매력적인 모습과 살아 숨 쉬는 연기를 담아내기 위하여 제작진들이 얼마나 노력했을지... 후에 DVD 부가영상등으로 출시된다면 이 또한 나름의 빅 재미를 주지 않을까 싶다.
(제작진들이 고양이 추격 씬등에서는 애 좀 먹었을 것 같던데?)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영화를 보는 내내 구구의 이름을 추리해보는 것 또한 영화를 즐기는 재미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마지막에 공개되는 구구의 이름의 어원은 정말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내 이름이 먼 뜻인지 알게 뭐냐는 구구의 태도)
이상으로 인간의 3배는 빠른 삶을 살아가는 고양이와 그 고양이와의 함께하는 삶을 사는 인간,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의 즐거운 이야기에 대한 감상을 마치도록 하겠다. 비록 영화는 극장에서 끝났지만 ‘구~ 구~’를 부르면 어디선가 고양이 한 마리가 불쑥 튀어 나오지 않을까 싶은 그런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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