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멜로의 계절
영화를 보기전 감독과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설레이는 영화가 있다. 비록 영화 '외출'은 보지 못했지만 허진호 감독의 전작들인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행복이라는 영화는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설레이는 영화였다. 게다가 가을은 반드시 한번쯤 멜로를 보아야만 될 것 같은 그런 강박관념까지 드는 계절 아니던가? 아무튼 여러모로 행복은 기대가 큰 작품이었다.
상당히 노골적인 영화 - 행복
행복은 마치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그리고 조제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한 그릇에 잘 모아서 '노골적'이라는 양념으로 슥슥 비벼낸듯한 그런 느낌의 영화였다. 물론 히로인을 각종 질병과 고생으로 족쳐서 눈물짜내는 그런 닥치고 신파 영화는 아니었지만 허진호 감독의 전작들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놀랄 정도로 노골적이면서 적나라한(표현이 뭔가 야한데?) 이야기와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로인해 닥치고 신파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도, 허진호 감독의 전작들과 같은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도 뭔가 모를 부족함을 느끼게 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나도 약간 후자쪽이긴 했지만 이번 행복도 썩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볼때는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괜찮은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이러다 몇번 더 보면 또 우왕ㅋ굳ㅋ 이럴지도;;) 그리고 허진호 감독 특유의 보는 맛(?)과 듣는 맛(?)도 여전했다.
개X끼 황정민
저 소제목은 황정민에 대한 칭찬이다. 황정민은 극중 임수정의 '개X키'라는 대사와 같은 욕이 관객들의 입에서 절로 나올법 하게 연기를 잘했다. 또한 찌라시 기사들의 표현마냥 '성숙한 여인이 되어 돌아온' 임수정도 연기가 상당히 걸출했다. 황정민과 임수정 뭔가 잘 안어울릴 것 같은 느낌의 매치였지만 막상 영화가 뚜껑을 열어보니 저 둘은 저 둘 나름대로의 그림이 만들어졌다. 황정민의 술주정 연기와 임수정의 달리기 연기(?)는 상당히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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