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re [spɛəːr] v.
⑥ 『∼+목/+목+목』 용서해 주다, ┅에게서 빼앗지 않다; ┅에게 인정을[자비를] 베풀다, ┅의 목숨을 살려 주다.
‡spare [spɛəːr] n.
① 여분(의 것); 예비품[금, 실]; (pl.) (기계 따위의) 예비 부품, 스페어; 스페어 타이어.
좋은 제목이란 그 작품의 모든 것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집중해낸 또 다른 의미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과적으로 스페어는 매우 적절한 제목의 영화라는 생각을 가져보면서, 그 적절한 제목만큼이나 영화의 내용도 적절한지 지금부터 추석대전 유력 추천 후보 2번 'SPARE'를 살펴보도록 하겠다.(추석 대전에선 이미 머나먼 거리가 있는 영화이기에 차마 승리 후보라고 말하기는...)
(이 밑으로는 스포일러성 언급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나는 무대인사차 온 감독과 배우들을 만나보고 난 뒤 영화를 보았다. 감독과 배우들은 모두 처음보는 얼굴들이었지만 성실, 솔직, 담백함등 신인 특유의 매력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주인공인 길도 역의 정우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스페어 포스터와 OST를 나누어주었지만 광란 상태에 빠진 여자관객들에게 치이느라 아쉽게도 그냥 얼굴만 보는데 그치고 말았다.(고사 무대 인사때 남규리가 쫌 이렇게 적극적으로 와줬어야 되는건데!!)
(사실 내가 본 극장에 찾아온 사진은 아니지만 이것과 거의 똑같은 분위기였다.
좌측부터 제작자, 주인공 광태 역의 임준일, 길도 역의 정우, 이성한 감독이다.)
영화적 토대가 넓지 못하고 굳건하지 못한 한국 영화계이다 보니 우리 나라에선 유독 첫 장편 데뷔작부터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는 괴물 감독들이 즐비했다. 반대로 데뷔작부터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그만큼 살아남기 힘든 척박한 환경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지적일 것이다. 한국 영화계의 10년 르네상스가 끝나고 점점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수렁에 접어들면서 영화계에 투입되는 자금이 줄어들고, 그러다보니 제작편수가 줄고, 제작여건이 안좋아지는 악순환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신인 감독에겐 기회 자체가 극히 줄어버린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지만 사막에서 피는 꽃이 더욱 아름다운 법이라고 하던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영화의 상반기를 나홍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추격자가 책임졌다면 하반기는 우리가 책임지겠다며 나선 거창한 신인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스페어의 제작진이었던 것이다.
(쓰읍 그 전단지의 광고 문구 믿을만 한겨?)
한국 영화계의 하반기는 본인들이 책임지겠다던 그 야심찬 광고문구는 아쉽게도 반은 사실이라 할만하지만, 반은 조금 허풍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신인이 만들었다고 느끼기 어려운 합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잘빠진 액션 장면들은 이 영화에서 단연코 돋보이는 장점이었다. 주인공 광태의 브레이크 댄스와 같은 액션과 절도와 힘이 느껴지는 사토의 액션은 한판의 춤사위를 펼치는듯 했다. 하지만 이 호쾌한 액션들을 100% 살리지 못하는 영화적 구성은 신인다운 미숙함이 느껴지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액션과 절묘히 어울리는 한국 전통 타악기들의 경쾌한 선율이 관객들의 심장박동수를 높여주지만 이는 긴장감 있게 이어지지 못하고 지나치게 한 부분으로 쏠려 어느 순간엔가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액션씬들을 중간중간 짧고 강한 임팩트를 주도록 분산시키고, 영화적 긴장감을 강하게 응축시켰더라면 하반기는 스페어가 책임지겠다는 외침이 허풍으로 끝나진 않았을텐데... 또한 영화의 시작부터 끝을 함께하는 관객과 같은 제 3자 시야의 화자가 존재하는 것도(그래서 이 영화를 마당극 혹은 마당놀이로 곧잘 비유하곤 하는 것이다) 색다르고 높이 평가해줄만한 시도이긴 하지만 영화 안에 썩 매끄럽게 녹아들지 못하여 덜 익은 감을 먹은냥 떨떠름한 느낌을 준다.
(밑에 조연 놀라는 표정이 보이시는가?
이처럼 스페어를 보게 되면 와이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몇몇 액션씬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거진 신인배우들과 같은-얼굴이 낯익지 못한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영화적 모양새와 맥락을 같이한다. 배우들의 신선한 얼굴과 짜릿한 액션엔 합격점을, 빅웃음 터질법한 상황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여 흐지부지 넘어가는 신인다움엔 합격보류를 줄만하다. 특히 주인공 광태에겐 좀 더 확실한 대사처리능력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준일(광태)아 이 바닥은 열심히 뛰기만 하면 성공하는 그럭 호락호락한 바닥이 아니란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배우가 있으니 바로 사토 역의 코가 미츠키였다. 확실히 카리스마 있는 눈빛, 호쾌한 액션이 일품이었다. 그 외에 길도역의 정우 또한 괜찮은 연기력(앞에 있으면 한대 쥐어패주고 싶은 느낌의;)을 선보여서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아! 사토상의 이 살인적인 카리스마를 보라)
하지만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바로 러브레터에서 후지이 이츠키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카시와바라 다케시였다. 그는 영화 안에서 서울에서 사토를 돕는 일본 야쿠자 역을 맡아 출연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카시와바라 다케시였던 것이다. 큰 비중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그 조각같은 외모로 여자 관객들의 마음을 푹 사로잡으니, 혹시나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영화로 느껴져 꺼려지시는 여자분들은 다 큰(?) 카시와바라 다케시를 보는 재미 자체만으로도 쏠쏠하다는 고급 정보를 알려드리는 바이다.
(러브레터의 이 장면에서 하트 뿅뿅 나오는 여자들이 그렇게 많았다는데...)
마지막으로 'spare'의 또 다른 단어의 뜻에 눈길이 머문다.
‡spare [spɛəːr] a.
② 부족한, 빈약한(scanty), 인색한, 검소한, 조리차하는(frugal).
상반기도 어렵고도 어려운 한국 영화계였지만, 이번 여름은 그 어려움에 더욱 무거운 짐을 얹혀준 꼴이 되어버렸다. 놈놈놈을 비롯한 몇몇 작품은 간신히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였고, 님은 먼곳에와 같은 대다수의 작품은 손익 분기점에 턱없이 모자란 성적을 거두었다. 이런 우울한 성적표에 이제부터 몇달간 지속될 비수기와 겨울 성수기에서 조차도 무언가 전환점이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 우울함을 넘어서 심히 암울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래도... 올 상반기 우생순이 그러했고, 추격자가 그리했듯 불현듯 찾아온 돌파구를 통해 위기 뒤의 찬스를 만들어줄 작품이 나타나주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이 스페어의 제작진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보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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